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칼럼> 세 아이의 죽음, 그리고 엄마아빠

▲ 이수호

지난해 12월 31일 2시 26분, 젊은이들은 연말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한 밤, 광주 무등산 두암골 마을 영세민 임대아파트 11층에서 4살, 2살, 15개월의 삼남매 세 아기가, 22살의 젊은 엄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불타 죽었습니다. 공단에서 실직한 21살 아빠, 콜센터에서 휴직하고 오로지 세 아이 육아에만 애써오다가 우유 값, 기저귀 값도 마련 못하고 일 년을 버텨온 22살 엄마,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신청에도 탈락, 벼랑 끝으로 내몰린 오늘의 한국 젊은 엄마아빠들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사흘 전에 합의 이혼한 아빠는 집을 나가서 방황하고, 겨우 아이들 잠을 재운 엄마는 혼자 외출해서 헛헛한 마음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 아파트에 돌아와 한숨과 눈물 섞어 담배 한 대 피우다가, 칭얼거리는 막내 달래려고 급하게 피우던 담배 끄면서 꽁초 처리를 잘못해 이불에 불이 붙고, 취한 상태로 발 동동 구르며 남편에게 울며불며 “큰일 났어요. 어서 오세요!” 연락하고, “불이 났어요. 아이들이 있어요!” 119에 신고하고, 연기에 질식한 아이들 구하러 불타는 방에 뛰어들다가 화상 입고 쓰러지고, 그러다가 아이들은 죽고 엄마만 모진 목숨 살아남았습니다.

마치 구할 수 있었는데 고의로 방치한 것처럼, 아니 오히려 철없고 무책임한 젊은 엄마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술김에 불을 지른 것처럼 몰아가는 여론 앞에, 고개 숙인 어린 엄마는 졸지에 살인 죄인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희망을 얘기하는 2018년 새해 벽두 1월 3일, 세 아이 시신은 장례식도 없이 화장터에서 두 번 불태워지고, 그 시간 엄마는 아이들이 질식하며 타 죽은 그 자리 영세민 임대아파트 11층에서, 경찰에 이끌려 현장검증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걱정하고 애타하던 이웃들은, 눈물로 뒤범벅이 된 마스크로 가린 어린 엄마의 등 뒤에서, 말도 잊은 채 혀만 찰뿐이었고요.

그리고 며칠이 지난 8일에 경찰은 방화가 아니라 실화일 것으로 판단하고, 이 불쌍한 세 아이 엄마를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너무도 딱한 사정을 알고 어느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전제로 법률 상담에 나섰지만, 이 엄마는 너무 어려서 잘 모른다며 “나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어요. 자식 죽인 죄인으로 평생 죗값을 치르겠습니다”하며 변론을 거부했다 합니다.

 

▲ 사진=pixabay.com

 

광주의 늙은 시인 김준태도, ‘한 마리 새의 죽음도 천국을 분노케 하거늘!’ 하면서, 울부짖고 있네요.

“아가야 아가야 아가들아 // 내 올해 일흔 한 살 할아버지로 / 너희들의 원통한 죽음 보고 있으려니 / 아 내가 너무 오래 살았구나, 너무도 / 오래 살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 // 아가야 아가야 아가들아 / 광주 무등산 두암골 마을에서 / 불에 타 죽어간 4살 2살 15개월 /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우리의 아가들아 // 이제 나는 동녘하늘에 솟는 / 산, 저 산봉우리들을 쳐다보지 않으련다 / 이제 내가 저 산, 저 산봉우리에 피고 지는 / 꽃들에 대하여 사랑과 어루만짐의 노래를 한들 / 눈입코귀가 다 타버린 너희들에게 무슨 위로가 되랴 / 별보다 더 아름다운 너희들의 웃음을 저 불길이 / 빼앗아갔으니 내 무슨 노래로 천국과 지옥의 / 분노를 슬픔을 달랠 수 있겠느냐 // ... // 너무 오래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 아 이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 흘러가는 물결 위에다 하염없이 놓을 것이다 / 너희들의 하얀 꽃잎 네 장, 두 장, 한 장을 / 너희들의 몸과 영혼을 물결 위에 띄우며 / 운다, 운다, 운다, 운다, 운다, 운다, 운다... // 아가야 아가야 아가들아 / 너희들 먼 나라로 날아가지 말고 / 영산강 흘러흘러흘러 먼 남해바다로 흘러가거라 / 그 바다에서 더 이상 자라지 말고 네 살, 두 살, / 열다섯 달 아가들로만 오래 오래 살아 다오 // 봄바다 어린 숭어 떼들이 / 뛰어오르듯이 그렇게 그렇게 / 온 바다가 되어 살아 가다오 /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 우리의 아가들아!!!”

새해를 맞으며 신문과 방송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꾸미느라, 억울하게 죽은 세 아이와 젊은 엄마아빠에 대해서는 그냥 무심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그래도 새해 특집 기사 가운데는, ‘한 아이를 마을 전체가 키운다’는 공동체 중심 교육과,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우리나라가 인구절벽 현상을 가장 빨리 맞고 있다’는, 우려의 기사도 섞여 있네요. 그리고 ‘촛불정부 과제 1순위는 육아환경 개선’이라는 머리기사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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