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보따리상 통해 원산지 세탁된 채 국내 대거 유통”
“일본 수산물 보따리상 통해 원산지 세탁된 채 국내 대거 유통”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2.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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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1회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지금도 하루 400톤이 넘는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출하고 있다. 인근 바다는 죽음의 지대로 변했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7년여가 지났지만, 방사능 후유증과 피해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후쿠시마 인근에서 나는 멍게와 가자미, 돔, 가리비 등 수산물들이 밀수와 원산지 세탁을 통해 국내 횟집과 마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 근해에서 잡힌 중국과 러시아산 대구와 명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엄격히 관리해야 할 정부 기관은 방만한 태도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국민 먹거리가 비상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 2015년 일본으로부터 WTO(국제무역기구)에 제소를 당했던 한국이 지난해 10월 1차 패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정부의 대책은 과거 박근혜 정부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이 원천 봉쇄되고 있음에도 노가리 등이 원산지 세탁을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현장적발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어느 나라가 원산지인지 모른 채 먹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멍게의 경우 일본산이 많은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인은 멍게를 먹지 않는 민족이다. 후쿠시마 주변에서 양식되는 멍게는 모두 한국 수출용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의 얘기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우리 먹을거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2013년 8개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만든 단체다. 김혜정 위원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의 탈핵 운동가로 방사능 감시 전문가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해진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감시가 긴요해졌다. 국민들이 식품당국의 정책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처음으로 방사능 핵종 분석기를 구축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WTO 패소건과 관련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지금도 해양을 오염시키는 상황에서 만약 일본산 수산물 수입 빗장이 다시 풀리면 우리의 식탁은 방사능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 문제와 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이 원천 봉쇄되고 있음에도 노가리 등이 원산지 세탁을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현장적발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어느 나라가 원산지인지 모른 채 먹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멍게의 경우 일본산이 많은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인은 멍게를 먹지 않는 민족이다. 후쿠시마 주변에서 양식되는 멍게는 모두 한국 수출용이다. 한때 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했을 때,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일본 멍게 양식업자들이었다. 지금은 원산지 세탁을 통해 멍게뿐만 아니라 가리비, 꼬막 등도 들어오고 있다. 횟집에 가끔 가보면 가리비의 경우 일본산이라고 표시한 곳이 있지만, 멍게는 일본산이라고 표기한 곳을 본적이 없다. 멍게와 다른 수산물들도 노가리처럼 원산지를 세탁했을 가능성이 크다.

 

- 다른 수산물은 어떤가.

▲ 다행히 국내산 멸치와 오징어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멸치는 크기도 작고 1년생 어종으로 덩치가 큰 고래나 참치에 비해 방사능이 포집될 가능성이 낮다. 한때 태평양산 참치 종류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기도 했다. 고래나 참치는 체내에 중금속이 많이 축적된다. 왜냐면 먹이사슬을 통해 오염된 다른 물고기들을 대량으로 잡아먹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와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된 세슘 참치가 발견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 국내 유통되는 일본산 수산물, 믿을 수 있나.

▲ 지금까지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잡혔다는 당국의 자료들이 공개됐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또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산 수산물 검사에서 카드뮴과 세슘이 나왔다는 보고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동안 일본산 식품에서 미량의 방사능이 검출되면 모두 반송해 온 것은 맞다. 시장에 가면 일본산 대구나 명태, 고등어가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 일본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태와 대구는 러시아산이 가장 많다. 특히 명태는 오호츠크 해와 베링 해에서 많이 잡힌다. 이 해역에서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이 된다. 일본 배가 잡으면 일본산, 러시아 배면 러시아산, 한국 배면 원양산이 된다. 배의 국적에 따라 산지가 달라진다. 수입되는 어종은 러시아산 대구와 명태가 많고, 대만산 고등어와 꽁치 등도 수입된다. 물론 해류성 어종인 대구와 명태는 일본 근해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방사능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미량이나마 방사능이 검출된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가 강화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경우도 많이 없고 검출된다고 해도 수치가 매우 낮다.

 

- 원산지 세탁이 횡행하고 있다는데.

▲ 밀수가 많고 보따리상들이 일본을 배로 왕래하면서 노가리 등을 들여온다. 세관검사도 받지 않고 그대로 시중에 유통된다. 부산에 가면 이런 보따리상들이 많다. 정식으로 들어오는 수산물은 세관에서 모두 샘플검사를 받지만 보따리상 물품은 제외다. 노가리의 원산지가 둔갑되는 것도 대부분 보따리상들이 들여오는 것들이다. 이들은 수시로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그 양도 꽤 많다. 2017년 한해 약 1400톤이 유통됐다.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1차로 수산물을 구입한 다음 다른 배편으로 갈아타서 산지를 속이는 세탁 방법을 쓴다. 방사능 검사를 거치지 않은채 원산지가 세탁된 일본산 노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수산식품들이 일본과 가까운 부산지역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다.

 

- 막을 방법은 없나.

▲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 관리가 잘 되고는 있지만 문제점도 많다. 식의약처가 기준치로 잡고 있는 1베크렐(Bq) 미만의 경우 방사능 불검출처리 방식과 건조식품을 젖은 식품으로 환산하는 방식이 문제다. 원산지 표시 강화와 원산지 세탁 이력 역추적제도 필요하다. 원산지 표시 불이행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시장조사를 해보면 멍게와 꼬막, 방어 등이 합법적으로 수입됐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일본산인지를 모른다. 이들 수산물에 일본산 표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한국 수출용 멍게 양식은 후쿠시마 8개 현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한다. 멍게 때문에 국민건강이 멍들고 있다. 중국만 해도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식품을 수입한 업자에게는 엄격한 서류를 요구한다. 산지증명서와 일본 정부가 발행한 방사능 검사 증명서를 반드시 첨부토록 하고 있다. 식품수입업자 등록도 의무화했다. 우리도 산지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해야 한다.

 

- 식의약처의 방사능 검사 방식, 문제는 없나.

▲ 식품당국의 방사능검사 기준치는 kg당 1베크렐이다. 그 미만은 불검출로 잡는다. 시민환경단체의 경우 기준치 미만이라도 모두 공개한다. 식의약처 검사방법의 문제는 1베크렐 미만이라도 모두 공개해야하지만 불검출 처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검사용 시료(試料)도 1kg의 샘플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조된 버섯의 경우 젖은 버섯보다 시료양이 많다. 따라서 방사능 검출 가능성, 그리고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산 버섯들의 경우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영향을 아직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수확한 건조버섯에서 방사능 물질이 많이 검출된다. 그런데도 식의약처는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않는 것은 물론 건조된 버섯을 ‘수분포함’으로 환산해서 측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엄연히 편법이라고 볼 수 있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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