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일자리 예산 역대 최대 투입

산 넘어 산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퍼부어도 청년 실업의 깊은 골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올 상반기 일자리 창출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 청년 취업 한파를 극복하는데 올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부 각료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그만큼 답답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올 봄 나올 취업 대책이 청년 실업 문제를 극복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전망해 봤다.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만 약 6조 7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정관리점검회의를 통해 올해 일자리 관련 예산 19조 2000억원 중 조기 집행 대상 사업비 10조 7000억원의 63.5%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분기 일자리 예산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인 약 3조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 정부의 일자리 관련 조기집행 사업비의 3분의 1을 연초인 1분기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정부의 직접 일자리사업이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기집행 효과를 현장에서 국민들이 바로 느낄 수 있도록 집행부진 우려 사업에 대해 현장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내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일자리 예산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17조 700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했지만 취업자 수 증가율은 1.2%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더구나 실업자 102만 8000명과 청년실업률 9.9%는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젊은층의 한숨을 깊게 만들었다.
 

“청년 고용 최우선 순위”

정부의 일자리 관련 사업 성과도 미미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임금을 지원해주는 중소기업 추가고용 장려금제를 비롯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촉진수당 등의 예산 집행률이 모두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각 부처에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총 21회에 걸쳐 청년고용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비상한 각오로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종합수립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 일자리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민간 일자리를 지원하는 부분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재정수단을 통해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보다는 민간을 지원하는 쪽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청년실업은 두 번의 기회를 잡아 구조적 원인과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더 고민해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 청년 실업이 심각한 만큼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도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인구 구조의 변화로 더욱 어려워질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향후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수동적 태도와 부처 간 이기주의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계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다"”며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각 부처가 가진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교 대상도 소개됐다. 유럽연합(EU)의 청년보장제도, 일본·독일의 청년고용지원금제도, 영국의 청년뉴딜정책 등이 언급됐다.
 

“스펙만 지나치게 강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봄을 앞두고 청년 실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2017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부터 현재 기준으로 측정한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 실업자는 2016년과 같은 43만 5000명수준이었다.

정부는 예산을 대거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늘어나는 취업 예산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예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655만 2000명으로 전년 취업자 2623만 5000명보다 31만7000명(1.2%) 늘었다. 2016년 취업자는 2015년 2593만 6000명보다 29만 9000명(1.2%) 늘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이 전문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혁신성장을 통해 새로운 전문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한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스펙만 강조하고 고학력을 선호해 대학진학률만 높인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대학 전공과 산업 수요의 불일치는 팽배한지 오래다. 중소기업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는 여전히 크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 취업과 관련 “지원자들의 스펙은 예전보다 분명히 좋아졌다. 문제는 이게 실전 상황에 잘 맞지 않다는 것”이라며 “막상 현장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장 실무자는 “전문 능력이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대인관계나 다른 부분이 예전같지 않다”며 “교육 현장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올 봄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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