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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2.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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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할 때였습니다. 희망버스를 타고 온 김여진 씨가 다음과 같이 쪽지를 남겼습니다.

"웃으면서 즐겁게 투쟁하자"

이 쪽지를 본 김진숙 지도위원은 화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고공 위에 있는 날선 사람에게 웃으면서 즐겁게 투쟁하라고 하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여진 씨의 쪽지가 새롭게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이는 85호 크레인 창문에 쪽지를 붙여 두고 오래도록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웃지 않으면 즐기지 않으면 이 싸움을 오래할 수 없음을~"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이 깨달음으로 나온 것이 저 유명한 구호였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 고공에서 내려와 309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그를 마중나온 수많은 사람 중에는 만삭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여진 씨였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김여진 씨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눈물과 웃음으로 첫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장영식

 

309일 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는 순간, 김여진 씨는 만삭의 몸으로 영도 한진중공업을 찾았습니다. 그이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김진숙 지도위원이 그이를 불렀습니다. 두 사람은 눈물과 웃음이 뒤엉켜진 모습으로 살아 남아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여진 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연행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병력을 뚫고, 응급차로 병원으로 실려 가는 모습을 눈물범벅된 모습으로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담고 있던 나의 사진기를 보고서는 눈물을 감추고, 나의 렌즈에 꽃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남겼습니다. 그이는 진정한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 김진숙 지도위원이 응급차로 병원을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여진 씨가 그 모습을 담고 있던 나의 모습을 보고서는 얼른 눈물을 감추고, 꽃보다 더 아름다운 환한 미소를 보냈습니다. 그이는 진정한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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