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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벌어봐야겠다

<연재> 류승연의 아주머니 류승연 기자lscaletqueen@naver.coml승인2018.02.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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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늘 그것이 궁금하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돈 걱정을 하며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두 명이 벌어 두 명이 쓰던 신혼시절에는 돈 걱정을 할 일이 없었다. 저축을 조금 더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만 약간 있었을 뿐.

그런데 쌍둥이가 태어나고 그 중 한 녀석에게 장애가 오고 내가 꼼짝없이 아이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자 그 때부턴 경제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이젠 한 명이 벌어 네 명이 써야 한다. 아끼고 줄이고 안 쓴다고 안 써도 돈이 들어갈 데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남편과 돈 얘기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제 우리는 돈 걱정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목돈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아무런 고민 없이 통장에서 꺼냈으면 좋겠다. 명절이면 지폐뭉치 두둑한 봉투를 양가 부모님에게 드리고 싶다. 지금은 봉투가 너무 얇다. 딸래미 학원을 알아보고 아들 녀석 치료실을 바꿀 때 계산기를 이리저리 두드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내가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푼돈이나마 보태고는 있지만 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아이들 교육비도 그에 따라 매년 늘어만 간다.

올해도 딸 학원과 아들 치료실 및 활동보조 제공 기관에서 연락이 온다. 부득이하게 금액이 인상되었음을 알린단다. 아니 인상되었으면 인상되는 거지 부득이하게는 또 뭔가. 미안하긴 한가 보다.

대형마트에 다녀올 때마다 물가 인상률을 몸으로 느낀다. 카트를 보면 별로 산 것도 없는데 한 번 장을 보고 나면 10만원, 20만원이 우습게 없어진다.

하아~ 해답은 로또뿐인가? 복권을 사는 날이 많아졌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복권을 사는 것 같다. 주로 좋은 꿈을 꾼 다음 날 복권을 사는데 그동안 역대부터 현직 대통령까지 줄줄이 꿈에 나오고, 똥에 파묻히고 불이 나는 꿈도 꿔봤지만 결과는 늘 꽝이다. 대통령이나 똥이나 불도 안 먹힐 정도면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꿈을 꾸는 걸까?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이 벌어오는 외벌이로 네 식구가 먹고 살기는 힘들다. 기본적인 생존은 하겠지만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한 경제적 여유는 가질 수 없다.

물론 가장의 연봉이 억을 넘어가면 그 땐 또 상황이 다르겠지만 억대 연봉자가 그리 흔하게 주변에 널려 있는 건 아니다. 여성의 자아를 찾고 어쩌고 하는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부부 모두 일자리를 가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런데 여기서 참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부부 모두 안정적인 고액 연봉자라 하더라도 그 가정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그것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가 있다.

부부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1억5천만 원에 이르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인생은 늘 마이너스 통장과 함께 한다. 매달 천만 원 넘게 들어오는 현금으로 네 식구가 산다. 돈에 쪼들릴 일이 뭐 있을까 싶지만 그네들 사정은 또 그렇지 않다. 그네들 사정에 맞는 ‘품위유지비’가 그만큼 많이 드는 것이다.

골프도 치러 다녀야 하고, 정기적으로 해외여행도 가줘야 하고, 아이들 학원도 비싼 데 보내야 한다. 화장품을 사더라도 집에서는 싸구려 크림을 바를지언정 사회생활용 명품 콤팩트와 립스틱을 따로 구매해 가방 안에 넣고 다녀야 한다.

진짜로 돈이 없어서 돈 걱정을 하는 나와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서 돈 걱정을 하는 친구가 만나면 재미있다. 어차피 서로의 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바, 가식은 필요 없다.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벽에 특가로 산 1만9800원짜리 원피스가 마음에 든다고 자랑을 하고, 친구는 지난달에 새로 산 120만 원짜리 가방이 생각보다 불편하다며 불평을 한다. 돈이 없어도 돈 걱정, 돈이 많아도 돈 걱정. 한참 돈 들어갈 일 많은 40대의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돈 걱정이다.

정초부터 왜 돈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싫다. 돈타령. 돈타령은 내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오늘까지 돈타령을 한다. 올해부턴 돈타령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왜 경제난에 쪼들렸는지 생각을 해봤다. 수입과 지출 모두에서 문제가 있었다.

