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이 봤는데 질리지도 않냐고? 전혀!!
그렇게 많이 봤는데 질리지도 않냐고? 전혀!!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1.2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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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찰리와 초콜릿공장’(2005년 개봉)
▲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 포스터

TV를 거의 보진 않는 편이지만 영화 채널은 종종 즐긴다. 주말 정오쯤 영화 채널을 켰다. 때마침 또 하나의 인생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개봉)이 방영된다. 가족들은 “매일 봤던 건데 질리지도 않냐”며 한숨을 쉬지만 굳세게 채널을 사수한다. 봐도봐도 재밌는데 어쩌겠나.

좋아하는 영화, ‘인생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성격이다. 아예 컴퓨터에 다운을 받아놓고 심심할 때마다 볼 정도다. 마치 보물 상자에 넣어둔 소중한 보물처럼 말이다. 얼마나 많이 봤으면 대사도 대충 외울 정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들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것들이 많다. 이전에 소개해드린 ‘레옹’도 그렇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64년에 첫 출간된 이후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 받으며 전 세계 32개 국어로 번역, 출간돼 1300만 부 이상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기자 역시 어릴 적 그의 소설들을 보며 자랐다. 그의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것도 가장 인기를 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란다. 상상만 하던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눈으로 볼 수 있다니… 한마디로 대박!

전 세계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조니 뎁) 초콜릿 공장.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운반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공장을 드나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비밀의 공간이다.

어느 날, 윌리 웡카가 5개의 웡카 초콜릿에 감춰진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고 그 모든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제 전 세계 어린이들은 황금티켓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다 쓰러져 갈 듯 한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는 찰리(프레디 하이모어) 역시 초콜릿 공장에 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 하지만 찰리는 1년에 단 한번, 자신의 생일에 딱 한 개의 웡카 초콜릿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당첨될 확률이 희박했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 행운의 당첨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당첨자는 독일의 먹보 소년 아우구스투스. 두 번째는 뭐든지 원하는 건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부잣집 딸 버루카, 세 번째는 껌 씹기 대회 챔피언인 바이올렛에게 돌아간다. 네 번째 주인공인 마이크는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세상에 과시하기 위해 도전에 응해 목적을 달성한 집념의 소유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 쌓인 거리에서 우연히 돈을 주워 웡카 초콜릿을 산 찰리가 다섯 번째 황금 티켓의 주인공이 되었다!!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간 다섯 명의 행운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부모님들. 동화 같은 초콜릿 공장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한편, 찰리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은 웡카의 놀라운 발명품들에는 관심도 없고 한결 같이 욕심과 이기심, 승부욕과 과시욕에 눈이 멀어 자꾸만 문제를 일으킨다.

개봉 당시 기자의 나이 12살.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난생 처음 놀이공원에 놀러온 것처럼 설레고 들떴다. 책을 읽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고 디테일한 웡카의 초콜릿 공장. 한쪽엔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그 옆에선 쾌활한 움파룸파 족들이 거대한 초콜릿 과자 산에 삽질을 하거나, 용머리 모양을 한 설탕 보트를 타고 초콜릿 강을 건너간다. 초콜릿 강가에는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라고, 덤불 속에선 마시멜로우 체리크림이 익어간다. 한창 달달한 걸 좋아할 어린 아이들에겐 천국과 같은 공간인 것이다. 로알드 달이 원작 속에 묘사해 놓은 모든 것을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상상력으로 입체화시킨 영화의 비주얼은 판타지 그 자체다.

커가며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궁금증도 더 늘어갔다. 어디까지가 CG고, 어디까지가 실제일까.

 

▲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 스틸컷

 

팀 버튼 감독은 원작의 묘사와 의도에 충실하게 모든 걸 표현하면서 나름의 해석대로 공간을 재창조했다. 배우들이 실제로 그 속에 들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블루 스크린이나 그린 스크린 촬영에 의존하지 않았다. 가급적 모든 세트를 360도 전 방향에서 다 볼 수 있도록 직접 제작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대부분은 실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보는 세트는 모두 실제인 것이다.

조니 뎁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마치 ‘윌리 웡카는 원래 이렇게 생겼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조니 뎁의 팬이 되었다. 괴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차림새와 표정, 말투로 관객들을 홀리게 했다. 로알드 달의 오랜 팬이었던 조니 뎁은 감독이 팀 버튼 감독이라는 사실만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해 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윌리 웡카란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좋았다. 먼저 무너질 듯한 집에서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사는 착한 찰리. 로알드 달의 부인 펠리시티 달은 “영화를 보면 모든 어린이들은 찰리가 되길 원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는 찰리를 통해 착하게 사는 어린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찰리역을 맡은 프레디 하이모어는 유리구슬처럼 맑고 깊은 눈을 가졌다. 그 깊은 눈은 가난하지만 효성 깊고 착하게 사는 찰리와 딱 어울렸다.

찰리와 함께 공장 견학의 행운을 안은 네 명의 아이들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대회에 나가 우승 트로피를 탈 정도로 경쟁심으로 똘똘 뭉친 소녀 바이올렛 뷰리가드(안나소피아 롭), 자신의 똑똑함을 뽐내고 싶어 안달이 난 비디오 게임 중독자 마이크 티비(조던 프라이), 초콜릿을 너무 좋아해 초콜릿 강의 유혹을 못 이겨 맛을 보려다가 강물에 빠지고 마는 뚱뚱보 아우구스투스(필립 비그라츠), 이기적인 부잣집 딸 버루카(줄리아 윈터)까지. 실제 당시 나이 11~12세 소년, 소녀들의 당찬 연기였다.

13년이 지나 성인이 된 지금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수십번은 본 듯하다. 하지만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가히 최고의 인생영화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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