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한국GM, 후폭풍은?

한국 GM이 휘청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미국GM 본사와 협의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뜨거워졌다. 최소 30만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미국 GM만 배불리는 역차별 조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GM에 대한 지원은 유상증자와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 공장과 협력업체에 최소 30만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만큼 그 타격이 만만치 않아서 후폭풍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GM을 둘러싼 논란을 전망해봤다.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번엔 한국 GM이 주인공이다. 미국 GM은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한국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은 한국 자동차업계의 최대 난제인 ‘고비용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럽 시장 등에서 GM이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수출은 그동안 감소 추세였다. 반면 인건비 등 고정비는 판매 감소와 상관없이 꾸준히 올라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판매가 감소하고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때문에 막연히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고비용 구조’ 재점화

한국GM에 따르면 2014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역시 2016년과 비슷한 약 6천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적자 규모가 2조 5천억원을 넘어서면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 감소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GM은 반제품 조립 수출량까지 포함해 모두 126만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국내시장에 판매된 것은 18만여대였다. 나머지 약 120개국에 107만대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 중 85%가 수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GM의 대대적 글로벌 사업 재편이 진행되자 한국GM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GM이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한국GM은 수출 통로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다.

특히 2013년 말 단행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는 판도를 바꿔놓았다. 2016년 CKD를 제외하고도 완성차 수출량은 전년보다 10%나 줄었다. 지난해에도 수출량은 39만 2170대로 다시 5.9%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부진도 여전했다. 요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신차가 거의 없어 판매를 바닥을 향했다. 2017년의 경우 신차는 전기차 ‘볼트’와 ‘뉴 크루즈’ 정도 밖에 없었다. 요즘 인기가 많은 SUV 모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2006∼2007년 10%를 웃돌던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4%까지 하락했다.

군산 공장 ‘최대 위기’

한국 GM은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임금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고 주장한다.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2015년 기준 총 인건비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천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한국GM은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는 파업도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판매와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장 가동률도 급락했다. 소형 아베오·트랙스, 중형 말리부·캡티바를 생산하는 부평 공장의 가동률은 100%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차 스파크와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는 창원의 가동률은 70% 수준에 불과하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만드는 군산 공장은 가동률이 20%를 밑돌아 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한국 GM의 철수가 현실화되면 전북 군산 등 지역경제에 대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업이 중단된 군산공장의 경우 1차 협력업체 35곳, 2차 협력업체는 1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지역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GM ‘몽니부리기’

일각에선 GM 본사가 ‘철수설’을 흘리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만 받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판매 부진이 일차적인 원인인도 그 손실을 정부가 지원해주는게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GM 관계사가 한국GM에 자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챙기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국GM은 GM 관계사로부터 2조 4000억원을 빌렸는데 이자율이 연 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존재한다.

국내 업체들이 금융기관에 내는 대출 금리가 2%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높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하기 전에 정부 차원의 회계 감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앞서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다. 적절한 지원 여부에 앞서 부실 원인과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GM 본사가 요구한 재정 지원 방안을 놓고 경제부처들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한국정부는 부실기업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에도 지원했지만 한진해운 지원은 거부했다. 한국GM의 고용 인력은 모두 1만 6031명으로, 협력업체수만 3000여개가 넘는다. 한국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GM은 이미 호주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밝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GM은 호주에서 69년 동안 운영해오던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호주 시장의 50% 점유율을 자랑하기도 했던 GM은 실적 악화로 공장을 철수했다. 호주 정부가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중단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암초로 떠 오른 한국 GM 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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