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에 전량 폐기된 전술핵을 지금 재배치하자고?”
“냉전시대에 전량 폐기된 전술핵을 지금 재배치하자고?”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12.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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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종대 정의당 의원-1회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했고, 북한은 보란 듯 전격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이번엔 정상각 발사시 1300km 이상을 날아 미국 워싱턴도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이었다. 극한의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세계 6위의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대한민국은 정작 전시작전권조차 갖지 못한 상태다. 자체적 군대운용 능력을 타국에 내준 꼴이다. 고위 장성급 지휘부는 잇따라 방산비리에 연루되는 등으로 안보불신만 키웠다. 박근혜 정권 당시 육·해·공 비리에 연루됐던 고위급 인사들은 대부분 무죄로 풀려났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군대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고위급 군 인사들과 병사들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밥도 따로 먹고 이발소와 클럽도 따로 쓴다. 소통이 막힌 군대는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김종대 의원(정의당 국회국방위원회)의 얘기다.

“심지어 북한 군 장성도 병사들과 함께 밥 먹고 소통한다. 외국은 장군식당, 병사식당이 따로 없다. 사단장과 병사가 같이 모여 식사하며 대화를 가진다. 우리는 장군식당, 영관식당, 간부식당이 따로따로다. 국방부에 가면 식당만 네 개다. 한국 지휘관은 자신의 부하와 전혀 섞이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군대는 찾아 볼 수 없다.”

‘2017 최우수 국감의원’으로 선정된 그는 국방부의 국방개혁안에 대해 ‘낙제점’이라고 잘라 말한다.

“개혁을 하려면 주체세력이 중요한데 이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명확한 비전과 전략적 일꾼도 찾기 어렵다.”

‘진짜 안보전문가’ 김종대 의원과 한·중 ‘사드분쟁’ 타결 배경과 미국의 군산업체 록히드마틴을 둘러싼 방산 의혹, 국방개혁의 현황, 전술핵,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을 짚어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2017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됐다.

▲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를 드린다. 지난 국감에서는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사 특혜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용 ‘킬 체인’(Kill-Chain) 사업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에 집중했다. 북한 도발 위험이 점증하는 가운데 안보상황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국감이라 평가하고 싶다. 특히 현 정부의 국방개혁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아직까지 개혁주체세력이 뚜렷하지 않다. 육해공 실정에 맞는 개혁프로그램이 아쉽다.

 

- 야권이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 배경이 무엇인가.

▲ 북한 핵과 미사일을 억제할만한 억제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단순한 발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핵우산은 ‘찢어진 우산’이라며 믿지 못한다. 언젠가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받게 될 경우 미국이 과연 핵위협을 무릅 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특히 한·미 동맹을 말하는 세력들이 미국에 더 큰 불신을 갖고 있다. 너무 뜻밖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전술핵을 갖다 놓자는 말을 할 수 있나. 이들이 말하는 전술핵은 지금 없다. 전술핵은 1960년대 미국-구소련 냉전시대에 전량 폐기된 무기다. 한때 한국에도 배치됐던 전술핵 ‘어네스트 존’(Honest John) 단거리 미사일 등은 모두 전량 폐기됐다. 야당이 전술핵 재배치라고 표현했는데 과거에 폐기된 무기를 재배치하겠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전술핵은 없어진 무기다.

 

- 그럼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 B-61 항공폭탄이 그것이다. 이것을 전술핵으로 배치하자는 거다. 이 폭탄은 히로시마 원폭의 13배 위력을 가졌는데, 전술핵이라기보다 전략 핵무기다. 미국은 전술핵이라는 용어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 사라진 무기이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실전사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무기다. 모든 핵무기는 실전용이 아니다. 이러다보니 폭발력이 약한 소형핵무기를 전술핵으로 배치하자는 것인데, 이건 재래식 폭탄보다 못하다. 지금 그런 무기는 존재하지도 않고 운용하지도 않는다. 또 위험하기 짝이 없고 논의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유령무기’로 배치가능성은 제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 무기 수입 얘기가 나올 때마다 록히드마틴이 등장한다. F-35 전투기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은데.

▲ 국방부가 2014년 차기전투기사업의 일환으로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최종 선정했다. 당시 입찰경쟁 전투기는 모두 세 종류였다. 록히드 본사의 F-15 SE와 유럽의 유로파이터가 참여해 3파전이 붙었다. 국제간 거래가 그렇듯이 가격입찰을 할 때, 가격대비 몇%는 절충교역 차원에서 한국산 부품을 구매해주거나 기술 이전혜택 의무조항을 붙인다. ‘가격입찰·절충비용=기종선택’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록히드사의 F-35 전투기는 처음부터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가격도 제일 비쌌고 가격입찰에서 아예 탈락됐다.

 

- 그런데 어떻게 낙찰됐는가.

▲ 계약 당시에 록히드와 기술이전을 약정했고 돈을 모두 지불했지만, 무기도 주지 않고 기술이전을 못하겠다며 배짱이다. 록히드의 적반하장 태도에도 국방부가 ‘그렇다면 뭐라도 옵션 한 개를 끼워 넣어 달라’고 하자, ‘통신위성 한 개를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절충교역을 끝냈다. 결국 F-35 전투기가 최종 선종됐다. 문제는 국방부가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도 미국이 약속한 통신위성을 인수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록히드가 주기로 한 통신위성도 유럽 ‘에어버스’사로부터 구매해서 주는 것인데, ‘에어버스’가 가격이 맞지 않아서 팔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말이 안 된다. 가격이 얼마든 간에 당연히 록히드가 줄건 주어야 하는 게 의무이자 국제적 관례다. 록히드는 오히려 이행 못하겠다며 국방부에 돈을 더 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뒤통수 맞은 군 당국은 혈세 수천억 원을 허공에 날린 상태다. 국방부는 돈까지 주고 뺨 맞는 ‘동네북’ 신세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 현 정부의 국방개혁, 어떤 상황인가.

▲ 아직까지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 다소 혼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방개혁은 주체세력이 중요하다. 이게 중구난방이다. 전략적으로 일하는 일꾼이 보이지 않는다. 장관 지침도 일만 벌렸을 뿐 불분명하다. 핵심이 없고 사후 대책이 없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점수로 치면 턱걸이도 안 된다. 가시적 성과물이 나오려면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

 

- 여전히 미군이 쥐고 있는 전시작전권 반환 가능한가.

▲ 이 문제는 미국과 한국 양국 모두 조건이 까다롭게 얽혀 있다. 조건이라는 것도 한국이 ‘핵미사일 대응능력’을 갖춰야 하고, 주변국과 ‘안정관계 유지’, 한국군의 ‘독자적 지휘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내용들로 차 있다. 지구상에 이런 조건을 가진 나라가 어디 있는가. 있다면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뿐이다. 이것은 영원히 전시작전권을 받지 않겠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이런 조건들을 조목조목 훑어보니 터무니없는 조항만 가득하다. 난해한 이런 조건들을 다르게 해석해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조항을 만든 수구세력들은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지하는 것을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는데, 조항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평시와 전시 작전지휘관이 다르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선은 허정무가 치르고, 본선에선 히딩크로 뒤바뀌는 꼴이다. 이런 선상에서 볼 때 반환조건들이 너무 애매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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