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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라면 이 정도는 돼줘야지!

<전통시장 탐방> 자양전통시장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8.02.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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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백화점의 등장으로 많은 시장들이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북적이던 시장은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파리만 날렸다. 상인들은 생계유지가 힘들어 하나둘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장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많다.

서울시가 나서 이렇게 사라져가는 시장들에 다시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불편하다는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우선이었다. 가게마다 깔끔하게 통일성을 주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도 넓혔다. 비오는 날에도 편하게 장을 볼 수 있게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상인회를 만들고 교육도 했다. 덕분에 상인들은 친절해졌고 서비스는 업그레이드 됐다. 또 각 시장들만의 특징을 살린 마스코트도 만드는 등 홍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히 장보는 것 외에 시장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다양하게 진행했다. 배달 서비스 등도 도입, 좀 더 편한 몸과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 덕에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도 그렇다.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전통시장’이다. ‘자양골목시장’, ‘자양전통골목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자양전통시장은 자양1동 주택가와 상점가를 중심으로 1972년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됐다. 129개 점포가 입점한 자양전통시장은 자양1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자양2, 3동이 시장을 둘러싸고 있어 골목시장으로는 비교적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45년 넘게 이어온 자양전통시장도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점차 쇠퇴했다. 급기야 2003년에 들어서면서 상인들이 점포 임대료조차 몇 개월씩 체불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상인들 스스로 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2003년 3월 자양시장시설개선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5월에는 자양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에서는 아케이드와 새로운 돌출간판을 설치하고, 고객동선을 확보했으며, 공용쿠폰과 상품권 제도를 실시했다. 2008년 3월 자양전통시장은 서울시가 2008년 재래시장 육성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하이서울마켓으로 선정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장보러 가는 ‘손수레 부대’

구의역 4번 출구로 나와 자양 사거리까지 걸었다. 역시나 장을 보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저마다 손에 손수레를 끌고 있다. 사거리에서 건국대학교 방향으로 건너 손수레부대(?)를 졸졸 따라 골목에 진입했다.

입구부터 시장 냄새가 슬슬 나기 시작한다. 무조건 한 바구니에 1000원이라는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난다. 과일, 야채, 생선 할 것 없이 한 바구니에 1000원을 외친다.

바로 옆 만두가게에선 뽀오얀 맛있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추운 날씨 뜨거운 만두, 찐빵 호호 불어가며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침이 넘어간다. 고기통만두 8개 3500원, 김치통만두 8개 3500원, 고기쌀왕만두 5개 3500원, 김치쌀왕만두 5개 3500원, 새우통만두 5개 4000원, 갈비통만두 5개 4000원 등 만두 종류도 다양하다.

 

 

반가운 뻥튀기 가게, 김 파는 트럭을 지나니 또 아주머니들로 북적이는 가게가 보인다. 분식집이다. 추운 날씨 탓에 천막이 씌워져 있지만 그 안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많다.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몸 좀 녹일 겸 어묵국물에 분식을 드시는 듯했다.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커다란 ‘자양전통시장’ 간판이 나온다. 사실 골목 들어오는 초입부에도 작게 간판이 세워져있었지만 메인은 지금부터다. 아케이드가 크게 설치돼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양한 먹거리, 발길 붙들어

시장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자전거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온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타기 어려운 조건이다.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따릉이’ 덕에 그나마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곳은 따릉이도 종종 보이지만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번거롭지 않게 길이 잘 깔려있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익숙한 풍경인데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시장은 T자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입구로 들어가니 맛집이 줄을 잇는다. 전통시장의 감초 족발, 바로바로 반죽해 튀겨주는 어묵, 종류가 다양한 닭강정 등등. 특히 테이크아웃 부대찌개집이 눈길을 끈다. 다른 가게들처럼 음식을 하는 모습은 볼 수 없고 포장된 부대찌개만 주욱 진열돼 있다. 부대찌개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 끓여먹기 번거로우니 이렇게 사가서 그대로 끓여먹으면 편리하겠다. 3인분에 9900원, 맛도 세 가지나 있다.

 

 

그 옆은 횟집이다. 싱싱한 킹크랩과 대게가 수조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다. 제철이라 그런지 살이 꽉 차 보인다. 주인은 방금 들어온 횟감들을 수조에 집어넣는다. 푸드득 푸드득 보기만 해도 싱싱함이 넘쳐난다.

시장은 코너별로 나뉘어져 있진 않지만 깔끔하게 통일된 간판에 정돈도 잘돼있어서 이동이 편했다. 야채가게 옆에 옷가게가 있고, 그 옆에 반찬가게, 과일가게…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부분 가게마다 손님이 있다. 유난히 활기차게 느껴진 이유였다. 손님과 상인의 관계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다.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닌데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상인과 주민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이다. 그만큼 주민들은 시장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고 또 상인들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인 것 같다. 삭막한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상인도 손님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좀 더 가다보니 시장 통로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것. 성금모금함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관, 자양 제1동 주민센터 후원으로 진행되는 ‘2018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모금함이다. 모금함은 절반이나 채워져 있다. 여러모로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저렴한 반찬가게와 다양한 먹거리가 유난히 많았다. 반찬가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들이 많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반찬도 한 팩에 2000원으로 싸고 종류도 다양했다. 선짓국, 육개장, 죽 등도 판매한다.

호떡, 분식, 치킨, 떡갈비, 찹쌀 도너츠, 즉석 강정까지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족발집들이 많다. 가게마다 조리 방식과 원산지 등을 세세히 써놔 신뢰가 갔다.

서문으로 나가면 꽤 넓은 규모의 시장전용 주차장이 완비돼있다. 또 도시락 서비스도 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신선한 재료로 매일 다른 도시락을 판매하는 것이다. 일명 저염저당 건강도시락 ‘자미당’이다. 당일 조리해 당일 판매하고 3인분 이상은 배달도 가능하다.

가장 이상적인 시장의 모습이다. 상인과 손님의 관계가 가까웠고, 손님들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으며, 상인들은 밝고 환했다. 오가는 발길이 많아도 잘 정돈된 통로 덕에 부딪힐 일도 없다. 많은 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전통시장의 매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멋진 시장. 기자가 괜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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