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도 ‘세운청계’도 ‘다시 세운’ 되려면 멀었다
‘세운’도 ‘세운청계’도 ‘다시 세운’ 되려면 멀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12.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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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서울시 ‘다시 세운 프로젝트’ 세운청계상가

2015년 서울시에서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자‧전기 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세운상가를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부활시킨다는 목표였다.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선 뒤 낙후되고 침체된 세운상가. 완전히 철거하는 대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모습은 유지하며 건물과 주변을 리모델링해 지난 9월 18일 재개장했다.

세운상가는 1968년 ‘세계의 기운이 모이다’라는 뜻을 가진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이자 40년 전통의 전자상가다. 오래된 전통만큼 수많은 기업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TG삼보컴퓨터, 한글과 컴퓨터, 코맥스도 모두 여기서 시작됐다.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 각종 전자제품과 컴퓨터 및 컴퓨터 부품 등을 취급하던 곳으로 1987년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불법 복제의 온상이었다. 또 각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소년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모여들었던 장소이기도 했다. 리모델링 후 ‘데이트 명소’ ‘실내 데이트 장소’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지’ 등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번 세운상가 투어에 이어 바로 뒤편에 있는 세운청계상가 탐방을 위해 다시 종로를 찾았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어디든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종로 3가. 역시나 사람이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밖으로 나와 조금 걸으니 나오는 세운상가 앞 광장. 지난 번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텅텅 빈 채 찬바람만 몰아친다. 넓은 공간, 만들어놓았으면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그래야 세운상가도 ‘다시 세운’이 될 수 있을 텐데.

 

 

일단 광장 바로 앞에 있는 세운상가 건물로 들어간다. 4층까지 올라간 다음 복도를 따라 주욱 걷다보면 세운교가 나온다. ‘다시 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세워진 다리다. 청계천 위를 지나면 세운청계상가가 나온다. 세운교 아래 청계천 변엔 상점들이 주욱 늘어서있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점심시간이 지나 가장 활발한 시간이다.

세운교는 세운상가를 둘러본 뒤 세운청계상가까지 둘러보게 하는 산책로 형태의 연결고리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평일 낮이어서인지 상인들 말고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드물다. 효용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일부 상인들은 4층까지 올라가기가 귀찮아서인지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무단횡단을 감행한다.

 

 

1층에 비해 한적하다. 4층부터 천천히 내려가 보기로 한다. 액자를 파는 상점이 나온다. 4층 외곽 쪽은 예술거리 같은 느낌이다. 닫혀있는 상점이 대부분이었지만 셔터문조차 예쁘게 꾸며져 있다. 청년 인재개발을 위한 공방들이 들어서 있어서인지 곳곳에서 젊은 손길들이 느껴진다. ‘그래 이게 리모델링이지.’ 오래된 건물을 굳이 고치지 않아도 이런 작은 시도들로 상가 전체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카메라에 담는다.

3층으로 내려간다. 노래방기계와 오락기계를 파는 상점이 주를 이룬다. 중고제품도 보인다. 요즘엔 오락기들도 많이 세련된 모습이다. 집에 들여놓고 싶을 정도로 예쁜 하얀 색의 오락기. 몇몇은 새 주인을 만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동전교환기도 있다.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오락실에서 주로 사용된다. 얼마 전까진 인형뽑기방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 들어선 오락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즐길 거리가 많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일 게다. 추억의 오락프로그램들이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인기를 모은다. 코인노래방도 유행이다. 오락기처럼 동전을 넣으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약 1∼4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방이 작다는 것이다. 노래방도 혼자 다니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혼밥, 혼술이 유행하더니 노래방 역시 부담 없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코인노래방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동전교환기가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2층은 가전제품 매장이다. 상가 상인들이 이용할 법한 자그마한 크기의 슈퍼마켓도 있다. 가전제품 층에는 스탠드, 음향기기 등이 있다. 사실 층별로 파는 제품들이 완벽하게 나뉘어 있는 건 아니다. 겹치는 제품들이 많다. 계단마다 무슨 가게들이 있는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확인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

 

 

스탠드를 파는 상점은 유난히 환하다. 그 빛이 1층까지 이어진다. 1층은 LED를 파는 곳이 많다. 알록달록한 LED덕에 어두운 1층의 외곽이 밝다. 손님 왕래가 그나마 가장 많기도 하다. LED외에도 난로, 히터, 냉장고, CCTV 등 세운상가와 비슷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물건을 옮기는 상인들로 통로가 정신없다. 통로가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려면 불편하다. 서로서로 양보해주며 지나다녀야한다.

외곽 건너편엔 용접 등을 하는 공업소가 많다. 그 옆에서는 볼트, 너트, 공구, 케이블 등을 판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곳은 입구 쪽에 있는 전등 가게다. 고급스럽고 다양한 전등이 많다.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구색 때문인지 실내가 따뜻해 보인다. 자꾸만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전체적으로 세운상가와 비슷한 분위기다. ‘살아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시 세운’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한적하고 을씨년스럽다. 세운상가에 이어 세운청계상가도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더 많은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획기적인 기획과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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