먼저 수입. 푼돈이라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어야 한 가정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돈을 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엔 그러질 못했다.

직장에 잘 다니던 남편이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잠시 외도를 했던 시기가 타격이 컸다. 분명 남편 인생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나 그 시간 동안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해야 했던 우리 가정은 경제적으로 폭탄을 맞았다.

그 시기가 무려 1년 남짓. 꿈을 찾기 위한 시도는 다시 몇 년 뒤로 미뤘다. 꿈도 좋은데 일단 가족들이 먹고 살 기반이 마련된 다음에 다시 도전키로 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 시기가 헛된 것은 아니었다. 도전을 했고 한계를 알게 됐다.

이제 남편은 제대로 꿈에 도전하기 위해 사전 준비부터 철저히 하기로 마음먹는다.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기본 준비를 철저히 해 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시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으로 컴백. 솔직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한테 생활비를 받아 가정을 꾸려가는 아내 입장에선 남편의 안정적인 수입이 고마운 것이다.

나 역시 돈을 벌기로 한다. 장애인인 아들을 활동보조인에게 맡긴 작년부터 나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 등교 후부터 오후 4~5시까지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작년에도 틈틈이 글을 쓰며 프리랜서 일거리를 늘리긴 했지만 올해부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기로 한다. 돈이 필요해? 그러면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만 일자리는 가만히 있으면 구해지지 않는다.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구직 작업에 나서야 한다. 고스펙의 청년들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 시대다. 애 낳고 몇 년간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던 이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면 고스펙의 청년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얼핏 보면 고스펙의 젊은이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줌마로 살아온 내공이란 게 있다.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존재.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아줌마 내공이다. 웬만한 일에는 끄떡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근육이 생겼고, 살면서 지니게 된 지혜도 깊어졌다. 나는 이러한 무기를 토대로 돌진을 한다.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있는 곳에 당당히 이력서를 보낸다. 물론 채용공고 같은 건 나와 있지 않다. “이력서를 보내도 될까요?”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면 안 된다. 일단 보낸 다음 연락을 하는 게 순서다. 먼저 연락을 하면 지금은 채용 중이 아니라는 답변을 얻을 뿐이다.

그러나 먼저 보내면 일단 이력서를 읽는다. 그리고 받은 쪽에서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자리가 없어도 이러이러할 때 이 사람을 써먹을 수 있겠구나. 다음 개편, 혹은 다다음 개편에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적어도 나를, 내 쓰임새를 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 방법은 꽤나 효과적이어서 올해도 벌써 몇 명의 관리자에게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 확답은 받지 못한 만큼 나는 더욱 돌진하기로 한다. 무쏘의 뿔처럼.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그런 건 처녀 때 가져봤으니 됐다. 나는 특별히 잃을 게 없는, 사회적으로 품위 제로 상태의 아줌마니까 두려운 게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올해는 남편과 나의 수입을 늘리는 한편 지출도 체계적으로 바꾸기로 한다. 지금 생활비 지출내역을 보면 내가 먹는 식비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아이들을 먹이는 것이 아닌 나 혼자 먹는 내 식비 말이다. 살이 찌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차라리 이럴 바엔 한 달씩 다이어트용 도시락을 주문해 먹는 게 낫다. 그러면 지출도 줄이고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돈 걱정을 하고, 돈이 많아도 돈 걱정을 한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내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는 재벌들도 돈 걱정은 할 것이다. 매출 걱정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직원들 월급 걱정도 해야 하니깐 말이다.

어차피 평생을 하게 될 돈 걱정이겠지만 이제는 걱정만 하고 살지는 않으려 한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 궁리를 할 것이고, 허무한 지출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지혜도 가져보려 한다. 그래서 올해부턴 돈을 좀 벌어봐야겠다. 저축이란 걸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나도 통장에 목돈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고민 없이 꺼내 쓰는 기쁨을 좀 맛봐야겠다.

무엇이든 마음을 먹는 것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먹었으니 아마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자! 2018년 화이팅이다!

<'아주머니'는 직은 인공이 아니지만 지않아 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얘기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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