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세계는 지금 가짜뉴스와 전쟁’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참으로 오랜 세월 악습으로 진행되는 패악한 ‘가짜뉴스’의 폐해를 언제쯤 차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독일에서는 가짜뉴스 차단을 위해 법률의 제정으로 맞서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미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는가를 소상하게 보도해주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분 사이에 24회의 사실과 다른 말을 퍼부었고, 1년 사이에 1950번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가 막히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짜뉴스 역사도 멀고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종14년이던 1519년 ‘기묘사화’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위대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정암 조광조가 30대에 사약을 마시고 죽어가야 했던 가짜뉴스 파동의 역사였습니다. 50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바로잡아지지 않는 인류의 불행한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 또한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피해자였습니다. 옛날의 친구로 당시에 높은 벼슬자리에 있던 김이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산이 당한 아픔을 읽을 수 있습니다.

“홍이배(洪李:홍희운·이기경)가 소인(小人)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들이 소인짓(가짜뉴스 만들기)을 했던 실상을 한마디로 밝히겠습니다. 과거 경신(1800)년 정조대왕이 붕어하였을 때 홍이배가 멋대로 표방하여 ‘사흉(四凶) 팔적(八賊)’의 명목을 꾸며내서 저희 편의 두 늙은이와 권력자 중의 두 재상을 사흉에 충당하고, 저희 편의 네 사람과 권력층 중의 네 사람을 팔적에 충당시키고서, 옛날의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모방한 내용으로 표방하여 저희 편과 권력층의 노론들에게 유언비어(流言蜚語)로 선동하기를 아무아무 등의 사당(邪党)들이 이 명부를 만들어 정조의 장례 전에 사흉·팔적으로 지목된 사람은 모두 죽이려고 한다‘라고 선동하니, 귀가 무른 노론들은 팔을 걷어붙이며 격분하였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드디어 몇 달 뒤에 큰 옥사(獄事:신유옥사)가 일어났던 것입니다.”(與金公厚履載書)라는 편지 내용입니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던 다산 일파들을 한없이 신뢰하고 믿으며, 그들과 함께 국가개혁을 추진해가던 개혁 군주 정조의 급작스러운 붕어로, 진보와 개혁을 미워하고 싫어하던 보수 노론세력은 기회가 왔다 여기며 가짜뉴스를 증거삼아 반대파들을 일망타진하던 비극의 한 장면을 다산이 설명한 내용입니다.

이가환(李家煥)·권철신(權哲身) 등 당대의 개혁적인 석학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정약전(丁若銓)·정약용 등 탁월한 학자들이 귀양살이로 생을 마쳐야 하는 비극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런 개혁의 좌절이 끝내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가짜뉴스의 해악이 얼마나 컸던가를 웅변으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몇몇 음사(陰邪)한 무리들이 입을 놀려 10여 년 동안 근거 없는 말로 선동·현혹하여 권력층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였으니, 저 권력자들이 어떻게 공(公:이가환)의 무죄함을 알겠는가. 평소부터 공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옥사가 일어나자 공을 죽인 것뿐이다(貞軒李家煥墓誌銘)”라는 내용에서도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여 공조판서를 지낸 대학자를 죽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1801년 신유옥사는 200년 전의 어두운 중세의 일입니다.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 온갖 정보매체로 쉽게 남을 속일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도 가짜뉴스는 판을 치고 있습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북한군이 파견되어 일으킨 폭동이다”, “JTBC가 보도한 최순실 PC는 조작품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주사파들이 장악했다”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요. 미국·독일에서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다산의 해’인 금년은 다산의 뜻에 따라 가짜뉴스의 폐해라도 막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혜를 짜내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