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마장동축산물시장

소고기하면 흔히들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곳이 마장동이다. 그래, 이야기야 많이 들어봤지만 뭐 가본 적이 있어야지…. 고기,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었다. 가족이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네 집엔 늘 고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라면을 먹을 때, 친구는 먹을 게 없어서 고기를 먹을 정도란다.

친구 덕에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친구 몇몇이 나들이를 갈 때면 그 친구가 고기를 가져온다. 마장동축산물시장서 가져온 생고기다. 삼겹살인데 마블링이 보일 정도다. 고기를 제일 잘 굽는 친구가 심혈을 기울여 굽는다. 두터운 고기 한 점 입 안에 넣자마자 사라진다. ‘이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왜 마장동축산물시장의 명성이 자자한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 맛있는 고기를 파는 시장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2호선 용두역 4번 출구로 나와 10분가량 걸었다. 한눈에 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려한 입구. 전광판이 반짝이고 커다란 소머리 모형이 기자를 반긴다. 이곳이 바로 마장축산물시장이다.

마장동은 조선시대 살곶이 목장의 수말을 기르던 지역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단다. 왕십리 일대와 함께 한양도성 안에 채소를 공급하는 배후지 역할을 했고, 청계천과 접하며 전차, 기동차가 지나가는 지리적 이점에 따라 일제강점기인 1936년 가축시장 이전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가축시장과 도축장은 해방 이후가 돼서야 마장동에 들어섰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장축산물시장이 서울의 대표 푸줏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산물전문 도‧소매 시장이다. 총 2000여 개의 점포로 이뤄져있다. 연간 이용객수는 약 200만 명. 종사자수는 약 1만 2000명에 달해 단일 육류시장으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입구서부터 빠알간 불빛이 가득하다. 정육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그 빛이 배가 된다. 방문한 시간은 오후 5시. 해는 벌써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시장을 밝히는 정육점들의 빨간불 아래 고기들의 자태가 탐스럽다.

상인들이 가게 안팎을 오가며 고기 정리에 분주하다. 고기를 손질해 부지런히 진열장에 늘어놓는다. 큰 칼로 탕탕. 주렁주렁 걸려있는 내장들. 으스스해진다.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소 부산물을 살핀다. 기자도 퍽퍽한 살코기보단 내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천엽, 간, 허파, 지리, 양 등등 소곱창집에 가면 나오는 것들이 가득이다. 내장들은 큰 대야에 물과 함께 담겨 있다. 손질이 깨끗하게 된 상태. 내장을 보니 소곱창이 떠오른다. 입맛이 다셔진다.

 

 

가게 메뉴판을 봤다. 등심, 갈비살, 토시살, 살치살, 우둔, 사골, 우족, 꼬리 등 소 한 마리가 다 있다. 진열대에는 바로 선물하기 좋게 포장된 한우가 있다. 멀리서 봐도 마블링이 예술이다. 고기마다 금색 띠를 둘렀다. ‘한우’란 글자가 위풍당당하다. 소고기는 뭐니뭐니해도 한우다.

수레가 지나간다. 허걱. 어마어마하게 큰 소머리가 실려 있다. 진열대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소머리도 보인다. 돼지머리만 진열대에 올려놓은 상점도 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도매 위주여서인지 고기를 실은 화물차가 많이 눈에 띈다. 저 많은 고기는 모두 어느 식당으로 가는 걸까. 무거운 고기를 옮기면서도 싱글벙글한 상인의 모습이 보기 좋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임에도 대부분 상인들은 도매로 나가는 고기들 덕에 분주하다.

 

 

으스스했지만 시장다웠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고기를 다루는 상인들의 얼굴이 선해 보인다. 한 일본인 일행은 소머리가 신기한지 상인에게 허락을 맡고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그런 모습이 재밌으신지 정육점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신다.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다.

상점 앞에는 내장들이 나와 있다. 피비리내 등이 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2주마다 정기적으로 물청소를 할 뿐만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도 깨끗하게 관리한다. 돌아다니는 내내 더럽거나 냄새나는 곳을 보지 못했다. 청결, 정돈, 질서 면에서 많이 신경 쓴 모습이었다.

 

 

시장에서 나오니 그 유명한 먹자골목이다. 시장에서 파는 모든 고기들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족발, 한우, 곱창 등등 맛집들로 가득하다. 퇴근한 회사원들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까 서성인다. 가족 단위로 외식을 나온 이들도 있고 단체 모임도 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발길들이 이어진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숯불에 구워진 윤기 찰찰 흐르는 고기를 먹는 모습에 절로 꿀떡 침이 넘어간다.

마장동축산물시장은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매시간 배송되는 축산물과 수입육을 취급한다. 원산지와 가격표시가 의무화되어 있고,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20~30% 저렴한 편이다. 상인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유통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3정 운동(정품‧정량‧정찰제)을 실시한다. 반품과 교환이 가능한 소비자센터 운영, 무료 시식회, 명절맞이 합동세일, 축산물시장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정육뿐만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을기업 ‘고기 익는 마을’ 등 저렴한 식육식당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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