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上官)에게 당하는 하관(下官)의 불행
상관(上官)에게 당하는 하관(下官)의 불행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8.02.05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목민심서』 봉공(奉公)편의 「예제(禮際)」 조항을 읽어보면 『목민심서』가 공직자들의 바이블임을 분명하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예제’라는 뜻이 어떤 의미인가를 먼저 밝혀야 합니다. 예제란 글자의 의미대로 공직자 상호간에 예의 바르게 교제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목민심서』가 목민관의 지침서이기 때문에, 목민관이 자신의 상관이나 동료 및 관속들과의 예의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의 의미라고 풀이됩니다. 그래서 다산은 상호간에는 기본적으로 공손해야하고, 그 공손함이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어야만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윗사람에게서 모욕을 당해도 안되지만 아랫사람에게서 불손을 당해도 안되니, 신중한 자세로 공손함을 유지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공무원 내부에서 상관과 하관의 ‘예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해, 성적 모욕감을 느끼는 성추행 문제로 시끄러운 보도를 지켜보면서, 다산이 말한 공직자 상호간의 예의바른 처신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공직사회의 통상적인 예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는 네 글자가 대세였습니다. 합법적이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상관의 명령이라면 아랫사람이야 당연히 복종하고 따라야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산은 반드시 한 걸음 더 들어가 “상관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하게 자신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해,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도 부당한 내용이면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새로운 원칙을 주장합니다.
“상급 관청에서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을 강제로 고을에 배당하면 목민관은 마땅히 이롭고 해로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여 그대로 따르지 않아야 한다(上司以非理之事 强配郡縣 牧宜敷陳利害 期不奉行:貢納)”라고 말해 상관의 잘못에 조건 없이 따르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200년 전 그 시절에 내부자 고발에 대한 탁월한 견해를 주장합니다.
“암행어사가 하는 일이나 상관이 하는 패악한 행정에 대하여 목민관은 상부로 보고하여 바로잡게 해야 한다. 명(明)나라에는 그렇게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체통만 따지느라 상관이 비록 불법을 저질러도 목민관은 감히 한마디도 말하지 못해 백성들의 초췌함이 날로 더해진다(御史所爲及上司所爲弊政 守令能上章極論 大明之法 猗其善矣 我國專視體統 上司所爲 雖橫濫不法 守令不敢一言 民生憔悴 日以益甚矣:禮際)”라고 말하여 내부자 고발의 정당함이 인정받아야만 공직자들의 패악한 행정이 바로잡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상명하복’의 잘못된 적용과 내부자 고발의 정당성이 제대로 법제화되지 못해, 우리 주변에는 상관들의 갑질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검찰이라는 막강한 기관의 주인공들인 검사들까지 성추행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우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의 용기 있는 검사의 고발에 힘입어서라도 상명하복의 부당한 적용을 뿌리 뽑아야하고 내부자 고발에 대한 확고한 법률적 보장이 강화되는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목민심서』 200주년에 해야 할 시급한 일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