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강변에 사람꽃- 강변 여기저기 ③ ‘북대미숲 작은도서관’

 

길가에 선 수탉 표지판이 그곳으로 이끈다.

숲길에서 홀연 맞닥뜨리는 도서관. 비밀스럽다. 강경마을 접어드는 길에 있는 ‘북대미숲 작은도서관’(순창 적성면 석산리 7)이다.

조붓한 계단을 내려가 만난 작은도서관은 잠겨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스르륵 열린다.

“이 아름다운 곳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누구나 들어와서 같이 누리자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국어교사 출신인 김인정(60)씨가 지난 2011년 5월 문 연 공간.

“오래 전부터 작은도서관이 꿈이었어요. 마침 이곳의 지명이 ‘북대미’더라고요. 영어로 ‘북(book)’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러니 북대미가 책더미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작은도서관을 이곳에 여는 것이 운명적으로 느껴졌어요, 하하.”

결코 돈 되는 일이 아니라 ‘낭만’과 ‘공공성에의 복무’가 시킨 일이건만, 남편인 화가 김철수(64)씨도 아내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3×7m의 작은 콘테이너로 만든 공간은 사방이 훤히 트여 있어 바깥의 산과 초록을 안에서도 한껏 누릴 수 있다.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고, 잠시 머무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길가의 정자 같은 공간, 숲 속의 작은 옹달샘 같은 공간을 꿈꾸었어요.”

소박하고 작아서 편안하고 평화롭다. 낮에는 하늘을, 밤에는 별빛을 들이고 싶어서 천장에도 창을 냈다.

양쪽 벽면을 채운 책은 1000여 권에 이른다.

“오시는 분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책도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취향의 존중이다.

간판은 보일 듯 말 듯 작다.

“그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길가에 피어 있는 자그마한 풀꽃 같은 간판”이랄까.

“남들은 눈에 잘 안 띄인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그래서 더 좋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주인의 성정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낮시간대에는 그이들의 자유로움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예 얼씬도 하지 않고, 정작 주인은 새벽이나 밤에 우렁각시처럼 드나들며 이곳을 정리정돈한다.

 

 

매화꽃 피고 배꽃이 피어나는 봄날, 갈대가 살랑거리기 시작하고 강물이 유난히 은빛으로 찰랑이는 가을날, 그 좋은 날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뭐라도 꾸리고 싶어 벌써 세 차례 작은음악회도 열어 왔다.

이 모두가 “이곳에 오는 이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고픈” 마음이 시킨 일.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이런 조그마한 문화운동이 민들레 씨앗처럼 퍼져서 세상이 좀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믿어요.”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이곳에서 책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곳에 몇 명이나 온다고 도서관이야”라고.

그런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앞으로도 이 도서관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시라도 마음의 위안과 삶을 살아가는 조그만 생각 하나를 담아갔으면 좋겠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옹달샘 같은, 그리고 언제나 그냥 그곳에 가면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은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다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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