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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맘충’이, 일본에는 ‘키치마마(미친엄마)’가 있다

<청춘, 일본에 가다> 1회 / 김혜영 김혜영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2.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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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뒤면, 3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게 된다. 휴학을 하지 않은 동기들은 4학년이 되고, 벌써부터 취업 잔소리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항상 꿈과 목표를 간직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어필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늘 낙관적이고 대책이 없다는 평가만 내렸다. 한 두 번이면 무시하겠지만, 여러 번 반복될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잠깐 현실에서 떠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알아보았다. 일본의 기타큐슈였다. 언니에게 별 기대 없이 같이 가자고 물었더니, 언니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가자고 답했다. 언니는 취업준비생이라, 그동안 어디에 가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단번에 대답하는 것을 보며 어딘가 씁쓸해졌다. 늘 강하던 언니도 지치고 힘들었구나. 그래서 따뜻한 온천이 도처에 있는 일본으로 떠났다.

 

 

먼저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멘집에 갔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위한 식당이었는데, 굉장히 낯설었다. 독서실처럼 양 옆과 앞이 모두 막힌 테이블에 앉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직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천으로 된 막 사이로 주문서와 음식을 주고받기만 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의 소외감과 민망함은 덜해지겠으나, 너무 삭막하고 밥을 먹는 재미가 없었다. ‘혼밥’ 식당은 꼭 이런 형태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조건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주방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위생 상태를 알 수도 없고, 사방이 막힌 좁은 테이블에 음식과 단 둘이 있어서 맛을 느낄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빨리 먹고 일어나는 것을 보며 눈치도 보였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처럼 음식을 몸에 넣기만 하는 듯 했다. 현대인에게는 밥을 먹는 것마저 ‘해야 하는’ 스케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혼밥’ 식당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에게 주어진 지나친 업무와 밥을 먹는 행위에 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밥을 먹고, 기타큐슈에 온 사람들은 꼭 간다는 고쿠라 성으로 갔다. 고쿠라 성은 전형적인 일본의 미가 드러나는 건축물이었는데, 에도시대 때 지어진 것이 복원을 통해 보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 가치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저 예쁘다는 감상밖에 없었다. 유명한 포토존도 있어서 사진을 찍고 자랑하기 좋은 그런 곳이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느껴 옆에 위치한 신사와 정원에 방문했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직원도 보이지 않았고, 사람 소리가 들려야 직원이 숨겨진 공간(?)에서 나와서 응대를 해주었다. 한국의 관광지와 너무 달랐다. 한국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만으로 관광지인지를 알 수 있는데, 이곳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거리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가게에서 음악을 크게 틀지도 않고, 자동차 ‘클락션’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눌 수도 없고, 가끔 학생들이 지나가도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언니와 단 둘이 무성영화 한 가운데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처음엔 적막이 어색했지만, 도시인데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역사가 느껴지는 오래된 공간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었다.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은 물론, 옛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듣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람들이 왜 ‘힐링’ 여행으로 일본을 가는지 알 것 같았다. 도시인이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인 소음이 없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너무 조용한 건 부정적으로 느껴졌지만, 길거리가 조용한 것은 정말 좋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고, 귀가 아프다고 느낄 정도였다. 한국에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공간들이 있는데, 아무런 소음이 없는 성과 유적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단적인 예로, 경복궁이 야간개장을 하면서 조명을 밝히고,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관광산업화가 되어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안내문을 찬찬히 읽고, 공간 여기저기를 눈에 담고, 생각하면서 머무는 공간도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일본에서 정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간혹 어린 아이들이 시끄러울 때가 있었다. 처음 큰 소리가 나면, 다들 놀란 마음에 반사적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음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모두가 은근히 눈치를 주어 아이의 입을 막았다. 일본에서도 ‘노키즈존’이 확산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인권위가 특정 계층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여론과 시장이 꿈쩍하지 않았다. 이는 흑인과 백인이 교실을 같이 쓰지 못하게 하고, 버스에서 특정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한 ‘인종분리정책’과 다를 바 없는 행태다. 아이가 위험한 공간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나, 단순히 아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출입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컨트롤되는 대상이 아니며,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완벽한 사회화가 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의 인내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상’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의 기준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 사회에서 가장 많은 권위가 부여된 일부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소음이 문제라면, 지적 능력이 아이 수준이라 소음을 낼 수밖에 없는 지적장애인도 내쫓아질 수밖에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해결 없이, 무작정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이를 컨트롤하지 않는 엄마를 욕하는 ‘맘충’이라는 단어다. 일본에서는 ‘마마사마(엄마님)’, ‘키치마마(미친엄마)’ 등의 말이 생겼다. 이 언어들은 모두 개개인의 행위가 아닌, 계층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 한 모든 행위가 계층의 특성과 문제로 확장되고, 발화하는 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으로 범위가 넓혀질 수 있다. 아이를 혼내지 않는 여성도 ‘맘충’, 아이를 혼내는 여성도 ‘맘충’이 되는 것이다. 아이와 여성에 관한 사회적 문제가 그들의 특성으로 굳어질수록, 이들을 배제하는 일은 더욱 쉬워진다. 모든 것이 배제당하는 이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노키즈존’과 ‘맘충’이라는 단어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맘충’은 아빠는 없고, 여성의 독박육아를 그대로 보여주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 눈치를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혼밥’ 식당을 만들면서, 아이와 여성에게는 끝없이 눈치를 준다. 경찰청과 항공사에서 실시한 ‘블랙 컨슈머’ 조사에서는 술에 취한 중년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노아재존’ 따위는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가 배제하기 쉬운 대상은 언제나 약자를 향하기 때문일 테다.

첫날 여행을 마무리하며 따뜻한 온천을 즐겼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이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음이 없는 조용한 도시도 좋지만, 필연적인 소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태도도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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