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민주노총이 오랜만에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복귀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20분 만에 결렬됐다.

▲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은 노사정 3자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정부를 대표해서 어떻게 해서든 실질적 임금 심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다. 큰 틀에서 노동존중 기본원칙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더 확대시키고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서서 시위를 할 거라는 둥의 발언을 했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현실 인식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와 대기업에 의해 잠식된 골목상권이다.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상권을 독식했다. 소상공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형프랜차이즈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매장 세팅과 인테리어, 초기 투자비, 원자재와 물품매입 등에서 30% 수수료를 떼어간다. 위원장이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마디 얘기도 없었다. 재벌이나 보수언론들이 말하는 논조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하시려면 그만 두세요’ 했더니 오히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자세였다. 위원장은 노동계의 항의가 너무 거세서 자신의 거취문제를 고심 중이라고도 했다.

 

- 그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정회 이후 정상적 회의진행이 어려웠다. 사실상 회의가 무산됐다. 최임위에서 사(社) 측 자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임위 위원장이 여러 언론에 말한 부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언론플레이를 상당히 심하게 하고 있다. 단순히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거대한 음모라고 본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수십 년 동안 수출이 경제를 주도해왔고, 대기업들은 내수활성화를 바라지 않는다. 수출을 통한 경기활성화에만 골몰한다. 중소기업 일자리 촉진과 중소기업 중심의 신 성장구조를 만드는 것을 대기업이나 재벌들은 원치 않는다.

 

- 대기업의 전략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재벌이나 대기업 군은 어떻게 하든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거나 인상효과를 삭감시켜 수출주도형 체제를 구축하며 모든 권력을 손에 쥐려 한다. 박정희 군사정권부터 시작된 이런 독점 이데올로기는 박근혜 정권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경유착이 고착화 됐고, 양극화가 심화됐다. 심지어 경제인총연합회의 어떤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내수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내수를 살려서는 안 된다. 무조건 수출을 더 늘려서 낙수효과를 키워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이것이 가진 자들의 논리다. 우리 사회 재벌과 대기업들이 수출주도라는 구시대적이고 낡아빠진 기조를 붙잡고 아직도 ‘낙수효과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내수활성화와 소상공인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이 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기능하다. 대기업과의 원-하청 구조에서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다.

 

-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최저임금 논란의 핵심은 약자 멸시다. 이들 약자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만원은 되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대표적인 약자다. 지난해보다 임금이 올랐다며 해고를 해버리는 등 가진 자들이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수구언론과 수구세력들은 이런 문제를 부각하기보다 국가경제가 망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간다. 근본적으로 약자를 멸시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임금이 오르면 내수경제가 살아나고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하다. 올해 6개월 동안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 소득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 소상공인들을 죽이는 천정부지의 임대료도 문제다. 홍대입구역이나 공덕역만 해도 6호선과 경의선, 5호선, 2호선과 연결된다. 엄청난 철도인프라가 깔린 역들이다. 역 하나당 4000억 원의 공사비용이 국민혈세로 들어간다. 환승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선로를 새로 깔고 내부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놓으면 역 주변 건물주들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임대료가 두 배씩 올라간다. 이런 구조 하에서 일하는 알바생이나 청소용역 노동자,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혹사당하는데 최저임금이 겨우 1000원 올랐다고 해서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말하며 죄인 취급하고 있다. 분노가 치민다. 약자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격려를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올해 목표가 200만 노조원 조직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확대,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다. 수구세력의 공세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 노조가입률은 어떤 상황인가.

▲ 우리나라 노조가입률은 10.6%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진입은 아주 쉬운 구조인데 비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로 불리는 트럭, 덤프차, 크레인 기사, 화물연대 등을 포함한 노동자가 1900만 명에 달한다. 1900만 명인데 가입률이 10.6%니까 190만 명이 넘는 셈이다. 1990년대 19.6%로 피크를 보였던 때보다 9%가 떨어졌는데도 조합원 숫자는 그때보다 더 많다. 매우 드문 현상이다. 10년 전에 10%였으면 더 떨어졌어야 마땅한 일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이 이마저 더 줄이려고 갖은 노조탄압과 노사관계법 개악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럼에도 조직률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0.1% 증가했다. 노조가입률도 늘었다. 조합원 유권자 수도 65만 명에서 3년 사이에 8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것도 세계적으로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곧 한국의 노동운동이 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투쟁과 버티기를 잘한다. 사측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등의 방식은 아니지만 버티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이렇게 잘 버티면서 노동시장이 확대되었고, 지난해 촛불혁명과 맞물리면서 촛불정부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면서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에너지들이 모여 청와대에서의 회담을 야심차게 성사시킨 힘이 된 것이다. 이제는 80만, 100만이 아니라 200만 조합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민주노총의 경우 외국의 노총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 현재 민주노총 중앙본부에 66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독일노총 위원장이 새해 신년사를 발표하면, 독일국영TV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산업별 교섭과 산업정책에 대한 교섭권을 독일노총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공동결정권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노사 간 쟁점사안이 결론이 나지 않으면 법원으로 가져가 매듭을 짓는다. 노동조합 간부가 단위노조 출신이 아니어도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산업별 노조출신들도 많다. 지금 사민당이 10년 동안 정권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독일경제가 후퇴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그 사회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산업별 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정권이 정책을 잘못해서 독일노조와 결별하게 될 경우 그 순간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와 노조의 관계가 더 없이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메르켈은 중도우파다. 우파정권이면서도 노조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잘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정권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늘과 땅 차이다.

 

-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 문제 해결이 지체되고 있다.

▲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 같다. 법외노조 문제는 진영논리가 아닌 기본권의 문제로 들여다봐야 한다. 우린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노조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권은 행정명령서 한 장으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불법 법외노조 단체로 못박아버렸다. 이 문제는 현재의 대통령이 직권 행정명령으로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 의지가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정성이 안 보인다. 이 문제를 정치적 진영논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구언론과 수구세력들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미워한다. 촛불정부도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고 이를 방기하는 눈치다. 계속 뜨거운 감자로 지켜보면서 좌고우면하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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