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길 ‘위기감’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 이 전 대통령 대 현 정권간 힘겨루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 대해 ‘한풀이 수사’로 규정한 만큼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는 틀을 사용했다. 한계선을 넘으면서까지 강도높게 비난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기자회견을 놓고 다시 한 번 진영간 대결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의 향방과 정치권 요동을 전망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금기까지 깰 만큼 위기감이 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적 절차를 잘 따르겠다”며 여전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 전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현 정부와 MB 정부간 정면충돌로 빠르게 치닫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에 반발해 발표했던 이른바 ‘골목성명’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수 진영의 결집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역풍을 노리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보복 수사, 한풀이 수사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진행될 경우 보수진영 전체가 들썩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측근들을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물으라”고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수많은 질문엔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회피로 일관했던 박 전 대통령과는 또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엔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 측근들이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흙탕물 싸움에 뛰어든 것은 MB 정권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구속된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구속된 ‘MB의 집사’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40년 넘게 관리해 ‘MB 집사’로 불리는 김 전 기획관 구속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모처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성명 발표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측은 앞으로 검찰 수사나 중요한 전환점마다 자신의 입장을 적극 밝힐 것으로 보인다. MB측 법조인 출신 참모들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법적 대응으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법적 절차를 잘 따르겠다”며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과했다. 수사는 이미 이 전 대통령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돈 관리를 맡아 왔던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사건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 관련 수사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 불법 수수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됐는지 등과 관련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핵심 측근 인사들의 진술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건넨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김 전 부속실장도 국정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 일부를 이 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여비로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김 전 기획관까지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을 것이라는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법조계에선 수사 흐름으로 볼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서울동부지검 다스수사팀은 최근 다스 협력사 IM 본사와 관계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통령 기자회견의 핵심은 ‘보수궤멸’ ‘한풀이 수사’ ‘정치보복’ ‘짜맞추기 수사’ 등의 단어로 요약된다.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반박보다는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하다”며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많은 국민은 보수 궤멸과 정치공작,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일방적인 기자회견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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