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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이 있는 숲속 고즈넉한 마을, 별빛 따라 봄은 피어나고…

<김초록 여행스케치> 경북 영천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2.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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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이즈음이다. 3월을 코앞에 둔 우수 무렵, 경북 내륙의 산간 고을, 영천으로 간다. 한때는 오지로 교통편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부고속도로가 영천의 남쪽 지역을 지나며,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옆으로 스쳐간다. 사방으로 태백준령의 크고 작은 산들이 에워싸고 있고 산과 산이 이룬 골짜기는 어김없이 물줄기들이 모여드니 천혜의 삶터로 모자람이 없다. 눈길을 머물게 하는 이렇다 할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풍경과 눈인사를 나누게 된다.

 

▲ 마을 주민들이 가꾼 오리장림

숲과 교회당이 있는 고즈넉한 마을

대구포항고속도로 북영천 나들목으로 빠진다. 35번 국도를 타고 안동 방향으로 7km쯤 달리면 오리장림(五里長林, 천연기념물 제404호)이라는 숲이 나온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숲은 1500년대에 마을 주민들이 만든 인공림이다. 오랜 세월 바람막이, 제방보호, 홍수 방지 등 숲 본래의 역할을 다해왔다. 숲의 길이가 5리(2㎞)에 달해 예부터 오리장림이라 불렀다고 전하며 마을 사람들은 ‘자천숲(자천은 마을 이름이다)’이라고도 부른다.

 

▲ 한옥으로 지은 자천교회

 

숲이 생길 때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의 무사태평을 비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이 숲에는 현재 굴참나무, 은행나무, 왕버들, 시무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풍게나무, 회화나무, 말채나무, 소나무, 곰솔, 개잎 갈나무 등 12종 280여 그루가 빽빽이 심어져 있다. 동면에 들어간 나무들은 차가운 산들바람에 가늘게 떨고 있다. 나무숲은 자천 마을 앞을 흐르는 고현천과 어우러져 깊은 멋을 풍긴다.

숲을 둔 마을에는 100여 년 전 지은 일자형 목조 단층 한옥 교회당(자천교회)이 있다. 예수교 장로회 경동노회유지재단에서 소유 및 관리하고 있는 이 건물은 평면 형태는 직사각형으로 앞면 2칸·옆면 4칸이다. 내부 천장은 지붕틀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건물 기둥 사이에는 남자와 여자 예배석을 구분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하였던 흔적(장부구멍)이 남아 있다.

 

▲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

별빛이 내려온 마을

오리장림에서 35번국도(안동 방향)를 타고 보현산천문대로 간다. 그 들머리에 있는 별빛마을(화북면 정각리)에 잠시 들러본다. 보현산 남쪽에 자리잡은 이 산골마을엔 보현산천문과학관(054-330-6447)이 들어섰다. 6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아옹다옹 살아가고 있는 인심 좋은 마을로 연중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 보현산천문 과학관

 

보현산은 이 마을을 지긋이 굽어보고 있다. 정상(해발 1124m)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구절양장이다. 길(보현산하늘길) 끝에는 밤하늘의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보현산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다. 1.8m 광학 망원경을 비롯해 태양을 관측하는 태양 플레어 망원경 등 천체 관측 시설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종합 천문대이다. 한 달(첫 번째 토요일)에 한번(사전 전화예약에 한함) 천체관측 시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또 1년에 한번 ‘아마추어 천문인의 밤’ 행사를 열어 별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에 있는 천문장비는 영하 20도, 습도 95%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100만 배 이상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방문객 센터 전시관 내부에는 천체사진 등이 걸려 있고 간단한 기념품도 판다. 일몰 후에는 천문학자들의 관측연구를 위해 차량출입을 통제한다. 견학을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반드시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 봄을 기다리는 영천호

식수를 공급하는 푸른 호수

보현산에서 내려와 포항 방면으로 달린다. 어느 순간 펼쳐지는 푸른 호수가 두 눈을 가득 채운다. 영천댐을 둔 영천호다. 구불구불 이어진, 호수를 따라가는 길은 경치가 아주 좋다. 중간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고, 산자락에 가득 담긴 푸른 물은 답답한 가슴을 뚫어준다. 물을 가둔 영천댐은 총 저수량이 9,640만 톤으로, 포항과 영천의 식수와 공업용수로 쓰이고 있다. 이 댐 건설로 여러 마을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댐의 역할을 새삼 돌아보게 해준다. 댐 주위에 흩어져 있는 강호정, 오회공 종택, 하천재, 사의당, 삼휴정, 오회당, 생육신 이경은 선생을 기리는 용계서원, 충효재 등 문화재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수 옆 면사무소 뒤쪽 기룡산에는 천년고찰인 묘각사와 거동사가 자리잡고 있다.

 

▲ 고풍스런 임고서원

 

영천댐이 있는 임고면 소재지엔 고려 말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임고서원이 있다. 포은은 고려 충숙왕 복위 6년(1337), 현 임고면 우항리에서 태어나 공민왕 9년(1360) 문과에 장원 급제하였고, 왜구토벌과 대명국교(對明國交)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현재 건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선조 36년(1603)에 중건한 것으로 1990년부터 성역화사업을 추진, 기존의 서원 옆에 새로이 서원을 세워 웅장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서원에는 정몽주 선생 영정 2폭과 포은문집(圃隱文集) 목판 113판, 지봉유설(芝峰類說) 목판 71판, 포은집 등 선생의 업적과 초기 성리학 사상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가 보관돼 있다. 서원 앞에 서 있는 수령 500년을 헤아리는 은행나무도 기품을 자아낸다.

