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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이도 도깨비도, 이곳에 가면 다 있다

<재래시장 탐방> 황학동시장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7.12.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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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동역과 동묘역, 신당역.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중심가 일대에는 신기한 물품을 파는 시장들이 모여 있다. 동묘벼룩시장, 서울풍물시장, 중앙시장, 황학동주방거리, 황학동시장이다. 대부분 다 소개해드렸고 남은 한 곳이 있다. 바로 ‘황학동시장’이다. ‘황학동 벼룩시장’, ‘황학동 도깨비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계천 7가에서 8가까지 청계천 주변에 형성된 중고물품 전문시장. 이 일대에 중고물품을 파는 시장이 생겨난 것은 청계천 복개공사가 끝나고 건너편 삼일아파트가 들어설 때 쯤이다. 1969년 이후부터 황학동 시장도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차도가 생기면서 주변에 노점상이 생겨나고 각종 중고물품들이 모여들어 시장이 형성됐다. 한때는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렀다. 골동품을 겹겹이 쌓아놓고 판매하는 상점 내부가 어두침침해 마치 도깨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그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

 

 

특히 조선시대 미술품과 골동품을 많이 취급했다. 이들 물건들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높아지면서 인사동 등 전문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상점으로 대부분 이전했다. 이후 황학동시장은 각종 공구류와 기계류, 전자부품, 생활기기 등을 많이 판매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일상에서 사라져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물건은 황학동시장에 오면 볼 수 있었다. 중고품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워낙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품목을 지칭하기가 어려웠다. IMF를 거치면서 중고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게 되고 황학동시장의 유명세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청계천이 다시 복원되며 큰 변화를 맞이했다. 많은 노점상들이 철거되고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동대문운동장 내에 천막을 설치하고 임시로 풍물시장을 열어 약 1000개의 점포가 이전했다. 그러다가 동대문운동장마저 헐어내고 동대문역사공원을 조성하게 되자 황학동시장의 상인들은 모두 떠나게 됐다.

 

 

아직까지 중고 주방용품, 에어컨과 냉장고, 중고 오디오와 TV, 세탁기 등을 취급하는 상가들과 골동품 상점이 남아있지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사라졌다. 하지만 황학동시장은 여전히 국내 최대 중고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벼룩시장, 도깨비시장, 중고시장 등 사람마다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서울중앙시장 후문 앞으로는 황학동 주방거리가 있다. 그 부근에 위치한 황학동시장. 청계천과 주방거리, 그 사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변에 워낙 빌딩이 많아 얌전하던 바람도 이곳에선 세차다. 해가 중천에 떠있어도 춥기는 마찬가지. 바람이라도 덜 불면 좋으련만… 칼바람을 뚫고 시장을 찾았다.

시장은 간판이 따로 있지 않았다. 그래도 황학동시장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입구서부터 중고품가게가 보인다. 앞서 설명했듯 ‘도깨비시장’이 떠오르는 첫인상이다. 날씨도 맑은 편이 아니라 중고품이 가득한 가게들은 어둑어둑하다. 딱히 조명도 없다.

 

 

가게마다 주력상품이 다르다.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건 텔레비전이다. 누가 봐도 거의 새 것 같은 텔레비전. LCD, LED 등 최신 상품으로 보이는 것들까지 가득하다. 벼룩시장이라고 해서 옛날 ‘뚱뚱이 텔레비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우리 집 텔레비전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집에 텔레비전을 사긴 사야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물었다. 32인치가 18만원 정도. 32인치는 거실에 두기엔 조금 작아 보인다. 38~40인치가 적당한 듯하다. 38인치는 새 상품인데 24만원이란다. 포장도 뜯지 않았다. 진열돼있는 중고로 사이즈만 보여준다. 40인치는 30만원 선이다. 대부분 중고와 새 것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를 들여와도 망가진 부분이 있으면 새것처럼 말끔히 고쳐서 팔기 때문이다.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옛날 물건이 없는 건 아니다. ‘뚱뚱이 텔레비전’만 모아서 파는 곳도 있다. 작동도 아주 잘된다. 추억의 텔레비전도 곳곳에 보인다.

 

 

거리는 좁은 길로 이뤄져 있다. 골목골목에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주방용품 가게들이 이어진다. 골목사이로 부지런히 중고 냉장고를 닦는 상인들이 보인다. 추운 날씨 속에도 상인들 덕에 때 빼고 광낸 냉장고들이 번쩍번쩍하다.

난로만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다. 계절도 계절인 만큼 종류별로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석유난로가 제일 따뜻하긴 해요.” 사무실에 둘만한 난로를 물어보니 석유난로를 추천한다. 석유냄새가 머리가 아픈지라 전기난로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난로 역시 새 상품이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식이라 6만원 정도란다. 크기도 클뿐더러 10만원은 족히 넘어 보인다. 저게 6만원이라면 작은 발난로는 얼마일까. 1만3000원. 괜히 국내 최대 중고시장이 아니다. 질이 이렇게 좋은데 가격까지 착하니 놀라웠다.

 

 

중고 핸드폰을 파는 곳도 있다. 전부 이용 가능한 핸드폰들. 하나하나 사용 설명까지 친절히 곁들여주신다. 재봉틀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 주인은 재봉틀을 고치는데 초집중하고 있다. 시계전문점 주인도 중고시계들을 모아 마치 새 시계처럼 고치고 있다. 황학동시장의 흔한 모습이다. 물건을 팔던가, 계속해서 고치던가.

그 외에도 기타 전문점, 무전기, 카메라, 라디오, 계산기, 리모컨, 스피커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이곳 모두 판매뿐만 아니라 교환, 수리까지 가능하니 참고하자. 옛날 시장문화 그대로 물물교환이 가능한 곳이다.

시장 중간 중간 작은 간이음식점이 있다. 음식점이라기 보단 포장마차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상인들과 시장에 온 손님들이 애용한다. 메뉴는 칼국수, 라면, 떡국, 토스트, 커피 등이 있다. 이 음식점들 덕에 시장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추운 것도 깜빡 잊고 돌아다녔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니 자연스럽게 구매욕이 일어난다. 가게마다 들어가 가격만 묻고 가도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시는 상인들 덕에 어둑어둑했던 시장에 대한 첫인상도 어느새 말끔히 날아갔다.

종류 다양하고 가격도 흔한,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며 옛날 시장문화까지 보존하고 있는 황학동시장. 점심 먹고 나와 슬슬 구경하는 아저씨들이 많은 만큼 볼거리도 많다. 벼룩시장이라고 해서 다 같은 벼룩시장이 아니다. 품질 좋은 제품이 가득한 황학동시장.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놀라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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