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촛불정신과 표심 잃지 말고 협치로 돌아가야”
“현정부, 촛불정신과 표심 잃지 말고 협치로 돌아가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1.05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이른바 ‘갑질’ 문제, 시스템의 문제일까 단순히 인성 문제일까.

▲ 우리사회의 왜곡되고 잘못된 사회시스템이 문제다. 각계각층에 만연된 갑질 행태, 특히 대기업들이 심하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게 행하는 갑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갑질이 더 많다. 대기업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극구 막으려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사회는 갈수록 가진 자와 없는 자, 높은 자와 낮은 자, 빈부격차 등 극단적 양극화로 가고 있다. 70여 년간 ‘비정상이 정상’이었던 대한민국을 촛불정부가 바꾸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하도급 공정화와 전속거래 부당강요 등을 막는 한편 대기업 보복에 대한 배상의 길을 터놓았다. 그동안 대기업 입장만 편들어온 공정위의 전유물이던 전속 고발권한도 없애고 근본적인 시스템 개조를 하고 있다.

 

- 좀더 상세히 얘기하자면.

▲ 강자와 약자 간에 벌어지는 경제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 거대인력과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업체를 압박해 다른 업체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묶는 ‘전속거래 강요행위’를 해왔다. 자유거래를 제한하는 하도급법상 위법행위는 앞으로 모두 금지된다. 대기업의 소규모 하도급업체에 대한 담합공동행위 부당규정도 문제다. 소비자 이익을 해칠 이유가 없는 한 담합규정적용을 함부로 못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기술 빼가기다. 대기업의 야비하고 파렴치한 이런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보호가 확고하게 이뤄져야 경제도 발전한다. 이런 위법이 발견될 경우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손해배상범위도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대폭 확대됐다.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검찰고발도 가능하다. 또한 대기업에 유리한 유통 3법인 가맹법과 유통법, 대리점법에 대한 고발권을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신분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한국사회가 산업구조나 여러 측면에서 옛날보다 더 후퇴했다는 의미다. 두 번째, 신분상승 기회가 줄어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하층계급사회로 변화하는 이중적 측면이 있다. 특히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 지난 번 정년퇴임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65세인 나는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에 자란 세대다. 일찍부터 독재정권에 저항운동을 하면서 감옥도 가고 별짓 다했지만, 오히려 그 세대가 가장 선택받은 세대라고 말했다. 만약 내가 30년 전에 태어났다면 일제 때나 해방 후에 죽고 없어졌을 것이다. 반대로 30년 후에 태어났다면 풍요세대가 될지 모르지만 요즘 청년들처럼 스펙전쟁에 치여 살았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면에서 우리세대가 가장 선택받은 세대라고 본다. 한때 우리 사회에 ‘학벌철폐사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학벌주의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철폐해야 한다는 진보적 운동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자진해산 했다. 더 이상 학벌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본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학벌은 불필요해졌다. 그래서 학벌철폐운동이 자동폐기 된 것이고 신분사회가 고착화 됐다.

 

- 교육에도 자본논리가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이다.

▲ 예전에는 부모를 잘못 만났어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본인이 똑똑하면 얼마든지 신분상승이 가능했다.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해진 사회가 됐다. 서울대 나와 입사시험에 떨어지는 것보다 부모 잘 만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기회도 없어졌다. 과거에는 좋은 학교에 가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했다. 갈수록 교육이 자본집약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간혹 환경미화원 자녀들이 과외 한번 안 받고 수석 합격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그건 한 두 사람 얘기다. 서강대만 해도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좋은 집안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자본의 힘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척도가 됐다. 정책적 의도와 정책적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평준화다. 이 정책은 오히려 주거환경에 따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만들었다.

 

- 교육의 기형적 계급화 문제도 심각하다.

▲ 강남 8학군 현상이 그렇다. 강남의 일반 고등학교 학생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에 갈 확률이 강북의 일반학생보다 30배 높다. 교육이 돈과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불가능해졌다. 근본적으로 교육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렵다. 인사청문회에서 자식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문제가 툭하면 걸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사견이지만 통합학군제를 만들면 이런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를 네 등분으로 나누어 강남과 강북을 같은 학군으로 묶는 것이다. 강남학생을 강북으로 보내고 강북학생을 강남으로 보내는 교육체계를 만들면 된다. 혁명적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이미 1960년대에 그렇게 했다. 흑인학생을 백인학교에 보내고 백인학생을 흑인학교에 보냈다. 당시는 버스에 흑인이 타면 백인 무장단체인 KKK단이 기관총으로 사살하는 등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때였다. 한국도 미국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에게 평준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중병이 든 사회다.

 

- 종교과세를 둘러싼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 그만큼 교회 내에 보이지 않는 돈이 많다는 반증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예 폐기했으면 좋겠다. 1월에 과세를 시행한다지만 지금과 같은 누더기 징수법으로 추진한다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낫다. 좀 더 새롭고 다른 차원의 법체계를 가진 상태에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행해도 다분히 형식적일게 뻔하다. 과세 예외조항들을 조목조목 만들어서 빠져나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종교과세를 하려면 최소한 법 앞의 평등과 다른 업종과의 조세평등 형평에도 맞아야 한다. 외국의 글로벌 과세표준에 맞춘 조세대원칙이 선행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누구는 빼주고 누구는 과세하는 방식은 안 된다. 무엇보다 이런 조악한 과세안을 만든 정치인들이 문제다. 다음번 선거에서 이들을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 현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큰 틀에서의 방향은 잘 잡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에 두 가지 고언을 한다면 그 하나는 표심을 잃지 말고 촛불정신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가 협치(協治)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시민과 같이 만들었고 정치권의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와 안철수, 유승민도 함께 만든 것이다. 이런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이겼으니 모든 것을 혼자서 단독으로 하겠다는 자만은 금물이다. 촛불혁명을 독점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정신을 토대로 해서 이어갈 때 문재인 정부를 성공하게 만들고 대한민국 촛불혁명도 성공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길로 발전해 갈 수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