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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혔던 수문 잠깐 열렸다, 강은 아름답게 흘렀다

<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정수근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1.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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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보의 수문이 열리고 강물이 세차게 흘러간다.

수문 열린 합천보, 이내 다시 굳게 닫혀

굳게 닫혔던 수문이 들어 올려졌다. 그 사이로 폭포수와 같은 강물이 세차게 흘러갔다. 그런데 수문은 하나만 열렸다. 그곳에서만 물길이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강 나머지 부분은 이전처럼 고요해 보였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지난 13일부터 수문을 추가 개방하기 시작한 합천창녕보(합천보)가 있는 낙동강 현장이다. 이른 아침, 역사적인 수문 개방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 대구에서 한 시간가량 차를 몰아 그곳에 도착했다.

총 세 개의 수문 중 가운데에 있는 하나의 수문만 약간 열려있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를 뿐이었다. 좁은 틈 사이로 빠져나온 강물은 수문이 있는 곳에서만 파장을 만들 뿐이었다.

 

▲ 합천보 세 개의 수문 중에서 한가운데 하나의 수문만 열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수문은 이내 다시 닫혔다. 수문 개방에 따른 생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서서히 열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읽혀진다. 하지만 너무 속도가 느리다.

이래서 유속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녹조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조류 증식에 변화값을 얻어낼 수 있을까? 자연스레 걱정이 들었다. 이번 추가 수문 개방의 목적이 그러한 모니터링 값을 얻기 위함인데, 이렇게 해서 무슨 변화를 얻으려는 것일까. 지난 6월의 '찔끔 개방'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도 ‘4대강 보 확대 개방은 무척 반가운 일’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수문 개방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을 지적했다.

 

▲ 이내 다시 굳게 닫힌 합천보의 수문. 이래 가지고는 보 개방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값을 얻지 못한다.

 

“이번 계획에서는 합천·창녕보(합천보)의 경우 수문을 활짝 열어 수위를 10.5m에서 2.3m까지 8.2m 낮출 예정인데, 수위를 낮추는데 67일이 소요되고 내년 1월 20일이 돼서야 수문의 완전 개방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수위를 서서히 낮추는 이유는 하천변 인근지역의 지하수 이용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전면 개방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다. 1월 중순이면 날이 추워서 녹조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수문개방이 녹조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지하수 우려에 대해서는 우물을 매일 조사하면서 수위를 조금 더 빨리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문을 완전 개방해 최저수위 상태에서 물을 채워 원상회복시키는데 8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만약 지하수 이용에 문제가 생긴다면 즉각 수위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수문학적으로 판단할 때 수문완전개방에 15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다른 보에서도 서서히 하천수위를 낮춘다는 계획은 수정돼야 한다.”

 

▲ 함안보위 수위를 내리자 합천보 직하류의 하상이 드러나며 거대한 모래톱이 보인다.

모래가 다시 쌓인 낙동강

그렇지만 변화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합천보 직하류는 더 하류에 자리잡고 있는 함안보(창녕함안보)의 영향을 받는다. 함안보가 얼마나 수문을 여느냐에 따라 합천보 하류의 하상이 드러나게 된다. 지난 13일부터 함안보에서 수문을 열자, 합천보 직하류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상(강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함안보의 수문이 일부나마 열리자 이곳 합천보와 함안보 사이 낙동강의 수위가 떨어졌고, 그 결과 강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가운 모래톱의 모습이 보였다.

 

▲ 낙동강 황강 합수부 쌓인 거대한 모래톱. 강폭이 거의 모래톱으로 뒤덮였다. 준설한 것이 무로 변한 현장이다.

 

합천보 하류의 심각한 세굴 현상과 바로 아래 황강의 역행침식 현상에 의해 유입된 모래로 추정된다. 강의 수위가 내려가자 그렇게 쌓인 모래가 드러난 것이다. 마치 작은 모래섬 같은 모습이다.

조금 아래 황강 합수부에서는 더욱 큰 모래톱이 형성됐다. 합천보 직하류 1.5㎞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황강 합류부에는 황강으로부터 낙동강으로 흘러들어온 모래가 쌓이고 쌓였다.

즉, 합수부 일대에 거대한 모래톱이 형성됐고, 함안보에서 수문을 열자 이곳의 수위가 점차 내려가면서 그 거대한 모래톱의 위용이 드러난 것이다. 아름다웠다. 살아있는 강의 모습, 4대강 사업 이전의 낙동강 같기도 했다.

 

▲ 거의 이전 모습으로 복원된 황강 합수부. 이것이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확신을 되새기는 현장이었다. 강과 강이 만나는 합수 공간은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4대강이 자연의 모습을 되찾아야할 이유다.

황강 합수부의 되살아난 낙동강의 모습을 뒤로 하고 합천보 상류로 향했다. 합천보 수문개방에 따라 그 상류는 또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합천보 바로 상류의 낙동강 보는 달성보다.

 

▲ 합천보 수문 개방에 따라 거칠고 큰 자갈돌이 드러난 달성보 직하류 낙동강의 모습이다.

달성보 아래, 자갈돌과 수중폭기 장치까지 보여

달성보는 지난 6월 진행된 수문 개방에 따른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곳 또한 수문이 조금 열려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달성보 직하류에선 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합천보의 수문 개방에 따라 달성보 직하류의 수위도 함께 떨어지면서 그간 감추어졌던 모습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것.

 

▲ 수자원공사가 수중폭기 장치를 철거하고 있다.

이곳의 강바닥은 모래가 아니라 굵은 자갈돌로 구성돼 있었다. 달성보 하류의 세굴현상을 막기 위해 투입한 돌망태 등에서 흘러나온 자갈돌로 보인다. 그 큰 자갈돌이 하천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모래강으로서의 낙동강의 모습은 적어도 이곳 달성보 직하류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게 됐다.

또 하나 재미있는 모습은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공사를 진행하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에서는 녹조가 잘 피는 현장을 가리기 위해 수중폭기 장치를 설치했다. 이번에 수위를 낮추자, 그 장치들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더 이상 쓸모없어진 그 장치들을 철거하고 있었다.

 

▲ 합천보 수위를 내리자 전체적으로 낙동강 수위가 떨어지면서 달성보의 누수 현장이 목격됐다.

달성보 누수 현상 보이기도

달성보 구조물에선 누수 현장이 그대로 보였다. 그간 물에 잠겨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12년 낙동강 보의 담수 직후에도 누수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그래서 '누더기 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추진 본부는 이를 '물비침 현상'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결국 예산을 투입해 누수가 일어난 부분을 우레탄 등으로 메웠다. 사실상 누수 현상을 인정한 셈이 된 것. 이렇게 드러난 걸 보면, 아마 물에 잠기는 부분까지 땜질하진 못한 모양이다.

 

▲ 달성보 고정보에서 물이 새고 있는 누수 현장이 목격됐다.

 

이처럼, 4대강 보가 부실하다는 건 하루이틀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이 거대 토목 공사를 만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졸속으로 밀어붙였으니 오죽하겠는가. 이른바 '4대강 누더기 보'란 말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현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 보 수문을 추가 개방하고, 1여 년 간의 모리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연말에 4대강 보의 존치 문제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번 모니터링은 무척 중요하다. 수생 생태 변화에 이어 수질 변화와 하상의 변화, 그리고 보 구조물의 변화까지 세심히 살펴 부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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