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방산시장

 

이번엔 방산시장이다. 서울 을지로 4·5가와 청계천 사이에 있으며, 청계천 쪽으로는 광장시장, 을지로 쪽으로는 중부시장과 마주보고 있다. 광장시장과 중부시장은 이전에 소개해드린 바 있다. 오늘 찾아간 방산시장은 ‘종합 포장 인쇄타운’을 표방하는 인쇄 및 포장 관련 전문시장이다.

광복 직후 을지로 6가 쪽에 주둔하던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각종 식료품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거의 폐허가 되었으나 9·28 서울수복을 계기로 다시 미군부대에서 유출되는 식료품들이 집산되면서 성황을 이뤘다.

특히 외래식품과 함께 가내수공업 형태의 제과공장에서 생산되던 각종 과자류가 대량 집산돼 전국적인 과자류 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과자의 필수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도매업도 성행하고, 과자류 포장을 위한 지물류(紙物類, 종이류) 거래까지 활발해지며 종이골목이 형성됐다.

1958년 착수한 청계천 복개공사로 두 번의 철거가 있었지만 공사가 완료된 뒤 도매시장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60년대엔 외래군수품에 대한 단속으로 외제 식료품 대신 설탕, 밀가루를 비롯 통조림, 과자류, 다류(茶類), 조미료 등을 취급하는 식료품 상가가 주축을 이루며 전국 제1 규모의 식료품 도매시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러 식품 원재료를 취급했던 가공식품 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됐고 이후 인쇄·포장 관련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현재 각종 포장자재, 장판·벽지, 판촉물, 제판·출력, 종이, 인쇄물, 타월 등이 주력 상품이며 제빵과 관련된 각종 기계와 도구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커리 골목도 있다. 골목 주변의 상점들에선 각종 시럽과 견과류, 초콜릿 등 제빵 재료와 베이커리 포장 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1호선 종로 5가역 7번 출구로 나갔다. 바로 광장시장 입구가 보인다. 역시나 바글바글하다. 광장시장을 지나 청계천을 건넌다. 우측으로 크게 보이는 ‘방산시장’ 팻말.

주변에서 ‘방산시장’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와본 건 처음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때 자주 찾는 곳이다. 초콜릿, 빼빼로, 베이커리 외에도 향초나 방향제 등의 원재료도 판다. 물론 포장용기까지.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오토바이와 운송차량들로 골목이 혼잡하다. 입구엔 장판, 벽지를 파는 상점이 주를 이룬다. 조금 들어가니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방산종합시장’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사전 조사가 부족했던 터라 ‘아, 이 건물이 방산시장이구나’ 싶었다. 공사장 같은 느낌을 풍기는 투박하고 큰 건물로 들어서니 향긋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향초다. 1층은 향초나 방향제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파는 곳이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손님이 꽤 많다. 거의 다 여성들이다. 패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향수, 향초, 디퓨저 또한 인기를 끈다. 유명한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싸고, 향도 정형화된 경우가가 대부분. 때문에 제조방법도 간단하고 자신만의 향도 만들 수 있어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틀, 용기, 액세서리까지 없는 게 없다. 시장이지만 이 코너는 마치 화장품 가게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삭막한 시장 외관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

 

 

향초코너를 나와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번엔 포장지, 벽지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소매보단 도매 위주여서 손님보다는 물건 나르는 사람들이 많다. 거대한 벽지들과 포장지들이 쌓여있다보니 향초 코너에 비해선 다소 음습해 보인다.

2, 3층은 원단 도‧소매, 의류 원‧부자재, 스티커, 비닐 등을 파는 곳으로 이뤄져 있다. 소매보다는 도매 위주여서 손님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건물 주변 탐방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대부분 포장용기들을 팔았다. 크기, 재질, 색, 모양 정말 다양하게 구비돼있다. 도시락, 빵, 초콜릿 등을 담을 용기와 상자, 봉지까지 없는 게 없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인쇄, 판촉물, 제판·출력 등을 하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이어진다. 주로 쇼핑백과 에코백 인쇄를 하는 가게들이다. 다양한 재질의 에코백과 쇼핑백이 가게 밖에 진열돼 있다.

기본 인쇄는 물론 명함, 스티커, 전단지, 라벨, 박스 등 모든 인쇄가 가능하다. 가게마다 ‘각종 인쇄 상담’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인쇄 전문점의 포스. 종이를 산더미처럼 실은 수레들이 지나다닌다. 대부분 한꺼번에 대량의 인쇄를 맡기기 때문이다.

종이 뿐 아니라 비닐만 전문으로 하는 인쇄소도 있고, 쇼핑백을 맞춤 제작하는 곳, 메뉴판 전문 인쇄소도 있다. 상점 안에선 손님과 상담을 하거나 인쇄를 하느라 바쁜 상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작은 골목을 빠져나오니 큰 골목이 나온다. 사람과 차량, 수레가 훨씬 더 많다. 슬슬 시장 분위기가 난다. 빼곡한 거리를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체로 벽지, 장판 종류가 많다. 요즘엔 단열 접착 벽지가 유행이다. 필자도 최근에 단열 접착 벽지로 방을 새로 치장했다. 가로‧세로 80cm 정도의 폭신한 3D 벽지를 벽에 붙이는 것이다. 붙이는 면이 스티커처럼 돼있어 작업도 아주 단순하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효과까지 더해지니 이제 굳이 손에 풀 묻혀가며, 사람 써가며, 냄새 지독하게 도배하지 않아도 된다. 필자 혼자 방 하나를 꾸미는데 3시간도 채 안 걸렸다. 포인트 벽지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방산시장에는 방산종합시장 건물이 2개 있다. 처음에 소개한 건물 뒤로 또 작은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이곳은 ‘방산자수상가’다. 주로 의류 부자재, 프레스 재단 등을 한다. 2층에선 상인들이 대부분 복도에 나와서까지 작업을 한다. 제작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나다니는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이곳 역시 도매를 위주로 하는 모양이다.

콕 집어 방산시장이 어디까지라고 규정하긴 어렵다. 골목과 건물 주변에도 더 많은 상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 상점마다 전문성과 그 자부심이 느껴졌고, 상인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베이커리, 초콜릿, 포장, 기타 등등의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이곳으로 오라. 원하는 모든 걸 원스톱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도 기회가 되는대로 향초 만들 재료를 사러 다시 들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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