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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모던 인테리어, 스웨덴 스타일의 실체는?

<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이석원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1.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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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실내 인테리어에서 ‘스칸딕 스타일’이라는 말을 한다. 북유럽의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이 강조된 인테리어를 일컫는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라는 용어가 각광받았다. 그런데 이 ‘스칸딕 스타일’ 또는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소재로 한 따뜻함이다. 북유럽 자체가 왠지 춥고 건조할 듯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는 상대적으로 더 포근한 느낌을 강조한다.

대체로 가구들은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이 주종을 이루고, 거실의 소파는 가죽 보다는 패브릭 소재가 대세다. 포근하고 폭신한 느낌의 쿠션이 강조되고, 자연 채광을 중요시 하지만 자연 채광이 어려울 경우 최대한 자연의 빛에 가까운 여러 개의 조명으로 따뜻한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 스칸딕 스타일의 특징이다.

 

▲ 릴라 휘트내스 : 칼 라손이 아내 카린과 같이 자녀들을 위해 평생을 가꾼 집. 장인에게 물려받은 낡은 오두막은 두 부부의 손을 타고 멋진 집이 됐다.

 

스웨덴의 일반적인 가정들은 조명이 그렇게 밝지 않다. 스웨덴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너무 어두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것 또한 을씨년스러운 스웨덴의 가을과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려는 안간힘이다. 그래서 방의 창문마다 스탠드를 켜놓는 집도 흔하다. 형광등의 불빛 보다 백열등 계통의 전구를 사용한 스탠드는 방안의 분위기를 한결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크든 작든 벽난로 하나 쯤 있어주면 금상첨화다. 스톡홀름 시내에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벽난로를 설치하는 가정도 있다. 그리고 스웨덴 가정에서 가장 많이 소모하는 생활용품 중 하나는 양초다. 한 집에서 하룻밤 동안 20여개의 양초를 켜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무슨 무당집도 아니고…”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의 양초 사랑은 특별하다. 벽난로와 양초. 대단히 아날로그 감성이다.

그런데 이런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 스칸딕 스타일, 스웨덴 가정…이런 말들에는 칼 라손이라는 화가의 이름이 따른다. 스웨덴 가정의 아기자기한 소품에서부터 가구, 옷감, 그릇, 벽난로, 양초 등등 가장 스웨덴스러운 따뜻함과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사람이 스웨덴의 대표적인 화가 칼 라손이다.

스톡홀름에서 북동쪽으로 230여km, 자동차로 전원을 천천히 감상하며 3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작은 마을 순드보른(Sundborn)에 칼 라손 고덴(Carl Larsson gården)이 있다. 칼 라손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살다가 생을 마친 곳이다. 한적한 전원의 한 모퉁이에 놓인 단아하고 아름다운 주택이다. 칼 라손이 부인인 카린과 직접 가꾼 이 집은 지금까지도 스웨덴 가정의 전형으로 꼽힌다.

 

▲ 릴라 휘트내스 내부 : 집안의 거의 모든 가구들은 칼 라손이 직접 만들었다. 심지어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벽난로도 칼 라손이 직접 만든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스톡홀름 감라스탄 빈민가에서 태어난 칼 라손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정반대로 자신의 집을 꾸몄다. 다른 사람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과 마당의 꽃도, 집 앞 작은 호수가의 풀들까지 직접 가꾸었다. 집 안의 벽난로도 직접 만들면서 타일 디자인도 손수 했고, 거의 대부분의 가구들도 원목을 잘라 본인의 손으로 만들었다. 아내 카린은 아이들의 옷은 물론, 식탁보며 쿠션 커버, 침대 시트와 이불 등도 모두 스스로 수를 놓았다.

칼 라손의 집은 단지 인테리어만으로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 ‘스웨덴스럽다’고 하지 않는다. 칼 라손의 집은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 가장 모범적으로 배어있는 공간이다. 그와 아내가 직접 가꾸고 만들고 꾸민 것들은 가족이 가장 편안하고 따뜻하며 아름답게 살기 위한 애씀의 성과물이었던 것이다.

화려함보다는 평온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칼 라손이 벽난로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딸들의 몸을 따뜻하게 덥히고,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칼 라손은 자신의 집과 아내와 아이들을 화폭에 담았다. 언뜻 만화 같기도 한 칼 라손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그의 집과 가족에 의해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그의 순드보른 집을 부부는 ‘릴라 휘트내스(Lilla Hyttnäs)’라고 불렀고, 8명의 자녀와 함께 살았다. 나중에 이 집은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이 되고, 칼과 카린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가구들, 그리고 벽지와 각종 소품들은 그대로 스웨덴 전통의 북유럽 장식이 됐다. 이후 스웨덴 디자인의 초석이 되는 예술 수공예 운동(Art & Crafts Movement)으로 이어져 비로소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의 기초가 된다.

 

▲ 칼 라손 흉상 : 순드보른 칼 라손의 집 앞에 있는 그의 흉상.

 

한국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북유럽 스타일, 스웨덴 인테리어에 열광하고 있다. 2014년 경기도 광명에 이케아가 들어서면서 이제 스웨덴 스타일 가구는 해외에서 사오지 않아도 자기 집으로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스웨덴 스타일의 조명과 침구, 아이들의 책상과 침대까지도 스웨덴의 가정을 그대로 옮겨온 듯 따뜻하게 꾸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짜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 ‘스웨덴 스타일’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 가구들 속에, 그 깔끔하고 따뜻한 침구들 속에, 그리고 온화한 조명들 속에 가족이 있어야 한다. 비록 아빠와 엄마가 직접 만들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함께 가구와 소품을 사고, 그것을 배치하고 가꾸고, 함께 포근히 침구로 몸을 감싸고….

끝을 알 수 없는 경쟁 속에 아이들의 마음이 멍들었을 때, 다그침과 종용으로 내몰지 않아야 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술과 담배로 아빠의 온몸이 망가지려고 할 때, 무관심과 부담으로 고독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가정 때문에 사회에서 내쳐진다는 박탈감으로 엄마가 한없이 우울해질 때, 늘 그래도 되는 무시와 귀찮음으로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쟁에 놓이더라도, 별 수 없이 지옥 같은 과노동의 폭압에 놓이더라도, 불가피하게 사회에서 단절되는 괴로움을 겪더라도 따뜻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속에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어야 거기에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가 있고, ‘스웨덴 스타일’이 완성될 것이다.

칼 라손의 집에서 느꼈던 그 무한한 포근함과 평안함을 한국에서도 느꼈으면 좋겠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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