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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깡패가 말한다, “청춘들아 절대 너희 잘못이 아냐”

<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내 깡패 같은 애인’ (2010년 개봉)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8.01.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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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포스터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라고 한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수많은 청춘들은 오고갈 데가 없다. 갈 곳을 잃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늘도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대기업 취업도, 청춘 여행도 꿈꿀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을 알아주고 받아줄 곳을 찾는다. 이렇게 계속되는 취업난에 청년들의 열정이 식고 있다. 취업난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언제쯤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그려낸 작품이 있다. 약 8년 전 개봉했던 영화. 그 시절엔 취업과 관련이 없던 나이여서 공감대도 없이 무심하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았더니 절절하게 와 닿았다.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감독. 2010년 개봉)’이다.

싸움 하나 제대로 못하지만, 입심 하나는 끝내주는 삼류건달 동철(박중훈). 예전만큼 실력발휘는 못하지만, 아직 건달의 자존심만큼은 살아있다. 어느 날 참하게 생긴 여자가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깡만 센 여자 세진(정유미). 전에 일하던 회사의 부도로 늦은 나이에 취업 준비생이 되고 여기저기 지원하지만 매번 떨어지기 일쑤. 나름 탄탄한 스펙을 갖고 있지만 지방대 출신 그리고 다른 취업 준비생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는 게 걸림돌이다. 매 끼니를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알바하랴, 면접 보러 다니랴 바쁜 그녀. 동철은 그런 그녀가 자꾸 신경이 쓰여 챙겨주게 된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스케일 작은 전형적 한국 영화다. 사람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준비도 해보고, 산전수전 겪으며 이 시대를 살아내는 청춘들이나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다.

세진은 매번 떨어지는 면접 때문에 기가 죽어있다. 그 모습을 본 동철은 “테레비에서 보니까 그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 부수고 개지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그게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착한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한 거야 당당하게 살아”라고 위로한다. 지극히 맞는 얘기. 사회가 잘못됐고,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것인데 그게 청춘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꿈을 키우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 보니 대다수 청춘들은 능력 없는 백수가 되고 마는 것이다.

동철은 단순한 깡패가 아니다. 축 처진 청춘들에게 ‘너의 잘못 아니다’ ‘힘내라’ 조언해주고 위로해준다. 세진 뿐 아니라 조직에 들어온 막내 재영(권율)에게도 새 삶을 열어준다. 그는 어린 나이에 조직생활에 발 담근 재영이 안쓰러워 “재영아, 가라. 차라리 다른 일을 해”라며 “기술이 없으면 세차라도 해. 그리고 밥 떳떳이 먹어”라며 그를 내보낸다.

“한 애가 있어요. 근데 그 애는 나랑 정말 다른 애에요. 근데 가만 놔뒀다간 나처럼 되겠더라고요. 그게 아까워요. 그래서 걔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나는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저 이러고 있는 거예요. 이러고 있는 게 걔를 도와주는 거예요.”

1차 서류 전형에 붙고 2차 면접을 봐야 되지만 지친 세진은 포기한다. 하지만 동철의 설득으로 맘을 돌린다. 면접 시간에 늦을 뻔했지만 동철이 면접장에 가서 깽판을 벌이며 시간을 벌어준다. 그러면서 남긴 대사다. 그는 청춘들에게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충고하고 응원해준다.

 

▲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컷

 

동철을 맡은 배우 박중훈. 그는 맡는 역할마다 반전의 매력과 따뜻한 웃음을 준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동네 아저씨, 옆집 삼촌 같다. 특히 이 영화에서 그런 그의 매력이 절정을 이룬다.

정유미는 매번 떨어지는 면접에도 굳세게 살아가는 취업준비생 세진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현재는 국민 ‘윰블리’로 사랑받고 있지만 영화 개봉 당시엔 이름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 소탈하고 당당한 매력의 세진은 정유미였기에 가능했다.

영화 제목과 장르를 보면 로맨스 코미디물이지만 내용은 전혀 아니다.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삼류 깡패가 지치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따끔한 충고이지, 따뜻한 위로, 열렬한 응원의 메시지다. 보는 내내 울컥한 감동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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