 

▲ 영남삼루에 꼽히는 조양각

마음을 사로잡는 역사와 전설

시내를 관통하는 금호강 언덕 위에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삼루에 꼽히는 조양각이 서 있다. 누각에 걸려 있는 80여 개의 현판과 포은 선생의 ‘청계석벽’을 비롯해 율곡 이이, 서거정 등의 시구는 역사를 증언한다. 누각 앞에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의 한 획을 그었던 ‘황성옛터’ 노래비가 서 있다. 이 노래를 지은 왕평(본명 이두희)은 1904년 영천시 성내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불릴 정도로 머리가 뛰어났다고 한다. 조양각 주변에는 대마도 정벌에 공을 세운 이순몽 장군(1386~1449)이 살던 숭렬당(보물 제521호)과 효령대군의 10대손인 병와 이형상(1653~1733)이 살았던 호연정이 있다.

 

▲ 임고서원 앞마당에 세워놓은 포은 선생 시비
▲ 조양각 옆에 서 있는 황성옛터 노래비
▲ 기도를 하면 들어준다는 돌할매

 

시내에서 북안면 소재지로 간다. 이곳엔 정성껏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돌할매’가 있다. 영천 사람들에게 돌할매는 보물처럼 소중한가 보다. 매년 수만 명의 기도객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한해의 소원을 빌러가는 가족, 예비 신랑 신부, 자식을 얻지 못한 아낙 등등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소원 묻는 돌할매’로 불리는 10㎏ 남짓의 동그란 돌은 요술 덩어리로 통한다.

이 돌은 평소에는 쉽게 들리다가 정성스레 기도를 하고 난 다음 들어 올리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게 돌할매가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여긴다. 돌할매가 널리 알려지면서 인근에는 돌할매를 흉내낸 돌할배와 또 다른 돌할매가 생겨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하지만 신통력이 원조 돌할매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마을 주민들은 길흉화복이 있을 때마다 이 신통한 돌을 찾아 제를 지낸다니 이곳의 명물임에 틀림없다.

 

▲ 은해사

신비한 기운이 깃든 팔공산과 치산계곡

영천과 대구를 감싸 두른 팔공산(해발 900미터). 이 산 동쪽 자락에 터를 잡은 은해사는 거조암, 백흥암, 운부암, 중앙암, 기기암 등 8개의 암자를 거느린 천년고찰이다. 매표소에서 은해사로 가는 길은 고요하고 청량하다. 돌돌돌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는 세상사에 찌든 영혼을 맑게 헹구어주고 늘씬하게 뻗은 소나무는 피톤치드 향기를 흠씬 내뿜는다. 이 길을 걸어본 이들이라면 저 청도의 운문사나 평창의 월정사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아침녘에 거닐면 그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은해사에서 백흥암→중암암, 묘봉암→인봉→노적봉→관봉 인봉→신녕재→공산폭포→수도사→신녕면 치산계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팔공산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 은해사 뒷뜰의 장독대
▲ 거조암 영산전

 

은해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청통면 신원동에 있는 거조암은 단연 돋보인다. 본절(은해사)과 4㎞ 정도 떨어져있는데 다른 암자와는 달리 신령면에서 들어간다. 거조암이 간직한 영산전은 앞 뒤 정면 7칸 측면 3칸의 길쭉한 맞배지붕 집으로 소박하고 간결한 주심포계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가 뛰어나다. 영산전 안에는 석가모니 불상과 526분의 석조나한상을 모시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다. 하나같이 표정이 다른 석조나한상을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오백성중청문’이란 책자도 이곳에 있다. 이 책에는 5백나한상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영파 스님이 저술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거조암 (054-335-8258)

 

▲ 치산계곡 캠핑장

 

팔공산 주봉 북쪽 자락에 들어앉은 치산계곡. 온갖 형상의 기암과 울울창창한 숲, 우람한 폭포가 눈길을 머물게 한다. 계곡 들머리에는 신라 선덕여왕 14년에 원효대사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천년 고찰 수도사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절과 다를 것 없는 소박한 모습이다. 법당에 그려진 괘불탱화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수도사에서 계곡을 따라 약 1km쯤 올라가면 3단으로 쏟아지는 공산폭포(치산폭포)를 만나게 된다. 수태골폭포와 함께 팔공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공산폭포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팔공산 능선의 신령재를 너머 동화사까지 갈 수 있다. 등산 코스: 수도사→공산폭포→동봉→동화사→갓바위.

 

여행팁(지역번호 054)

♦가는 길=대구포항고속국도 북영천 나들목-안동 청송 방면(35번국도)-오리장림-별빛마을-보현산천문대. 별빛마을 삼거리 좌회전-보현산 약초마을-영천호(댐)-임고서원-영천시내-조양각-경주방면 북안면 반정리 농공단지-돌할매 순으로 돌아본다. 경부고속도로 영천 나들목-영천시내-남문 4거리-청송 방면-화북면 소재지에서 청송 방면 400m-보현산천문대 방향(도로안내 표지판 참조)-천문대 입구(별빛마을). 영천버스정류장에서 임고서원까지 매일 10회 버스 운행.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치산계곡행 버스 이용(하루 5회). 영천(하양)에서 은해사행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영천시외버스터미널, 1일 5회 운행

♦숙박=보현산 별빛마을 주변에 펜션이 몇 채 있다. 별빛촌펜션(010-4521-1175), 별이빛나는밤펜션(336-3359) 등. 가족 여행객이라면 치산관광지 캠핑장(330-6470-1)도 좋다. 영천시내와 임고면 소재지에 라임모텔(337-1501), 나인틴스호텔(331-0019) 등이 있다.

♦맛집=은해사 주변에 팔공산식당(335-1057), 경산식당(335-1667), 은해향(335-1051) 등이 있다. 시내 영천시장 안에 있는 길손식당(333-6180)은 돼지고기, 소고기 수육과 곰탕이 일품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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