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래서, 이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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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12.13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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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포스터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은 ‘셜록홈즈’다. 책은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까지 여러 시리즈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셜록홈즈’보다 더 원조격의 추리소설들을 쓴 작가가 있다.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50년 동안 80여 편의 추리 소설을 집필했다. 그녀의 소설들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40억부 이상 판매됐다. 이는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들은 다채롭게 그려진 캐릭터들은 물론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미스터리한 분위기,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자, 그녀가 탄생시킨 최고의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작품이 영화로 탄생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다.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인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탑승한다. 폭설로 인해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에르큘 포와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게 된다.

1974년에도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1974년 판의 경우 원작에 충실해 대부분의 인물들이 희화적으로 과장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2017년 판은 서사의 맥락은 유지하되 등장인물의 설정 등 세심한 부분을 보완해 좀 더 세련되고 기품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연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인 탐정 에르큘 포와로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 그는 연출까지 맡아 영화에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그는 “이 작품의 경우 한 사람이 연출도 하고 주인공도 연기하는 것이 무척 적절하다고 느껴졌다”며 “이 이야기에서 에르큘 포와로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처럼 캐릭터를 연출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1974년 판 못지않은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였다. 제59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제8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최고의 연기파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총 6번의 아카데미 수상 및 노미네이트 이력을 지닌 ‘영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주디 덴치. 늘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조니 뎁. 최근 영화 ‘마더!’를 통해 퇴폐적인 관능미를 가진 캐릭터로 열연한 미셸 파이퍼. 제59회, 제73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윌렘 대포.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차세대 여배우로 자리 잡고 있는 데이지 리들리까지. 배우들은 연기력 걱정 없이 볼 수 있다.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스틸컷

 

영화의 강점은 이 뿐만 아니다. 꼭 넓은 스크린으로 보길 권한다. 배경, 세트, 미술, 패션, 카메라까지 완벽한 연출을 뽐냈다. 소설을 읽고 상상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열차 내부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외부의 풍경까지 연출하며 균형을 잘 맞췄다.

하지만 이렇듯 완벽한 것만 같은 영화도 겉치레만 화려하다는 비난은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에르큘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13명 용의자의 스토리를 짧은 영화 안에서 전부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뚝뚝 끊겨 진행되는 사건 해결 과정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영화가 끝난 뒤 “그래서 걔가 누구였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집중력을 높여준다. 좋은 의미는 아니다. 이해되지 않았는데 뚝뚝 끊겨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내용 때문이다.

또 추리영화의 핵심인 반전이 흥미롭지 않았다. 뻔한 내용의 고대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했다지만 세련된 연출과 캐릭터들에 비해 용의자를 밝히는 장면은 너무 심심했다. 그 장면이 바로 반전이었기 때문이다. 추리과정은 뒤죽박죽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결과 또한 급하게 끝내버린다. ‘응? 그래서, 이게 다야?’라는 생각만 들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팬으로서 이번 2017년 판 ‘오리헨트 특급 살인’은 아쉬울 뿐이었다. 러닝타임이라도 조금 더 길었더라면 그나마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스토리를 전부 풀어주며 관객들을 이해시켜주기엔 시간적 압박감이 보인다. 영상미가 돋보인 예쁜 영화로는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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