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춘, 임용고시생을 만나다-2회 / 김혜영

임용고시를 앞두고, 무책임한 정책과 통보 속에 내쫓긴 예비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많은 고시 중에서도 ‘교사’를 택한 그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냉담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임용고시생 보영(가명)을 찾아 인터뷰를 부탁했다. 두 번째 이야기다.

 

▲ 일러스트=정다은 기자 panda157@weeklyseoul.net

 

‘임용 절벽’ 문제와 교육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던 보영은 취업준비생과 고시생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시작은 그의 하루일과였다.

“저는 아직 졸업을 못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까지 하니 바쁘죠. 학교 수업을 듣고, 임용고시 인터넷 강의를 듣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요.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반 까지 학원에 있죠. 일요일에는 과외를 해요.”

그는 쉴 틈 없이 바빠 보이는 일상을 담담하게 말했다.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하루도 없는 스케줄을 들으며 입이 벌어졌는데, 그는 오히려 예전보다 여유로워졌다며 웃었다. 그는 현재 5학년이고, 올해부터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초과 학기를 다닌다는 것은 4학년 내에 졸업학점을 채우지 못했다는 뜻인데, 왜 지금보다 예전이 더 바빴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초과 학기는 학교생활을 여유롭게 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사범대가 없어서 따로 교직이수를 해야 해요. 본전공인 교육학과의 졸업요건, 국문학과를 복수전공을 하는 데 필요한 졸업 요건, 교직이수를 하는 데 필요한 졸업 요건. 이 모든 것을 합치면 4년 안에는 도저히 졸업할 수가 없죠. 저는 휴학도 한 적이 없고, 어떻게든 빨리 졸업을 하고 싶어서 계절학기도 매번 들었어요. 방학도 없이 보냈는데 4년 안에는 되지 않더라고요.”

그의 학교생활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것 이상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등록금이다. 초과 학기는 학교생활을 여유롭게 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어디서도 장학금을 주지 않고, 등록금 전액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그는 사실 4년 내내 많은 학점을 들어서 초과 학기를 한 학기만 다니면 됐다. 그런데, 듣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2분의 1, 3분의 1, 6분의 1까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점을 적게 들으면 등록금도 저렴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남은 학점을 나눠서 1년을 더 다니게 되었다. 계절학기까지 활용해서 최대한 비율을 따지고 연구한 끝에 최대한 등록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어요. 다들 5학년이라고 부러워하거나 한심하게 바라보지만 어쩔 수 없죠. 저는 그동안 일정 성적을 유지하면서 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아왔는데, 초과 학기는 아무도 주지 않더라고요.”

초과 학기는 비단 교직 이수를 하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인턴 생활을 하고, 스터디를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교수의 재량으로 취업준비생이 수업을 적게 듣도록 해주는 배려가 있었지만, 요즘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초과학기를 다니면서 인턴 등의 취업 준비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학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울 수 있다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학교를 다니는 데도 돈이 들고, 취업 준비를 하는 데도 돈이 들어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는 ‘쓰리잡(three job)’ 인생이 대학생활이다.

거기다 지친 몸 하나만 겨우 뉘일 수 있는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이 많다. 필자도 옥탑방과 지하방을 전전했지만, 유독 집값이 비싼 학교 근처에서 집을 구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황이다. 보영도 현재 고시원보다는 넓은 원룸에서 생활하며 그 정도의 집을 구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 집에 공부하거나 쉴 수 있는 개인공간이 전혀 없어서 자취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구한 집은 너무 좁은데다가 빛도 들어오지 않고, 방음이 되지 않아 함부로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옆방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우울증까지 걸렸던 것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새 집을 알아보았는데, 하나같이 비싼 보증금이 필요했다. 결국 방학동안 계절 학기를 다니면서 과외를 두 세배로 했고,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래봤자 코 묻은 돈으로는 구할 수 있는 집이 제한되어서 직접 발로 뛰어가며 모든 부동산을 다 돌아보았다. 결국 룸메이트를 구해 보증금을 반씩 부담하고, 예전보다는 나은 방을 구하게 됐다. 벌레도 많고 둘이 살기에는 여전히 좁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은 집이라 만족한다며 웃었다.

“학원비용은 어머니가 도와주시고, 저는 과외로 생활비랑 인터넷강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어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서 고시를 준비할 생각도 있었지만, 저는 사범대가 아니어서 임용고시에 관한 아무 정보가 없었죠. 사범대에서는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대학은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서 할 수가 없어요.”

그는 대학의 교직 과정이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범대를 제외한 대학은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가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다. 임용 시험이 계속 바뀌는 만큼 교직 과정도 변화해야하는데,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다. 그렇게 찾은 학원은 또 수백 명, 수천 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 한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경쟁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장에 많은 청춘들이 고시로 모였기 때문이다. 개인자리도 별로 없는 학원에서 숨 막히게 공부하는 고시생들의 모습은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 칸과 같은 그림이다. 그런데, 힘겹게 고시를 통과하고 선생님이 된다고 해서 열차의 문이 열리지는 않는다.

“교생 실습 때도 아이들한테 성희롱을 당했어요. 갑자기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건 일상이었죠. 외모 평가, 몸매 평가의 말들도 간접적으로 수없이 들었어요. 교사가 된다면 이런 문제가 저를 가장 힘들게, 지치게 하지 않을까요.”

교사 인권의 문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수없이 들리지만, 거기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여성 교사의 인권이다. 여성 교사가 불법촬영(몰래카메라), 성희롱, 남학생들의 단체 자위 사건, 외모 품평을 당했다는 일들이 계속해서 고발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평등주의인 페미니즘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는 것은 환경적으로,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학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가르칠 수는 없다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고전소설에 수많은 영웅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여성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인데도 단아하고 여리고 아름답고 청초하게 외향 묘사가 된다. 여성이라서 능력이 뛰어나도 많은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전장에서 적장의 목을 베어와도 가정에서는 무능력한 가부장의 지배를 받는 아녀자일 뿐이다. 현대소설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성이 주체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 않고, 남성 인물의 서사를 위한 곁다리 인물로 등장하거나 남성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는 교과서가 완벽하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유도하면서, 스스로 부당한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인간에게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양립하는 데서 회의감이 들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희망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데, 자신에게는 그 방법이 교육이었다고.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자신이 만나는 학생 한 명이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교사가 자신의 할 일만 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아가면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들을 매일 만나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업무가 과중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지치면 그런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떠올릴 마음가짐이 있다고 했다. 미래의 교사를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나아가고 있을 청춘, 임용고시생 보영의 마음가짐을 끝으로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글을 보고 있을 수많은 청춘이 위로받기를 바라며.

“학생들에게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교사보다는, 내가 먼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돼서 그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학생들이 저를 보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먼저 제 자신을 지키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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