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적응해가는 과정이 성장이라면…
아픔 적응해가는 과정이 성장이라면…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2.1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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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윌 플라워’(2013년 개봉)
▲ 영화 ‘윌 플라워’ 포스터

하이틴 영화는 청춘들이 꿈을 좇고 그런 와중에 겪는 갈등과 고민 등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제시한다.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와 ‘17 어게인’, ‘퀸카로 살아나는 법’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학교가 배경이고 풋풋한 배우들과 밝은 노래, 다소 유치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학창 시절에야 많이 찾아봤지만 성인이 되고서는 거리가 생겼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는 단순 하이틴 영화라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한 남고생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정신병에 시달린다.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여고생과 동성애자인 남고생도 등장한다. 아픔과 상처를 안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는 청춘들의 예민한 부분을 다룬 영화 ‘월 플라워(2013년 개봉)’다.

‘월 플라워’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은 발간 당시 전미 100만 독자를 열광시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자극적이고 민감한 소재를 솔직하고 예리한 필체로 다뤘다는 점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금지도서로 지정될 정도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역시 원작 소설의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말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로건 레먼). 고등학교 신입생이 돼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기는 샘(엠마 왓슨)과 패트릭(에즈라 밀러) 남매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멋진 음악,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샘을 사랑하게 된 그는 이제껏 경험한적 없는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불현듯 나타나 다시 찰리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 또 샘과 패트릭의 걷잡을 수 없는 방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 사람의 우정을 흔들어 놓는다.

캐스팅에 있어선 원작 소설의 마이나 팬들마저 ‘싱크로율 100%’라고 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주인공 찰리 역의 로건 레먼. 그는 영화 ‘나비효과’,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에서 귀여운 외모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차세대 스타로 꼽혔다. 그는 찰리의 심리적 갈등과 고통 등 꽤나 난해한 캐릭터를 흡입력 있게 연기해냈다.

찰리가 한 눈에 반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샘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를 사로잡은 엠마 왓슨이 맡았다.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요조숙녀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감하게 변신을 했다. 털털하고 흥과 끼가 많지만 본인을 과소평가하는 샘을 마치 본인의 모습인 것처럼 연기했다.

 

▲ 영화 ‘윌 플라워’ 스틸컷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반항아 패트릭 역에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은 에즈라 밀러가 캐스팅됐다. ‘케빈에 대하여’를 감명 깊게 본 터라 그의 이번 연기 역시 기대됐다. 역시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케빈에 대하여’와는 또 다른 매력적인 문제아를 제대로 보여줬다. 퇴폐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O.S.T다. 70~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팝 명곡들을 한데 모았다. 영화는 주류에서 밀려난 학생들의 성장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런 그들이 소통함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음악적인 취향’이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선호하는 음악들은 학교 내에서의 그들의 위치를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가장 중요한 곡은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다. 세 주인공이 터널을 지나 드라이브할 때 흘러나오는 이 곡은 샘의 매혹적인 자태와 함께 영화의 절정부를 형성한다. 또 캐릭터들의 노래 취향은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가열찬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O.S.T는 그 이상 세대들과의 공감도 꾀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단순한 성장영화라기엔 다소 무겁다. 절대 쉬운 영화가 아니다. 특별한 캐릭터들은 사회의 암울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영화 중 샘이 말한 ‘부적응자들의 세계’는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방황하는 청소년들? 가볍게 보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진 않을까. 바로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다. 그들도 그 아픔을 알지만 쉽게 이겨내진 못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마치 모래사장에서 갓 태어난 거북이가 살기 위해 작은 몸으로 거센 파도를 뚫고 바다 속을 향해 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장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성장’이 아니라 ‘적응’을 한 건 아닐까. 아픔에의 적응, 영화는 여기에 대해 답을 주진 않았다. 대신 여운을 남겼다. “We are infinite.” 영화 끝 부분 찰리의 얘기다.

일부 학교에서 원작소설이 금지도서로 지정됐다고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꼭 필요한 작품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픔에 적응하는 게 성장이라면 청소년들은 미리 예방접종을 맞아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 영화는 바로 그 예방접종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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