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화 앞당긴다면 그것은 비핵화 기회 앞당기는 것”
“북한의 시장화 앞당긴다면 그것은 비핵화 기회 앞당기는 것”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8.02.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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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남북관계에 있어선 여전히 ‘미국 역할론’이 대두된다.

▲ 미국 역할론은 제쳐두고 한․미 역대 정부의 행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부시 1기 행정부는 서로 엇갈린 대북정책을 취했다. 한국 정부의 관여정책과 달리 미 행정부는 북한에 압박을 가해 핵개발 포기의 때를 기다린다는 ‘선의의 무시’ 정책을 취하며 사실상 방치했다. 그 뒤 부시 2기에 들어와 한국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며 대화와 협상에 나서 9.19 공동성명을 체결했다. 하지만 곧바로 또다시 압박으로 전환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제1차 핵실험과 중간선거 패배의 충격 속에 미국은 뒤늦게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수용해 북․미 직접협상에 뛰어들었다. 이후 북한 핵시설의 동결과 불능화를 담은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2007년 영변원자로의 냉각탑 폭파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듬해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 검증문제라는 벽에 부딪쳐 비핵화 단계로까지 진입하지는 못한 채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로, 이 문제는 새 정부의 숙제로 넘기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초기에 북․미 직접대화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취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이어 2009년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 핵문제를 대외정책의 후순위로 밀어놓았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임박한 상황에 이르도록 방치하게 되었던 것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라고 규정한 뒤 새로운 대북정책의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전략적 인내를 뛰어넘어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내에서는 협치해 북한과 대화하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번에는 엇박자가 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 비핵화 이외의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를 예상하자면.

▲ 일단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 이후 긴장을 완화하는 평화적 문제들을 풀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라는 건 작은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다. 회담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지금 당장 나머지 의제들을 예상하거나 상정할 수는 없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 논의가 가장 큰 전제일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제도화 방안들은 차후다. 남북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적어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대전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3월 초부터 한․미키리졸브 군사연습이 있다. 그리고 3월 중순 중국 양회에서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한다.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 첨예한 갈등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한반도 주변국들과 비핵화에 기반을 둔 대화가 오갈 가능성이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의 정상회담을 회상하며 ‘퍼주기’ 논란을 제기하는데.

▲ 이게 정말 큰 문제다. 벌써부터 퍼주기 운운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마시려는 꼴이다. 정상회담 한다고 하면 정상회담 반대하는 이들은 퍼주기라고 미리 단정지어버린다. 순서를 모르고 그런다. 그동안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보라. 퍼주기를 했든 우리가 많은 것을 받았든, 정상회담도 하기 전에 그런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 유독 남북정상회담에서만 이런 얼토당토치도 않은 얘기가 나온다. 일단 정상회담과 퍼주기는 관련이 없다. 여론이 퍼주기 프레임으로 가는 건 정상회담 성사에 방해만 될 뿐이다. 과거 정부가 퍼주기를 했다 안했다를 두고 여러 말이 많지만, 그건 정상회담에서 제기될 문제가 아니다. 벌써부터 퍼주기 논란을 야기한다면 정상회담이 왜곡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상회담은 정상회담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건 역사적인 의미이지 퍼주기 논란과 같은 실무적 성격이 아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이후 장관급 회담 등 실무회담이 이어진다. 비핵화, 평화정책, 통일에 대한 원칙 등이 거론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경제적 지원 얘기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과거 정상회담 이후 남이 북에게 퍼주기 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지금 이 시점에서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퍼주기인지 아닌지도 향후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그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남북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휴전상태다. 그러니까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역사성을 띤다. 정상회담 이후 실무적 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 가벼운 만남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남북정상회담도 역사적으로 봐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자 하는 첫걸음을 뗐다.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가 미처 실현하지 못한 실천 방안을 만들려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기 막바지에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두 달 뒤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조금 일찍 회담이 열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비핵화’가 과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사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는 서로 다른 논의의 대상이다. 2005년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연관성을 처음 언급했다. 그 때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없어지는 것이며, 자연히 비핵화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해 9.19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와 비핵화 연계와 관련 첫 합의가 있었다. 북핵과 대북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연성 균형’(soft balancing)이 그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핵 포기와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 북․미 및 북․일 수교와 교환이다. 현재까지 북한은 핵을 빌미로 평화체제와 비핵화 연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남북대화가 어떤 출구를 찾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역대 정권을 평가하자면.

▲ 탈냉전기 이후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은 크게 두 개의 이념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하나는 관여정책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진보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압박봉쇄 정책으로 부를 수 있고, 보수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조기붕괴를 꾀한다. 북한체제의 안정 변화 전략은 김대중-노무현 진보정부가 취했었다. 적극적인 관여를 통해 북한체제의 내부변화를 촉진해 연착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점차 남북체제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설사 연착륙이 실패할 경우에도 그 당시의 국제환경을 활용해 평화통일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했다. 이처럼 두 정권의 전략은 북한체제의 변화를 통해 우리 주도로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고자 하는 접근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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