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토르: 라그나로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아이언맨(2008년 개봉)’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후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를 코믹스의 히어로가 아닌 스크린 속 히어로로 재탄생시키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다. MCU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히어로들, 그들이 펼치는 환상적 모험과 모든 것을 관통하는 스토리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마블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초대형 이벤트 ‘어벤져스’ 시리즈는 개봉 때마다 폭발적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제 3단계의 하이라이트이자 내년 개봉 예정인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작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 10월 25일 개봉)’는 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르는 마블 유니버스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세상은 모든 것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위기에 처한다. 헬라에게 자신의 망치마저 파괴당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낯선 행성으로 떨어져 어벤져스 동료인 헐크(마크 러팔로)와 만난다. 그리곤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헐크, 발키리(테사 톰슨)와 팀을 꾸려 그곳을 탈출한 뒤 아스가르드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직업, 새로운 무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변화한 캐릭터는 역시 토르다. 기존 시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7년 동안 토르로 활약해 온 크리스 헴스워스는 더 유머러스해지고 더 강해졌다. 그동안 긴 머리를 고수해왔지만 검투사의 세계에 들어가며 머리카락이 잘린다. 헬라는 트레이드마크인 토르의 망치까지 파괴한다. 토르가 변화하는 건 이때부터다. 힘이 업그레이드되는 건 물론이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짧은 머리에 탄탄한 맨몸까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자취를 감췄던 헐크의 재합류도 반가운 소식. MCU에선 ‘어벤져스’ 이후 토르의 독립적 캐릭터로는 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여기에 로키(톰 히들스턴)까지 합류했다. ‘토르: 다크 월드’ 이후 4년 만이다. 로키를 보기위해 ‘토르’ 시리즈를 찾는 팬도 많다. 배신의 아이콘임에도 큰 눈에 하얀 조각 같은 얼굴로 많은 여성 팬들을 붙잡는다.
영화에선 전반적으로 MCU의 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열광할 정도도 아니었다. 필자가 MCU를 좋아하는 것은 히어로들의 유머와 액션의 쾌감이다. 특히나 MCU의 영화들 사이 연관성도 무시할 수 없어 그 재미가 배가 된다.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겠다. 미국식 고퀄리티의 말장난이 마블의 유머코드. 그 질이 이번엔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단순하고 직설적이고 유치했다. 액션신조차 유머코드에 너무 치중했다. 가볍다. 시리즈가 길어지면 영화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