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1810년은 조선 후기 순조10년으로 경오(庚午)년이었습니다. 그때 49세이던 다산은 10년째 귀양살이로 다산초당에 있는 자신의 거처이던 동암(東菴)에서 학문연구로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가을을 맞습니다. 그날은 입추(立秋)가 지나 가을바람이 살랑거리자, 고향의 아들이 생각나 긴긴 가계(家誡:아들에게 내리는 가훈의 편지)를 썼는데, 하필이면 처서(處暑)날이었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자 고향생각, 자식생각이 날만도 하던 때였습니다.

500여 권이 넘는 다산의 저서, 어느 것 하나 값지고 귀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아들들에게 내려주는 가훈이자 교훈의 글인 ‘가계’야말로 인간 삶의 도리를 참으로 깊고 넓게 밝혀준 성인들의 잠언 같은 글입니다. 그중에서도 처서 날에 쓴 글은 의미가 유독 깊어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입니다.

“임금을 보좌하는 방법이란 임금에게 존경을 받도록 해야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임금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지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事君之法 要爲君所敬 不要爲君所愛 要爲君所信 不要爲君所悅)”라고 말하고는 “아침저녁으로 가까이 모시고 있는 사람은 임금이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며, 시나 글을 잘 읊는 사람도 임금은 존경하지 않으며, 글씨를 민첩하게 잘 쓰는 사람, 얼굴빛을 살펴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툭하면 벼슬을 그만두겠다는 사람, 품위가 장엄하지 못한 사람, 권력자에게 이리저리 붙기를 좋아하는 사람 등을 임금은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여 어떻게 처신하는 사람을 임금이 존경하는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임금이 존경하는가를 요령 있게 설명합니다. 맨 먼저 언로(言路)를 열어 임금과 소통이 제대로 되는 사람이 임금의 존경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언관(言官:민정을 보고하는 벼슬)의 지위에 있을 때는 날마다 적절하고 바른 의론(議論)을 올려서 위로는 임금의 잘못을 공격하고, 아래로는 숨겨진 백성들의 고통이 알려지게 해야 한다. 또 사악한 짓을 하는 공직자는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때는 지극히 공정한 마음으로 직책을 수행하여 탐욕스럽고 비루하고 음탕하며 사치하는 일에는 당연히 손을 써서 조치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의리를 인용해서는 안되고 자기편만 편들고 다른 편은 공격해서 엉뚱하게 남을 구렁텅이 속에 밀어 넣어서는 안된다”

정직하고 공정한 직책수행으로 임금을 보좌하는 공직자가 임금의 존경을 받는 것이지, 지공지심(至公之心)은 버리고 당동벌이(黨同伐異)로 치우친 마음의 소유자는 임금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출범 원년을 맞았습니다. 이 정부가 어떻게 세워진 정부인가요. 5천만 국민이 조바심을 못 버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옛날의 임금이 지금은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의 총애나 받고, 비위나 살펴 기쁨조가 되어서야 국민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다산의 뜻에 따라 임금의 존경받는 공직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산해’에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첫 번째의 주문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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