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장위전통시장

시장에 갈 때마다 피부로 느껴진다. 전통시장을 살려내기 위한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전통시장=지저분하다’라는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불편한 부분도 많이 개선됐다. 간판도 깔끔하게 정리되고 주차장과 아케이드까지 노력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나 묻어난다. 시장 홍보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고 이벤트 등도 꾸준히 연다. 시장이 살아난 건 바로 이런 상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는 비정하기만 하다. 이런 상인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바로 뉴타운 개발 사업이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몰리던 손님들을 겨우 붙들어놨더니 이젠 아예 시장을 없애버린단다. 그럼 그 시장에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씩 기대어 살아온 수많은 상인들은 다 어디로 가야된단 말인가. 또 우리의 전통과 정이 남아있는 전통시장은 어디 가서 찾아야 된단 말인가.

 

 

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폐쇄위기에 놓여 몸살을 앓고 있는 시장이 있다.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장위전통시장’이다.

‘장위전통시장’은 성북구 장위2동 주민들은 물론 인근 지역의 주민들까지 이용하는 50년 넘은 오래된 시장이다. 400m나 되는 긴 골목 양쪽으로 점포 200여개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은 장위 10, 11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10구역은 상인들의 반대로 개발 구역에서 제외됐다. 11구역 역시 개발구역에서 제외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상인들의 재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제인 상태다.

 

이런 조용한 곳에 시장이?

새석관시장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석관동우체국이 보인다.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런 곳에 시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 작은 파출소 옆 전광판이 반짝인다. ‘장위전통시장’ 간판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안은 꽤 어두웠다. 상점들의 빛으로 채워진 골목시장이라고 해야 할까.

입구엔 공연도 하고 이벤트도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바로 건너편 정육점 젊은 주인이 마치 흥이라도 띄우듯 큰 목소리로 외쳐댄다. 최고급 LA갈비 1근 1만5000원, 미국산 소등심 불고기 1근 1만2000원, 장조림용 생돼지 안심 1근 5000원(오후 4시~7시 한정), 생삼겹살 1근 9000원, 국내산 오돌뼈 1근 5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하다. 도매도 겸하고 있다.

 

 

코너 별로 나뉘진 않았지만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통일된 간판 덕분에 깔끔한 느낌이다. 정육점 옆으로 생선가게, 신발가게 그리고 맛집들이 이어져있다. 다른 시장에 비해 생활용품 상점들이 많다. 식기구, 속옷, 신발, 여성복, 양말 등 다양하다. 옷 한 벌에 1만원도 안하는 ‘몽땅떨이 대잔치’를 하는 옷가게. 바지가 4900?!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싼 가격. 대부분 2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이다. ‘설맞이 고객감사’라지만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렴하다.

조금 더 가다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드는 곳이 있다. 바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어묵가게다. 추위 때문인지 뜨끈한 어묵국물이 간절했다. 모두 같은 마음인 듯 꽁꽁 싸맨 체 너도나도 어묵과 국물로 몸을 데우고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훈김 때문일까 유난히 더 따뜻해보였다.

어묵가게 뿐만 아니라 맛집들이 즐비했다. 계란빵, 핫도그, 씨앗호떡, 족발, 전, 만두, 토스트 등. 유난히 분식집이 많았다. 익숙한 분식들. 떡볶이 옆 어묵, 그 옆에 순대, 튀김 등.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근처에 있는 석관시장의 석관떡볶이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이 곳 역시 떡볶이가 가장 잘 팔리는 듯 했다. 떡볶이 2500원, 순대 3000원, 튀김 2개 1000원, 어묵 2개 1000원.

 

 

또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생선구이 가게도 눈길을 끈다. 고등어, 삼치, 이면수, 갈치, 가자미가 4900원이고 꽁치는 1000원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집에서 생선 한 마리 구워먹으려면 냄새나고 번거로운데 여기서 포장해가면 간단하게 생선을 즐길 수 있겠다. 토스트와 햄버거를 파는 상점도 있다.

시장 빵집은 역시 저렴한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단팥빵, 소보루빵, 기타 빵들이 전부 500원이다. 천연발효종을 사용한다니 믿고 먹을 수 있다. 안에서는 끊임없이 빵을 굽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 한참 빵을 고르던 남자 손님은 만원 한 장을 건네고 두둑한 봉지를 들고 간다.

전통시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가게도 있다. 바로 피자가게. 말린 고추를 파는 방앗간 옆에 있다. ‘피자빨간고추’라는 메뉴가 있다. 아이디어가 좋다. 피망 대신 고추를 넣은 신메뉴로 손님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즉석에서 구워주는데 10~15분 소요된다. 홍보만 잘된다면 인기를 끌 것 같다.

 

 

 

야채와 과일 가게 등은 추운 날씨 때문에 비닐막을 쳐놨다. 요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밖에 제품을 내놨다간 팔지도 못하고 꽁꽁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시장 역시 물건을 사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배송 시스템이 돼있다. 최근에 시장전용 주차장까지 생겼다니 장보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시장 골목 끝 쪽으로 갈수록 문을 연 가게가 줄어들고 천장에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모습이다. 여기서부터 10구역이다. 닫힌 가게들이 많아서 컴컴한 골목길이 더 어둡게 느껴진다. 마치 큰 빌딩 그림자에 가려진 이 시장처럼. 현수막엔 ‘재개발 결사반대! 존치를 원한다’ ‘생존권 대책 없는 재개발 목숨 걸고 저항하자! 장위전통재래시장 주민과 함께 끝까지 사수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2016년 12월부터는 ‘백년손님 멤버쉽 포인트 카드’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50개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가맹점은 둥근 간판에 표시돼있다. 매번 포인트 이벤트, 경품추첨 이벤트도 진행한다. 또 앞서 말한 시장 입구에서는 공연과 이벤트, 행사가 진행된다. 상인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시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자 상인들에게 레시피 교육은 물론, 상품 진열 환경의 개선을 위해 P.O.P교육도 하고,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를 위해 시장송도 만들어 정기적으로 상인들을 모아 시장송에 맞춰 춤도 춘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재개발이라는 찬물을 끼얹다니 참 안타깝다. 상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꼭 이루어져 노력만큼 굳세게 일어나는 ‘장위전통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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