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닿는 곳마다, 말 리고 말리고
햇볕 닿는 곳마다, 말 리고 말리고
  • 전라도닷컴 남인희·남신희 기자
  • 승인 2018.01.03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라도닷컴> 강변에 사람꽃- 김연임 할매 집마당

 

그 집 마당에 낮달 떴다. 크고 작은 반달들로 온 마당이 환하다. 김연임(82·임실 덕치면 천담리 구담마을) 할매 댁.

눈길 닿는 곳마다 온갖 말리는 것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채반이며 바구니며 장독뚜껑이며 널빤지며 종이박스며 말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살림살이라면 다 동원됐다. 얍실하니 곱게 조각낸 호박 쪼가리들은 작은 몸뚱아리에 온통 햇빛을 쟁이고 있다. 바람도 쓸어 담는다.

“가실인게 말릴 것이 모다 많애.”

썰고 자르고 삶고 말리고 뒤집어주고…. 이 모든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자식들 입에 넣어줄라고.”

“인자 늙은게 일 다 덜어불고 안 혀.”

‘안 혀’라고 말하는 일의 내역이 그집 마당에 저렇듯 끈질기게 이어져 있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날, 아무것도 말리지 않는 빈마당이란 얼마나 버석버석한가. 어매가 호박고지며 가지며 온갖 것들을 말리는 동안, 그집마당은 고실고실 양명하고 윤기난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다큐감독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