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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

조재형 시인 5년만에 신작 시집 발간 연세영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1.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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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조재형

누가 저 달을 하늘에 가두었나
밤하늘에 귀를 기울이는 건
절규를 그리워하기 때문인가

나무 아래 벗어놓은 낙엽들이 있고
바람이 짝을 맞추어 11월을 신고 간다 

의자는 다리가 부러져 휴식을 얻는 것인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늘에서 날아와 웅크리고 있는 
응달 속 깃털들에게
누가 맨 처음 함박눈이라고 호명했지

나는 시간이 쏘아 올린 탄생
언제까지 날아가 어디쯤에서
죽음의 과녁에 적중할까

도끼가 나무를 내리찍는다
도낏자루도 본래 나무였는데
누구의 포섭으로 나무꾼에게 전향했을까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
내 안에 가둔 당신을 들켰나 
 
<조재형 ‘사소한 질문’>

 

시인 조재형의 시집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포지션)가 서점가에 나왔다. 첫 시집을 엮은 뒤 5년만이다.

자기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주며 반추하듯 살피는 것은 결국 그가 지향하는 대상에 대한 선호(選好)와 기호(嗜好)를 누군가에게 투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재형 시인의 여러 시편에서 등장하는 숱한 ‘당신’은 시인 자신의 내부에서 옹립된 자아(自我)의 이칭(異稱)일 수도 있고 그가 대외적으로 동경하는 끌밋한 심미적(審美的)인 타자일 수도 있다. 또한 문명의 갖은 살(煞)들을 닳리고 달래며 자신의 실존적 이정표를 정갈하게 마련해나가려는 도저한 삶의 긍정(肯定)이 조재형의 시에서 돋아난다. 무릇 삿(邪)된 것들과 저열(低劣)한 이합집산들이 판치는 현황 속에서 시인이 마련해가는 다양한 긍정의 시적 신호탄, 그 폭죽(爆竹)들은 은근하면서도 깊이 있는 성찰의 질문 속에서 발화한 시적 에스프리인 셈이다.

차주일 시인은 추천사에서 “조재형의 시는 ‘보여주는 감춤’이다. 큰 산이 계절을 주관하는 것도 옹달샘을 감춰놓았기 때문이다. 옹달샘이 감춰둔 풍경을 흘려보내기 때문에 원류와 지류가 생겨난다. 옹달샘의 수면은 인가(人家)보다 높고 둥지보다도 높고 정화수보다도 높다.

해발(海拔)로 계측하지 못하는 발원 앞에 서면, 저절로 눈이 감겨 시말(始末)과 겉과 속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눈을 한 번쯤 뜨게 된다. 그때 우리는 사랑에 대해 할 말이 필요해진다. 옹달샘에서 목소리를 빌리는 날개 접은 날짐승처럼 합장으로만 빌릴 수 있는 말이 있다. 조재형의 시가 그렇다.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 내 안에 가둔 당신을 들켰나’ 이런 절창은 ‘사랑을 감춰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조재형의 주제적 관점에 대한 아름다운 증거물”이라고 말했다.

조재형 시인은 “시 없이 견뎌보는 일상 속에서 나는 여전히 시를 찾고 있다. 지병에 걸려 가난하게 살다 착하게 떠난 친구 기헌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말했다. 조재형 시인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가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를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사실은 시에 대한 유혹이 저를 놓아주지 않아 공무원을 접고 뛰쳐나온 것이니 야인으로 출발하면서 시는 출발한 것이다. 이번 시집은 2012년 첫 시집을 낸 후 5년 만에 내놓은 것이다.

 

- 시 쓰는 일 외에 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검찰수사관으로 15여 년 근무하다 그만 두고 나와 15여 년 간 법무사로 일하고 있다.

 

- 이번 시집의 주제나 출간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무위자연으로서의 가장 진실한 자의 삶에 대한 예찬이 하나이고, 현대 자본주의의 삶에 대한 비판이 다른 하나라고 하겠다.

 

-시인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생계의 수단으로 종사하는 일은, 법조 분야로 좌뇌적 성향이라야 가능한 사무적이고 건조한 업무다. 다른 한편 우뇌적 성향으로 가능한 문학을 지향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금속성 어휘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시인이라서 어려운 일은 없다. 시인으로서 시가 아닌 다른 일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이다.

 

- 취미생활이 있으시다면?

▲동서양 분야를 막론하고 고전을 탐독하는 일이 취미이다. 건강 때문에 수년 전 술과 담배를 끊었더니 교우관계도 급감하여 소외된 삶을 자처하며 유유자적한 현재를 만족하고 있다.

 

-시집이 잘 팔리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생계를 벗어 던지고 전업작가로 사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하지만 우리 문단의 현실에서 '시'라는 장르는 전업 작가란 요원한 일이다.

 

-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실은 검찰수사관으로 일할 때나 법무사로 일하는 현재나, 낮에는 일 벌레로 살고, 밤에는 책벌레로 살다보니 어지간한 사람들이면 다 간다는 변변한 동남아 해외여행을 다닌 이력조차 없다. 여건이 되면 우선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국토순례를 하는 것이 목표다. 그 다음으로 부탄이나 티베트를 순례하고 싶다.

 

-시인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영원히 마르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와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말라도. 더 빨리, 더 높이, 더 넓이만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낮고, 가장 깊은 자리를 지켜야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직까지 제가 쓰고 싶은, 제대로 된 시 한 편을 쓰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 제대로 된 시 한 편 발표하는 것이 꿈이고 일관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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