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장’도 ‘미태극장’도 ‘청년가게’도 있다, 정릉시장엔…
‘개울장’도 ‘미태극장’도 ‘청년가게’도 있다, 정릉시장엔…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1.1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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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정릉시장

 

대부분 시장은 그 마을 고유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때문에 동네 분위기에 맞춰 시장을 꾸려나가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네 주민들을 끌어 들이는 게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서비스가 좋을지, 이벤트는 어떻게 열어야 할지 등.

명성이 자자한 시장들은 이런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세밀하게 분석해 탄탄하게 쌓았다. 덕분에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부인,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곳으로 발전했다. 이런 매력적인 곳 중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 있다. 작은 천을 품고 있는 동네 정릉동에 위치한 ‘정릉시장’이다.

 

 

한파주의보가 떨어진 날. 바들바들 떨며 도착한 정릉. 종로쪽에서 1014번 버스를 타니 ‘정릉시장’ 정류장에 바로 내려준다.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좁은 길, 작은 동네. 신호등을 건너자마자 바로 시장 입구다. ‘정릉시장’이라고 쓰인 알록달록한 간판이 맞이한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시장의 모습. 여태 탐방했던 시장들은 대부분 새롭게 단장해 아케이드까지 설치돼 어느 정도의 범위를 확보했었다. 하지만 정릉시장은 아케이드 같은 현대식 시설이 없다. 덕분에 시장이라기보다는 이웃 동네 같은 분위기. 드문드문 야채가게, 정육점, 수산물가게가 보인다. 비록 시장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간판 스타일을 똑같이 해서 통일감이 들게 했다.

 

 

상점과 상점사이 작은 골목골목에는 맛집이 있다. 비밀의 집처럼 꽁꽁 숨어있지만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구찜, 회, 고기, 순대국 등 파는 품목도 다양하다.

숨겨진 맛집 외에도 길거리 음식이 넘쳐난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꽈배기 3개 1000원, 찹쌀 도너츠 3개 1000원, 팥 도너츠 3개 1000원 등 착한 가격을 자랑하는 가게. 굳이 시장을 보지 않는 지나가는 행인들도 들러 사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 옆 족발가게도 꾸준히 손님을 끈다. 때마침 한 수녀님이 족발을 사고 있다. 족발 대 2만2000원, 중 1만9000원, 미니족 4000원이다.

 

 

시장은 구역별로 테마가 나눠져 있다. 귀여운 캐릭터 모형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시장입구 쪽에는 ‘아자아자길A’, 중간 쯤 들어와 정릉천을 건너는 다리 쪽엔 ‘먹자길B’와 ‘꾸미자길C’등으로 나눠져 구역별로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날이 풀리면 정릉천을 따라 벼룩시장이 열린다. 일명 ‘개울장’. 동네 주민들, 또는 외부인들도 신청만 한다면 참여가 가능하다. 정릉천을 따라 돗자리를 펴놓고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비록 좁은 길이지만 볼거리가 많다고 하니 날 풀리면 한번 찾아와야겠다. 정릉천을 단순히 산책로나 관상용으로 두지 않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니 동네가 더 정겹고 활발하게 느껴졌다.

 

 

정릉천을 건너는 중앙다리 한 쪽엔 박스들이 잔뜩 쌓여있다. 알고 보니 배달 시스템. 장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의 집으로 배송될 물건들이 쌓여있는 것이다. 혹여나 눈, 비 등이 내릴 경우를 대비해 천막이 씌워 있다. 요즘 대부분의 시장들은 이렇듯 배송시스템을 갖춰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학원을 마친 아이들 몇몇이 작은 문구점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앞에 하나씩 있을 법한 문방구다. 요즘 유행인 듯한 캐릭터의 팽이, 장난감, 인형도 판다. 바깥에서 구경하던 몇 아이들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 잠깐 추억에 잠긴다.

 

 

문방구 앞에는 핫도그집이 있다.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추억핫도그 1000원, 점보핫도그 1500원, 모짜렐라치즈핫도그 1500원이다. 도너츠와 꽈배기도 함께 판다.

뿐만 아니라 타코야끼, 떡볶이, 호떡 등 간단히 먹을 만한 길거리 음식이 다양하다. 학원을 마친 아이들도, 장보러 온 아주머니도 허기진 배를 채운다. 뜨거운 어묵 국물을 호호 불어 먹는다. 김이 모락모락, 온몸이 따뜻해진다.

 

 

‘청년가게’도 눈길을 끈다. ‘빵빵싸롱’ ‘파스타펍’ ‘율리아청’ ‘땡스롤리’ 4개의 가게가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참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시장 내에 ‘청년살이 발전소’도 있다. ‘청년가게’들의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해본다.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시장에서 흔히 쓰는 비닐봉투. 그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권장하는 것이다. 챙겨오지 못한 사람에겐 성북구 단체에서 기증한 장바구니를 빌려준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장바구니를 기증할 수도 있다.

 

 

비록 다른 시장에 비해 아케이드 등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진 않았다. 하지만 정릉천을 이용한 ‘개울장’, 또 날이 풀리면 다리 밑에서 진행하는 ‘미태극장’,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청년가게’ 등 많은 프로젝트들을 통해 앞날이 많이 기대되게 한다. 다른 시장들도 이런 참신한 이벤트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시장 뿐 아니라 이웃한 동네도 발전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일석삼조의 프로젝트.

아쉬운 점 한 가지. 아직은 홍보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이 알려져 찾는 사람의 발길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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