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1회

이번엔 제대로 풀릴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받았다. 출범 초기 ‘베를린 구상’을 제시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미국의 위협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북 압박’ 프레임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환점이 됐다. 북한은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 예술단 등을 대대적으로 파견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의 특사 파견이었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많은 분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서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이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정상회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비핵화’ 작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라는 두 사안은 어느 정부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위클리서울>은 청와대와 지근거리에 있는 대북 전문가와 심도 깊게 얘기는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주인공이다. 조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정 철학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에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세월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가장 취재하고 싶었던 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외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컨트롤타워에서 고민에 빠져있는 조 위원은 “아직까진 여러모로 정보가 부족하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기엔 이른 감이 없잖다”면서도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의 결정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상회담) 시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여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빠른 시일 내 열릴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문 대통령도 방북할 수 있는 확고한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문제 이외에도 남북관계와 관련 조 위원을 통해 ‘각주’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조성렬 수석연구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고급 정보’를 쥐고 있다는 소문(?)에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숱하게 거절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국정원과 연계돼 있다고 해서 고급 정보를 쥐고 있는 건 아니다. 제가 멘트를 준 건 정말 분석이었다(웃음). 제 이름으로 나온 기사도 아닌데, 어떤 기사가 나오면 위로부터는 “너 이렇게 되는 거 어떻게 알았어?”라며 질책 아닌 질책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간 인터뷰를 많이 자제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어, 기자들에게 멘트를 많이 해줬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우선 이름을 쓰지 말라는 것, 그리고 제가 하는 얘기는 참고로 듣고 민감한 얘기는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주는 기자도 있었고, 말하는 거 그대로 받아 적어서 저를 난감하게 한 기자들도 있었다. 이후 저를 난감하게 하는 기자들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웃음). ‘복수의 관계자’였지만, 정부에서는 누가 말한 것인지 짐작한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추려보면 답이 나오니까 말이다. 게다가 실제 하지도 않은 얘기를 몇몇 언론에서 쓰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세미나 발표 글은 제 글 자체가 나가니까 괜찮은데 몇몇 언론은 제 말을 반대로 해석해서 ‘윗선’으로부터 경고를 자주 받았다. 그래서 언론에 대해서는 늘 조심스러웠다. 이명박 정부 때는 두 번이나 저를 자르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잘릴 뻔 했는데 명분이 부족해서 못 자른 것 같다. 징계누적으로 잘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자들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차라리 정치적으로 잘리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징계누적으로 잘리면 답이 없다.

 

- 요즘은 청와대와 통일부에서도 활동 중이다.

▲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거나 정책적인 의견을 듣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반대로 정부 정책이 결정되고 그것을 알리려고 할 때 자문 그룹들이 제대로 홍보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쌍방향으로 열려 있는 구조다. 과거 정부 때부터 있었던 부서지만 대북 관련 정부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남북정상회담, 열릴 것으로 생각하나.

▲ 정상회담 자체가 조건부다. 언제 열릴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이와 관련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른다. 일단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우리는 거부한 게 아니다.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쪽에선 암묵적으로 답을 한 셈이다. 이제 북한의 결정에 달렸다.

 

- 북한의 갑작스런 정상회담 제안,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탈피하려는 시도다. 그 통로로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다. 그런 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입구라면 남북정상회담은 출구라고 할 수 있다.

 

- 언제쯤 성사될 것인지.

▲ 시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여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빠른 시일 내 열릴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는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문 대통령도 방북할 수 있는 확고한 명분이 생긴다.

 

- 주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의 이번 제안에 주목하고 있다.

▲ 아직까진 주변국의 입장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이나 정치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만 나오면 주변국 운운한다. 이건 우리 남북문제다. 남북문제를 항상 주변 강대국 입장에서 헤아리려 하는데, 일단 중요한 건 우리 입장이다. 남북문제라는 전제조건 하에서 국제사회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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