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 현 정부 입장은.

▲ 촛불정부의 공약사항이 노동 인권의 보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촛불혁명 기운이 뜨겁게 달궈졌던 지난해에 신속히 해결했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올해로 넘어왔다. 박근혜퇴진운동본부가 광화문에서 광장의 시민들에게 10대 국가개혁과제를 밝혔을 때도 2~3순위에 전교조 문제가 들어갔다. 전교조는 과거 정권들로부터 비상식적인 탄압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반작용으로 개혁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만큼은 눈 감고도 풀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2017년에는 모든 문제가 완결되고, 새 정부와 함께 새 교육, 새 학교 개혁에 대한 건설적인 타협과 협의의 장을 기대했다. 문재인 정부 말대로 교육개혁의 동반자였다. 그런데 지금 개혁의 시간표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 대통령 직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 저희는 바로 그 부분을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국회와 사법부를 거론하기 전에 근본태생이 촛불정신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정상적인 권력을 활용해서 적폐청산을 할 수 있는 권능이 주어진 셈이다. 촛불정부라고 스스로 자임하듯 혁명적 조치가 필요한 때다. 의회와 사법부를 거치기 이전에 행정 권력인 직권취소로 마땅히 진행했어야 했다. 이 문제를 수백 차례 지적했다. 대통령은 직권취소라는 법적 명령권을 엄연하게 갖고 있고 행정적 권한 안에서 얼마든지 가동시킬 수 있다.

 

- 왜 안했다고 보나.

▲ 청와대는 전교조 문제를 매우 비중이 높은 정치적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해 무겁게 보는 것 같다. 청와대 일부 인사는 ‘전교조 문제는 마치 정권이 칼끝에 서있는 것과 같다’고까지 했다.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전교조 문제를 북핵, 사드배치와 같은 비중으로 보는 것이다. 그만큼 폭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잠시 비껴가려는 의도다.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고 부담이 적은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읽고 있다.

 

- 지금 전교조 내부 상황은 어떤가.

▲ 지금 해고된 교사만 34명이다. 그중 1명은 해고상태에서 퇴직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쫓겨난 20명은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동조합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교육개혁도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함께 교육파트너십을 발휘해서 학교현장을 바꾸고 학교혁신교육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도 이제 빨리 해결하고 모두 털어버리고 싶다.

 

- 삭발과 단식 투쟁을 이어왔다.

▲ 촛불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236일 동안 청와대와 광화문 광장에서 97일간 천막농성을 했다. 삭발과 단식, 3보 1배, 3000배, 오체투지 등 모든 할 것은 다했다. 새로운 개혁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반면에, 개혁을 제때에 수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그런 아쉬움이 분노에서 규탄으로 바뀐 게 사실이다. 전 정권과 같은 적폐계승 정부라는 비판도 했다. 그 사이에 정부가 해결의지를 간간이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니다.

 

- 교육부의 입장은.

▲ 아직까지 구체적 입장은 없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15개 노동개혁 과제에서 전교조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했고 해결의지를 보였다. 법무부도 유엔인권 UPR 인권보고서에 ILO(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를 비준해서 전교조 문제와 노동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에서도 노동 문제를 재론하는 등 각 국가기관이 노동과 교육현안에 대해 거론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정확하게 전교조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입장표명이 아직 없다. 조만간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 전교조와 여러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치열하게 요구했다. 그것을 정부가 넘겨받았고, 노동부와 법무부가 그런 입장을 내놓는 배경도 적극적인 활동이 반영됐다는 반증이다.

 

- 합법화, 언제쯤 해결이 될 것으로 보는가.

▲ 한국은 지난 1991년 ILO(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해 4개 핵심 노동협약에 비준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협약 중에 87호와 98호가 핵심인데 87호는 노동단결권이고, 98호가 단체교섭권이다. 이런 국제협약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 몇 안 된다. 한국이 그중 하나다. 그 정도로 노동후진국 오명을 쓰고 있다. 20여년이 지나도록 과거 정권들은 이행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노동후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다. 얘기했듯 새로 바뀐 정부와 법무부도 ILO 협약비준을 천명했고, 올해 안에 어떤 형식이든 해결되기를 바란다. 노동자이면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과 단결권, 교섭권 등 노동3권이 없는 특수노동자, 공무원, 교사들에게 보장권한을 주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일이다. 헌법은 하라고 하는데 법률이 제한하고 있다. 이번 개헌정국에서 이 부분을 다시 거론하고 헌법안에서 더 명료하게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노동문제를 보장해야 한다.

 

- 노조가입률도 후진국 수준이다.

▲ 민주국가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조하기 좋은 나라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노조가입률이 10%도 안 된다. 100명이면 10명 미만이다. 90% 이상이 법적보호를 못 받고 있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조합, 있으나마나다. 노동자가 법적보호를 받는 노동조합을 만들려면 노조가입률을 30~40%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당신이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면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말했다. 이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문 대통령도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촛불정부도 노동조합 가입 등 노동조합을 지원하는데 힘써야 한다. 지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책임감을 갖고 좀 더 신속하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교육도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 학교교육은 양극화, 서열화로 변질됐다.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되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극에 달했다. 특권학교와 소수의 자립형 사립학교가 급증했다. 상위 1%를 위한 금수저 학교에 입학하려면 대학보다 많은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이란 거액의 학비가 들어간다. 학부모 소득이 보장돼야만 입학이 가능하다. 이런 기형적 특권학교가 하루빨리 일소돼야 한다. 나머지 99%에게 보편적이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한 상류사회 진입이 가능했다. 현재는 가속화되는 불평등과 소득양극화, 부의 대물림으로 절망적인 벽에 부딪혀 그런 통로가 막혔다. 계층 간 이동이 가능했던 ‘희망사다리’를 걷어 차버렸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믿는 사람이 사라졌다. 우리는 역량과 능력이 많고 꿈과 소망이 있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부의 대물림이 없는 경제구조와 학교교육 특권화를 폐지해 나갈 것이다. 교육부도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려하고 있다. 문제는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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