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조 넘은 가계부채, ‘이자폭탄’ 투하되나
1400조 넘은 가계부채, ‘이자폭탄’ 투하되나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7.1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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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가계빚 해법찾기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이어졌다.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 중 하나인 가계 부채가 올해 3분기 들어 140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2분기에 비해 3분기 증가세는 더 커졌다. 시장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기존 대출자 이자 부담이 늘어나 가계에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419조 1000억원으로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진단해봤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마침내 넘어섰다.

지난 3분기 가계신용은 1419조 1000억원이었다. 이는 올해 2분기(1387조9000억원)에 비해 2.2% 늘어난 것이다. 2분기 가계신용이 직전 분기에 비해 2.1%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분기별 증가 폭은 더 커졌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1341조 2000억원, 판매신용은 78조원이다.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 대비 2.1%(28조2000억원), 판매신용은 4.1%(3조원) 늘었다. 1~3분기를 통틀어 가계부채 증가액은 76조 6000억원으로 연말까지는 누적 증가액이 100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2019년 말까지 중도금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매달 3조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지만 기존에 분양한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자금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여기에 최근 출범한 인터넷은행을 통한 개인신용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당분간 가계부채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영향

가계 빚이 늘어나다 보니 부채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지게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올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 이자가 1% 올랐을 때 가계가 내야 하는 이자 규모는 9조원을 웃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속에 은행권 주담대 금리 기준인 코픽스 금리(신규 취급액)는 10월 들어 연 1.62%로 9월보다 0.1% 올랐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 금리는 4.5% 수준까지 치솟았다.

가계 빚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주담대다. 정부가 6·19 대책과 8·2 대책에 이어 10·24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2015∼2016년 아파트 매매와 분양이 늘면서 기존에 승인된 주담대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신용카드 사용을 주축으로 한 판매신용이 여름휴가나 추석 명절 준비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주담대 증가세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담대는 올해 3분기에 9조 9000억원 증가해 1분기(4조8000억원)와 2분기(9조5000억원)에 비해 확대 폭이 컸다. 한은이 명시적으로 분류해 추산하는 주담대는 통상 주요 시중 은행 같은 예금은행과 새마을금고·저축은행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다. 현실에선 주담대가 생명·손해보험 같은 기타 금융기관을 통해서도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주담대 규모와 증가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편에선 가계 빚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급등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소득 증가율이 올해 전망치 경제성장률 3%와 비슷하다고 봐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되는 것은 맞지만 3분기와 4분기는 1분기와 2분기에 비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이 있고, 분양 아파트 대출구조·기간상 기존에 승인된 신규 대출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 가계부채관리대책이 효과를 낼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1420조원에 육박하면서 부채관리엔 비상등이 커졌다. 가계소득에 견줘 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빠르지만, 금융 당국의 강력한 억제책으로 조금씩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인터넷 신용대출’ 확대

하지만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카카오뱅크 출범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 확대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카드 미결제액, 자동차 할부금 등)을 합친 액수로 가계부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신용은 2분기 말과 비교해 31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22조원 늘어난 것으로 9.5%의 증가율이다.

가계신용의 연간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기는 2015년 2분기(9.2%)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안심하기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증가폭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보다 8조원 늘었으며 올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한은에선 3분기 주택매매와 분양·입주 물량이 2분기보다 10∼60%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2015년 건설경기 붐이 일었을 때 착공했던 주택들이 이제 완공돼 수도권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던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3분기에 7조원 증가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괄한다. 한은은 “카카오뱅크의 신규영업 영향에다 일부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3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출 액수는 2조 7000억원으로 월 1조원씩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분보다 월등히 높다는 데 우려를 표시한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9.5%의 증가율은 2010∼2014년 평균 6.9%의 증가율과 비교해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성장률이 3% 수준임을 고려하면 소득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등장으로 3분기 스마트폰 뱅킹 이용자와 대출 액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스마트폰 뱅킹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4조 1379억원으로 2분기보다 11.2% 늘었다.

스마트폰 뱅킹의 실제 이용고객 수도 9월 말 현재 5665만명으로 3개월 만에 11.7% 증가했다. 인터넷뱅킹으로 대출 신청한 건수는 3분기에 하루 평균 1만4800건, 대출 신청 금액은 1819억원이었다. 전기 대비 각각 72.4%, 78.8% 급등했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금리를 올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저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의 금리는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수의견 등장과 잇따른 경제성장률 상향도 연내 금리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연착륙 대책 필요”

은행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통화당국의 기준금리가 연내에 인상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주담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면서 서서히 대출을 줄여나가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는다. 한국은행은 2017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국내 금융기관 경영전략 담당 부서장, 해외 금융기관 한국 투자 담당자 등 총 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 5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7%는 가계부채를 지적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82%)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75%) 부동산시장 불확실성(56%) 등도 주요 리스크로 지적됐다. 가계부채 문제를 1순위로 언급한 응답자는 35%였다. 지난 5월 상반기 서베이와 비교하면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주요 리스크로 새롭게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는 1년 이내 단기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로 꼽았다. 이에 반해 가계부채·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은 1∼3년의 중기 리스크로 인식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발생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로, 가계부채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영향력이 큰 리스크로 지적했다.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가계부채 뇌관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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