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쥬만지(1995년 개봉)’

▲ 영화 '쥬만지' 포스터

게임이나 책 내용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많이 상상해봤을 것이다. 그런 소재의 영화도 많이 나왔다. ‘픽셀’, ‘자투라’, ‘구스범스’ 등.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깊게 빠졌던 만화책이 있었다. 판다인형이 나온다. 인형이지만 감정을 느끼고 말도 하고 움직이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때부터 판다인형에 빠져들었고 보는 족족 인형을 사 모았다. 그리고 판다들이 만화책 속 그 인형처럼 움직이고 말하길 바랐다.

많은 영화감독들도 같은 상상을 했나 보다. 그중 한 작품. 잊힐 뻔했던 22년 전 영화 ‘쥬만지(1995년 개봉)’다.

1969년. 12세 소년 알랜 패리쉬(아담 한 바이어드)의 아버지는 커다란 공장을 운영한다. 어느 날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이상한 북소리를 듣고 나무로 만들어진 게임판을 발견한다. 친구 사라(로라 번디)와 함께 게임을 시작한 알랜은 그만 게임의 마법에 의해 게임판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995년. 주디(크리스틴 던스트)와 피터(브래드리 피어스)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고모와 함께 살기 위해 커다란 집으로 이사온다. 그 집은 크기에 비해 이상하게 값이 쌌다. 어느 날 고모가 직장에 나가고 난 뒤, 두 아이는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북소리를 듣는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채 찾아낸 것은 바로 쥬만지 게임판. 호기심 많은 주디가 게임판에 새겨진 지시에 따라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갑자기 게임판에서 이제껏 본적 없는 괴조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놀란 주디와 피터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당황하는 주디와 피터 앞에 26년 전 쥬만지 게임을 하다가 게임판 안에 갇혀버린 알랜 패리쉬(로빈 윌리암스)가 나타난다. 그들은 이것이 단순히 게임을 넘어 초현실적인 것임을 깨닫는다.

알랜은 26년이라는 잃어버린 세월을 찾기 위해 게임판 앞에 앉는다. 주디, 피터 그리고 수소문 끝에 찾은 26년 전의 친구 사라(보니헌트)와 함께.

1995년 개봉작답게 컴퓨터게임이 아닌 보드게임을 소재로 했다. 주사위를 던져 숫자대로 말을 움직이는 것이다. 게임의 테마는 ‘정글’이다. 정글 속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현실, 그것도 도시 한복판의 집에서 일어난다.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고,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지금 보면 그래픽이며 내용이 유치찬란하다. 어린아이나 볼만한 영화? 옛날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왜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 교훈적 메시지 덕분이다. 유치찬란한 어린이영화가 아니라 가족영화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다.

 

▲ 영화 '쥬만지' 스틸컷

 

알랜은 26년 동안 게임 속 정글 세상에 갇혀 있다가 주디와 피터 덕에 현실로 나오게 된다. 난장판이 된 현실세계는 게임을 끝마쳐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알랜은 겁을 먹는다. 주디와 피터가 ‘반대심리’를 이용해 그가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 어린 주디와 피터도 겁이 났지만 정상적인 현실세계로 돌려놓으려면 그를 설득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은 경험을 한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알랜은 아버지와 갈등한다. 아버지는 잘나가는 신발 공장을 운영한다. 집안 대대로 명문학교를 나왔다. 아버지는 알랜도 자신이 나온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랜의 생각은 다르다. 잘난 가문 덕에 공장의 이름도 패리쉬(알랜의 성), 명문학교 기숙사 이름에도 패리쉬가 들어가 있고 이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은 알랜은 갈등한다. 게임을 끝내고 현실세계로 돌아와 다시 아버지를 만난다. 26년 만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시간이 멈춰있었다.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한다. 아버지는 학교 문제는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다 생겨난 갈등. 하지만 한쪽에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순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쥬만지’는 단순한 상상 속 게임영화가 아니다.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2018년, 23년 만에 2탄이 개봉한다니 기대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