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골목, 숨겨진 보물창고가 있다
창신동 골목, 숨겨진 보물창고가 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12.19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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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동대문문구완구거리

동대문문구완구거리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문구·완구 전문 시장이다. 1960년대 동대문역 앞에서 출발,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처음에는 문구류가 주를 이뤘지만, 업종을 확장한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국내 최대 문구·완구 전문 시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문구·완구뿐만 아니라 체육용품, 판촉용품, 앨범, 미술서예용품, 파티용품 등을 시중보다 저렴한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바로 받아 중간 이윤이 없는 유통 구조를 가진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국산 제품 외에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품과 추억의 문구완구를 만나 볼 수 있다.

 

 

역시 동대문엔 사람이 많다. 평일 낮이지만 바글바글 하다. 거리를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정도다. 시장이 밀집되어있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아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초 대목을 맞아 더욱 분주하다.

택배를 옮기는 택배차가 시장 한복판에 줄줄이 서있다. 노란 택배상자를 빠르게 옮기는 택배기사들. 바쁜 상인들의 얼굴은 싱글벙글하다.

다른 시장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 장난감, 인형 등이 주력 상품이라 그런지 활기차다. 상점 앞으로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진열해놔 시각적으로도 즐겁다. 진열된 장난감들은 지나가던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엄마 나 저거 사줘~” 이곳저곳에서 생떼 쓰는 소리가 들린다. 한번 발길을 멈춘 아이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는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부모들은 아이를 번쩍 안고 가거나 두 손 두 발 들고 항복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채로운 장난감과 인형들이 워낙 많다보니 어른들도 상점 앞에 서서 잠깐 동심으로 돌아가 추억 속으로 퐁당 빠질 정도다.

 

 

옛날에 비하면 인형들도 많이 예뻐졌다. 더 실물 같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장난감도 마찬가지. 이젠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 똑똑해지기까지 했다. 단순한 애들 장난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어른들의 시선도 강탈할 정도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새삼 느껴진다.

특히 RC(radaio control)제품들이 발달하면서 그 종류 역시 무척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게 드론이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 신드롬이 불고 있다. 방송 촬영도 드론이 맡는다. 드론 국가자격증까지 생겼으니 말 다 했다. 요즘엔 학교에서 드론 수업도 한단다. 초등학생들에게도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드론 외에 RC카, RC비행기 등도 보인다. 이곳에서도 그 인기를 반증하듯 RC제품을 많이 팔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파티용품, 크리스마스 장식, 트리를 파는 곳도 많이 보인다. 반짝반짝한 조명과 장식들. 트리만 봐도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아 설렌다. 트리를 꾸미는 재료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모자와 장갑도 많이 보인다. 겨울특수를 노린 방한제품들이다. 귀까지 감싸는 모자, 마스크, 장갑, 복면, 귀마개 등 아이용부터 어른용까지 그 종류도 많다. 특히 어르신들이 방한제품을 많이 사신다. 손에는 검은 봉지가 하나둘씩 들려있다.

 

 

그렇게 구경을 하며 중앙까지 들어가니 커다란 곰 모형이 보인다. 그 바로 위에는 커다란 고릴라 모형도 있다. ‘동대문문구완구거리’ 팻말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시장을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틀림없다. 시장과 잘 어울리는 컨셉트다.

워낙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동대문. 바로 인근인 이곳도 마찬가지다. 가게마다 외국인들의 발길이 멈춰선다. 저렴한 가격, 쉴 새 없이 눈이 돌아간다. 상인들은 투박하지만 친숙한 영어 몇 마디로 흥정을 한다. “투싸우전원~ 베리 칩, 베리 칩!!” 친절하고 흥 많은 상인 덕에 외국인손님도 웃음꽃 만발. 대부분 상인들은 장사를 위한 최소한의 영어가 가능한 것 같았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서 기본 영어 회화는 필수인 듯.

시장 중앙, 세 갈래로 길이 갈라진다. 직진을 하면 문구제품들이 더 많이 보인다. 사무용품, 팬시용품, 미술용품, 포장용품 등. 대학 다닐 때 디자인 과제를 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다. 조별 과제였는데 원하는 재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원하던 재질의 종이와 아크릴판, 폼보드 등을 샀었다. 구하기 어려울 줄 알았으나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미술용품도 굉장히 저렴하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미술용품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 하지만 이곳은 도매가격으로 판매하기에 똑같은 회사의 제품이어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예전에 화방에서나 샀던 고급 색연필 세트를 이곳에선 거의 절반 가격에 팔고 있다. 살짝 배가 아프다. 다음엔 이곳에 들러 알뜰하게 구매해야겠다.

중앙에서 우측 골목으로 가면 컴퓨터 부자재와 팬시 종류가 있다. 택배차량이 많이 오간다.

그 반대 골목에선 미술용품, 사무용품 등을 판다. 그 바로 옆 골목엔 인쇄상점들이 있다. 명함, 스티커, 전단, 각종 인쇄물 등을 취급한다. 포장, 종이를 파는 시장 옆에 붙어있는 이유다.

보물창고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인형, 장난감, 로보트, 학용품… 어린 시절 로망이다.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현혹시키는 보물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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