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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요체,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결론내라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2.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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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지금 한국에는 세기의 재판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중대한 재판인가요. 장관들이 구속되고 권력의 정점에 올라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정보원 원장 등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는 권력과 위세를 지녔던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러고 보니 세기의 재판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목민심서』는 명저 중에서도 뛰어난 책의 하나입니다. 이 책 하나만으로도 다산은 천추에 이름을 전할 학자이지만, 이러한 책을 500여 권이나 남겼다면 그의 위대함이 어느 정도인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12편으로 구성된 『목민심서』는 편마다 6개 조항으로 모두 72조항의 치밀하고 정확하며 우수한 내용의 책입니다. 72개 조항의 내용, 어느 것 하나인들 소홀하게 넘길 수 없지만, 오랫동안 그 책과 함께 살아오는 저로서는 「형전」의 ‘단옥(斷獄)’ 조항이야말로 다산이 ‘조선의 유일한 정법가(政法家)’(정인보)라는 말에 정확하게 합치되는 탁월한 내용이 담긴 글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판에서 범죄자의 죄의 유무와 경중을 따져 형벌을 확정짓는 판결이 바로 ‘단옥’입니다. 단옥 즉, 어떻게 재판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다산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단옥의 요체는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처리하는데 있을 뿐이다(斷獄之要 明愼而已)”라는 전제를 내걸고, “사람의 삶과 죽음이 나 한사람의 살핌에 달려있으니 밝게 살피지 않을 수 없으며, 사람의 살고 죽음이 나 한사람의 생각함에 달려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하여 ‘명신(明愼)’ 두 글자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글자라면 만사가 해결되는 것인가. 다산의 논리는 여기서 반드시 한걸음 더 들어갑니다.
“『주역(周易)』에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형벌을 내림에 죄수들이 오래 감옥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된다(易曰明愼用刑 而不留獄)”라고 말해서 밝고 신중함과 신속한 재판까지를 주문하는 다산의 뜻은 분명히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배려하는 인도주의적인 법률관이 강했음을 보여줍니다. “옥사의 판결에는 모두 시한이 있으니 세월을 끌어 죄인이 늙어죽도록 버려두는 것은 법이 아니다”라는 내용에 신중하되 신속함을 주문합니다.
 
문제는 죄수들에게도 있습니다. 절도나 일반 잡범의 범행들이야 쉽게 증거도 찾을 수 있고, 증인도 쉽게 내세울 수 있으나, 머리 좋고 마음은 불량한 고관대작들의 범죄행위야 증거인멸에 능숙하고 증인들과 말 맞추기에 뛰어나 범행의 실상을 파악해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요즘 진행되는 재판의 대부분이 그런 종류여서 판사·검사들의 노고도 인정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법꾸라지’들에게 죄를 주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에서 용서될 수 없는 경우는 당연히 의(義)로 결단해야 한다. 악을 보고도 미워할 줄 모르는 것은 속 좁은 사람의 인(仁)이다”라는 말의 뜻에 따라 사람이야 미워해서는 안되지만, 죄는 분명하게 미워해서 쌓인 폐단들을 말끔히 씻어내야 합니다. 빠른 재판에 악이 청산되는 재판을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기의 재판을 담당한 판·검사들 용기를 잃지 말고 정의를 세워주기 바랍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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