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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갑질’ 행위 고발, 개인도 가능해질까

‘전속고발권 폐지’ 속도낼까 김범석 기자lslj5261@daum.netl승인2017.1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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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적폐청산’의 바람을 타고 마침내 칼을 빼들려는 것일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찰에 고발토록 지침을 바꾸는 등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계속돼 왔던 ‘대기업 봐주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재벌 개혁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변화 바람을 살펴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중간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법인이나 등기이사 등 임원에 대한 고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법 행위 실무자에 대해서도 고발하기로 하는 등 상당 부분이 강화될 예정이다. 전속고발권도 단계적 폐지를 위한 첫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가맹·유통·대리점법 등 ‘유통3법’을 시작으로 전속고발권 폐지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부분이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국회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의 말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지침 기준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 사건의 경우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지침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법 위반 행위자 개인도 법인과 함께 고발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은 중대한 법 위반 혐의가 있어도 법인만 고발하고 개인에 대한 고발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시민단체 고발 ‘가능’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금까지 고발을 잘 안 해서도 비판을 받았지만,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법인만 고발하고 자연인은 고발하지 않은 것이었다”면서 “법인만 고발하는 것은 큰 페널티가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입장에선 과징금 규모와 상관없이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가 중요할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고발 대상도 임원에서 실무자까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처럼 실무자에 대한 고발이 포함돼야 구속이 무서워 법 위반을 하지 않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법 위반의 중대성을 따지는 기준표도 만들어 적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전속고발권제 문제는 1981년 탄생 36년 만에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TF는 공정위 소관 6개 법 가운데 유통 관련 3개 법안에서 우선 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유통3법은 상대적으로 처벌 조항이 적고 복잡한 경제 분석이 필요 없어 굳이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개인이나 시민단체도 유통업체·가맹업체 등을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의 핵심 법률 중 하나인 표시광고법은 일단 폐지 분야에서 빠졌다.

이와 함께 TF는 과징금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TF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기준율과 정액과징금 상한을 2배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담합이나 보복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확대·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도급법과 가맹법, 대리점법에 일부 규정돼 있지만 이를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으로 확대하고, 배상액 규모도 최대 10배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TF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TF에서 다뤄질 6개 의제를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내년 1월 국회에 제출해 법안 심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TF 논의 내용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TF 중간보고서는 국회에서 법안 심의를 할 때 참고자료라는 의미가 강하다”며 “공정위가 최선을 다해 설명해 정기국회에서 가능한 많은 입법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검찰 ‘힘겨루기’

재계, 특히 유통업계에선 이같은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갑질 행위를 누구나 고발할 수 있게 되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봤다면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행위 중단을 청구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쳐야만 고발이나 청구가 가능했다. 공정위가 이처럼 큰 권력을 일정 부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민사·행정·형사 등 다양한 법집행 수단을 종합 검토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한 바 있다. 중간보고서는 TF가 검토 대상으로 삼은 11개 과제 가운데 시급히 법 개정이 필요하고 의견 수렴이 끝난 5개 과제만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하도급법은 중소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고, 표시광고법은 음해성 고발이 남발할 우려가 있어 전속고발권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은 ‘자진신고 면제’(리니언시) 등과 관련해 검찰과의 논의가 필요해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방안은 그 무엇보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공정위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공정위에 재신고하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불복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그 논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은 입증된 피해액의 ‘3배 이내’로만 돼 있어 강제성이 떨어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담합사건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비율은 미국이 57%, 유럽연합이 26%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9%에 불과했다. 20여년간 바뀌지 않은 과징금 부과 기준율과 정액 과징금 상한을 지금보다 두 배 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위와 검찰 등 관련 기간의 ‘힘겨루기’ 양상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검찰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정위와 검찰이 뜻을 모아 정부안을 만들지 않으면 국회에서 그 어떤 결론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면서도 미제로 남았던 것은 공정위가 수십년 동안 대기업 등을 상대로 고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고 고발해 검찰이 반발하는 일도 잦았다.

반면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할 경우 형사처벌이 난무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같은 행위라도 경쟁제한 등 ‘경제적 폐해’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공정위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찰과 검찰의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이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담합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의 영역 다툼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늦추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담합사건의 경우 리니언시(자진신고제도)에 따른 조사가 85%를 차지하는데, 검찰이 담합을 조사해 자진신고한 기업을 고발하면 공정위의 담합조사 구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공소시효를 한 달도 안 남기고 고발하는 공정위의 담합사건 처리 행태나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검찰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결국 공정위는 주도권을 갖고 있는 담합사건 영역을 지키려는 분위기이고, 검찰은 이를 가져오려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조만감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TF의 중간보고서는 이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그나마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집단소송제, 기업분할 명령제 등 다른 핵심 사안들도 줄줄이 남아 있다. 재계의 저승사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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