<전통시장 탐방> ‘전통 건어물시장’ 중부시장

 

흔히 수산물시장을 가면 바닷물로 젖어있는 길바닥과 비릿한 냄새, 날아다니는 파리 등 깔끔함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또 바닷물로 젖은 바닥은 손님들의 많은 발에 밟혀 시커먼 색으로 변해 잘못 밟았다간….

요즘 시장들이 새 단장을 하며 이런 모습은 많이 없어졌다. 여태 소개했던 시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오히려 더 싱싱하고,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이 많으니 요즘엔 시장을 찾는 게 더 이득이다.

 

 

서울시에서 시장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시장 내에서도 관리, 교육, 이벤트, 배달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시장은 더 많은 발길을 끌기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종로 5가역 7번 출구로 나왔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잔뜩 몸을 움츠린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전에 소개했던 광장시장이 보인다. 점심시간 때라 사람이 북적인다. 광장시장을 지난다. 오늘의 목적지가 아니다. 주욱 이어진 많은 상점들. 포장 재료 파는 곳이 많다. 방산시장이다. 방산시장을 통과하고 나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다. 바다내음 가득한, 건어물의 원조! 중부시장이다.

 

 

중부시장은 1955년 9월 내무부 고시 제244호에 의해 시장 부지로 책정됐다. 1957년 2월 현대식 시장인 서울 중부시장 주식회사로 처음 개설됐다. 1959년 개장 당시 일반종합시장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중간에 위치해 농수산물 위탁상인들이 집결했다. 1965년 이후 건어물과 해산물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고 강남, 강북을 통틀어 가장 큰 건어물 시장으로 성장해왔다.

왜 건어물은 중부시장일까? 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생산자 직거래’ 즉 산지에서 직접 생산한 상품을 판매한다고 하면서 제각기 자신의 상품들이 좋다고 홍보한다. 물론 산지에서 직접 생산한 상품은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자가 좋다고 홍보하는 상품의 품질은 한계가 있다. 자신의 고장에서 좋다는 말이지 전국을 통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상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자 지방에서 좋다고 홍보하는 상품이 일부 좋은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상품이 최고일 수는 없다. 각각의 산지마다 특징이 있으며,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부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건어물 시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싱싱한 상품들 중 좋은 것만을 신속하게 한데 모아 경매에 부쳐 시세를 정확히 반영해 빠른 속도로 전국에 유통시킨다. 근처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유명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박스들을 나르는 오토바이, 차량이 분주하다.

역시 ‘원조’ ‘유명’ 타이틀을 가진 시장답다.

시장은 생각 외로 정말 깔끔했다. 이제 막 오픈한 시장 같았다. 알고 보니 2016년에 시작된 문화관광형사업 덕분이다. 상인역량강화전문교육, 브랜딩콘텐츠개발, 대표상품개발, 시장게이트, 아트사인 리뉴얼 등 중부시장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잡기 시작했다.

 

 

이곳은 전문시장이다. 이것저것 모든 것들을 다 팔지 않는다. 건어물 한가지로 승부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말린 미역, 다시마, 김 등등. 통으로 크게 말린 것부터 작게 자른 것까지 다양했다. 다양한 산지에서 올라온 특별한 것들이 한곳에 모였으니 때깔도 좋다.

그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건 멸치. 세상 멸치는 다 이곳에 모아놨나 보다. 국물용 멸치, ‧조림용 멸치, 고추‧조림용 멸치, 잔멸치 멸치 등등. 제품별로 산지도 전부 적혀있다. 멸치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니. 요리별로 사용되는 멸치가 전부 다른 것이다.

 

 

주렁주렁 보리굴비도 있다. 옛 조상들은 보리굴비 한 마리 천장에 매달아 놓고 찬물에 밥 말아 드셨다지만 살기 좋아졌다. 몇십마리씩 주렁주렁 매달고 파는 시대가 왔으니. 그 옆엔 코다리, 양미리, 명태, 황태, 짝태, 노가리 등 말린 생선이 펼쳐져있다. 기자 눈엔 다 같은 생선으로 보인다.

젓갈도 인기가 많다. 시장을 찾아온 손님들 대부분이 젓갈을 많이 찾는다. 김장철이라서인가. 맛도 보고 비교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살짝 지켜봤다. 상인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맛보라며 권하고 덤으로 챙겨주기도 한다. 시장 특유의 인심이 철철 넘친다.

 

 

건어물뿐만 아니라 견과류도 다양하다. 땅콩, 아몬드, 호두, 말린 과일 등을 시식할 수 있게 종류별로 내놨다. 대형마트와 다름이 없다.

시장 안 이곳저곳엔 황색선이 그어져있다.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을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해놓은 선이다. 그 선을 지키는 덕에 손님들의 통행이 수월하고 시장이 더 깔끔해보였던 것이다. 많은 오토바이와 상품을 옮기는 수레가 지나다녔지만 질서정연한 모습. 특히 메인 통로 외에 골목골목마다에도 상점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다른 시장에 비해 돌아다니는 재미가 더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만족할 때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보여주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중부시장의 또 다른 특별한 점. ‘가온 건어물맥주축제’ 등 이벤트도 열고, 쇼핑관광가이드북과 포토 존, 쉼터 등도 마련해놓은 것이다. 누구나 찾아가도 다양한 건어물들을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으니 꼭 방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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