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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들리지 않는가, 평화광장에 봄 오는 소리가…

<현장> 아베 총리 방한 앞두고 열린 1321차 수요집회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8.02.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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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새해가 밝은 지 한달하고도 십여일이 돼가고 있지만 수요집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1321회차. 약 27년 째 그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대사관 앞 평화광장에 모인다.

2017년엔 여덟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올해 1월 5일 또 한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서른한 분이다. 아직 일본에 사과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들을 대신해 많은 시민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평화광장에 모여들고 있다.

입춘이 지나고 막바지 한파가 발버둥 친다. 전철을 타고 안국역으로 나오니 그나마 햇살이 따사롭게 비친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평화광장에 다다랐다. 오전 11시 50분. 참여자들과 기자들로 가득하다. 관계자들은 반가운 얼굴로 인사와 함께 성명서, 진행순서가 적힌 종이를 나눠준다. 참가자 서명도 잊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수요집회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 깔고 앉을 깔개와 집회 진행 동안 따뜻하게 해줄 핫팩도 나눠준다.

 

 

집회를 알리는 진행자의 안내와 함께 평화의 함성이 울려퍼진다. 전국교직원조합(전교조) 교사의 인사 그리고 여는 공연이 이어졌다. ‘바위처럼’이란 노래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선보인다. 항상 그렇듯 집회라고 해서 무겁거나 침울한 분위기가 아니다. 힘차고 밝고, 그래서 희망 가득하다.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조 위원장은 “우리의 현대사는 미래를 향해서 번창해야 된다. 그것은 지금 새롭게 태어난 문재인정부가 결사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역사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친일 잔재의 청산을 계리하는 이 자리에 함께하게 돼서 반갑다.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데 주저함이 없이 투쟁하겠다”고 했다.

정대협 윤미향 공동대표는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식민지였던 우리나라 여성들을 전쟁의 도구로, 강간을 예방하고 일본군들의 성병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도구화했다. 조선여성 뿐만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베트남에 있던 프랑스 여성들, 괌에 있던 미국 여성까지 일본이 침략하는 곳곳마다 만났던 어린 여성들을 그들의 강간의 도구로 삼았다”며 “그들이 잘못해서 성노예가 된 것이 아닌데 한국 사회는, 우리는, 우리 가족들은, 우리 공동체는, 그 여성들의 탓으로, 그들의 팔자로 그렇게 낙인찍었다. 그것이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일본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일 것이다”고 했다.

 

 

윤 대표는 “이제 우리는 그런 비겁한 목격자는 되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창 올림픽에 오는 아베를 향해, 그들의 범죄를 숨겨줬던 미국 정부를 향해, 국제 사회를 향해 일본군 성노예로 희생시킨 아시아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을 지금이라도 완전히 회복시킬 것을 요구해야한다. 자국의 수많은 국민들을 전쟁의 도구로 빼앗기고서도 국민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국익외교만 하고 있는 정부도 국민들의 인권을 회복할 수 있는 외교정책으로 지금부터 바로 세워야한다”며 “그것이 바로 26년, 27년 싸워온 할머니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우리들의 대답이고, 책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올바르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상록수’를 목청껏 불렀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일본 정부는 역사외곡 중단하라”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 달 오키나와에 평화기행을 다녀왔다. 오키나와 곳곳에서도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 강제 동원되었던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다가 희생당하고 그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은 여성분들, 해방이 됐지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고통 속에 삶을 살다 일본군 성노예 범죄 사실을 고발하신 고 배봉길 선생님의 넋도 만나고 왔다. 그곳의 평화활동가들도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들처럼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한 인간파괴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잊지 않고 기억하고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 김성애 교사의 얘기다.

그는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하고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운동이 동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자리에서 지난 20여 년 전에 일본군 성노예제 사실을 폭로하신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에 무수한 여성들이 동원되고 희생되고 있다. 지난 세기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민중에게 그러한 폭력을 자행했다.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목소리를 제거당하고, 침묵을 강요받았다. 일본 정부는 반성은커녕 증언을 의심하고 신빙성을 따지는 등 또 다른 모욕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뻔뻔함을 규탄한다”고 했다.

 

 

또 “선생님들의 용기는 전 세계 여성들의 용기가 됐다.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기를 거절한다. 자신들이 당한 사실을 고발하고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금 묻고 있다.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려한다. 교사로서 선생님들의 용기, 삶과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마리몬드, 연합뉴스 노조와 파업중인 YTN노조, 평화나비 네트워크, 충남 태안 화동초등학교, 화성 나루고등학교 동아리 SOL 등이 참가했다.

YTN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저희는 지금 파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뉴스, 언론을 하기 위해서. 이곳에 오니 지난 천만 촛불광장의 모습이 생각난다”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은 미래만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추운 날 우리 학생들이 여기에 와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을 상대로 이렇게 추운 날 모여 집회를 하지 않는다. 독일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도 제대로 과거 청산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미래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늘 미래만 이야기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제대로 된 뉴스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박근혜 전 정부에서 할머니들을 상대로 협약을 맺어서 이질적인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비판하려했다. 그러나 그걸 막는 간부들이 있었다. 그 간부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 간부들이 있어서는 YTN이 제대로 된 뉴스를 할 수 없다는 게 지금 YTN의 현실이다”며 “여러분들의 가족들에게 아이들에게 이런 미래를 주지 않으려면 언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아이도 고등학생이다. 여자아이다. 너무 예쁘다. 그 아이도 여길 왔을 것이다. 이 추운 날 또 오게 해야겠나. 언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후도 우린 이 추운 날 이곳에 앉아 있을 것이다. 사과하라고.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제대로 잡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우리 아이들에겐 이런 아픈 미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라” “한국정부는 2015 합의안 즉각 폐기하라”고 외쳤다.

손과 발이 꽁꽁 얼어 감각이 없을 정도였음에도 오후 1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27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수요집회의 끝은 어딜까. 언제까지 목 터지게 외쳐야 그 목소리가 저 바다 건너에 가 닿을까.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올 것이다. 아니 꼭 오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올 때까지 평화광장의 외침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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