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강변에 사람꽃- 김연임 할매 집마당

 

그 집 마당에 낮달 떴다. 크고 작은 반달들로 온 마당이 환하다. 김연임(82·임실 덕치면 천담리 구담마을) 할매 댁.

눈길 닿는 곳마다 온갖 말리는 것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채반이며 바구니며 장독뚜껑이며 널빤지며 종이박스며 말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살림살이라면 다 동원됐다. 얍실하니 곱게 조각낸 호박 쪼가리들은 작은 몸뚱아리에 온통 햇빛을 쟁이고 있다. 바람도 쓸어 담는다.

“가실인게 말릴 것이 모다 많애.”

썰고 자르고 삶고 말리고 뒤집어주고…. 이 모든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자식들 입에 넣어줄라고.”

“인자 늙은게 일 다 덜어불고 안 혀.”

‘안 혀’라고 말하는 일의 내역이 그집 마당에 저렇듯 끈질기게 이어져 있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날, 아무것도 말리지 않는 빈마당이란 얼마나 버석버석한가. 어매가 호박고지며 가지며 온갖 것들을 말리는 동안, 그집마당은 고실고실 양명하고 윤기난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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