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ILO협약 비준에 대한 생각은.

▲ 민주노총은 당연히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강제노동 금지와 노동3권 등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관련법을 비준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을 개정할 때 민주노총과 협의를 하고 좀 더 빠르게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문제다.

 

- 개헌이 화두다. 노동 분야 입법도 관심을 모으는데.

▲ 노동이란 그저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이 움직여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이번 개헌이 실제로 잘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노동헌법과 관련해서 몇 가지 원칙을 보면, 먼저 헌법에서 표현하고 있는 근로와 근로자라는 용어를 노동과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통한 과도한 수입의 감축과 환수도 문제다. 재벌개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생명안전과 관련된 상시업무규정 마련도 시급하다.

 

-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이 끝나고 형 집행을 받고 있을 때 300페이지에 달하는 검찰 공소장이 집으로 날아왔다. 내용은 간단하다. 철도청 측이 노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에 개인적 손배소송까지 덧붙였다. 고소고발 당한 사람들이 330명인데 1번부터 330번까지 변제순위를 매겼다. 1번이 못 갚으면 2번이 갚고 3번이 못 갚으면 4번이 갚으라는 연좌제 방식의 고소장이었다. 1번은 당시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인 나였다. 손해배상 청구액이 무려 400억 원이다. 재산이라야 달랑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이건 집안 망하게 하겠다는 거다. 사측과 검찰은 부인들로 하여금 남편들이 노조운동을 하지 못하게 간접압박을 하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을 거는 것이다.

 

- 관련 재판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

▲ 지금까지 노동운동을 해오면서 무죄판결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집시법, 업무방해 등 죄목이 많다. 최근에는 9가지 죄목으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과거 철도노조위원장으로서 파업을 주도하고 있을 당시 기소된 사건들이 대부분 무죄로 판결이 나자 검찰은 자잘한 집시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등을 다른 조합원들과 같이 엮어서 7~8건 기소했다. 그 재판이 2013년 시작해 2018년까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 옛 어른들이 ‘송사 걸린 집안은 망한다’고 했지만, 제가 이 길을 담대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민변과 무료봉사하시는 8분의 자원봉사 변호사분들 덕분이었다. 이분들은 수임료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입에도 각각의 사건을 맡아서 나를 변호해주셨다. 그분들이 7건의 무죄평결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아직 2건이 남았다. 손해배상 건과 업무방해 건이다.

 

- 여성임원의 수를 늘리는 등 민주노총 조직에도 변화가 보이는데.

▲ 민주노총 조직원은 비정규직이 50%다. 현재 민주노총 내에 여성조합원들이 점차로 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텔레마케팅 업무를 하시는 여성노조원들이 있는데, 상습적인 언어폭력과 성희롱 피해를 당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 그래서 저희가 산업재해 관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 한다. 과로사도 의외로 많다. 장시간 노동으로 죽음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은 받는 임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임금은 노동자에게 최악의 독이다. 이 문제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이번에 산업안전국을 설치한다. 민주노총은 정책실, 기획실 등 그동안 실(室) 중심 체계에서 산업안전국과 같은 국(局) 중심으로 바꾼다. 인원도 늘려야 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더 필요하다. 여기서 일하시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산업보건 의사들이 많다. 각 지역 본부에도 산업보건 전문의가 배치되어 있다.

 

- 우리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 단 한 가지 방안이 있다. 근로⋅근로자로 된 명칭을 노동⋅노동자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만 바꿔도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고용노동부조차도 장관의 의지에 따라 노동과 노동자란 용어를 공문서에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새로 만든 헌법에 노동이란 단어가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부터 정부와 관공서에서 나오는 수 만개의 공문서에 법적으로 노동과 노동자를 쓰게 된다. 관공서부터 바뀌면 수백 개 공기업과 공공기관들도 바뀐다. 그 다음이 교과서다. 교과서에 노동이란 용어가 들어가면 민간 기업에서도 쓰게 된다. 이것이 완성되면 우리 국민과 아이들의 인식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노동에 대한 관점과 교육도 바뀐다. 보수세력들은 이 점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들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민주노총은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 변화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항상 걱정하는, 내부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단결도 시급하다. 산별노조 조합원, 지역본부와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겠다. 노조단체와 농민, 양심적 지식인들이 지난 정권에 의해 얼마나 많은 탄압을 받았는가. 백남기 농민 사건은 부패한 지난 정권들의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앞서 말한대로 내부의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투쟁의 힘을 길러나가고, 조합원 여러분들의 신뢰와 관심을 받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한 주체세력으로서 책임성 있게 변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사회의 가장 큰 걸림돌인 승자 독식 구조와 재벌 중심 시스템, 직장과 일터에서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갑질 행태 등을 고쳐나가는데 민주노총이 앞장 서 나갈 것이다. 촛불정부와도 당당하게 노동존중사회를 향한 대타협과 교섭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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