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전농로터리시장

 

인터넷으로 사전조사를 하고 찾아가는 시장탐방. 실제로 마주하는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기도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작기도 하다. 서울시와 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시장들이 많다.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지역주민들마저 잘 찾지 않아 공허한 모습들. 상인들의 한숨은 늘고 주름은 깊어져만 간다.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40여 년 동안 지역주민과 함께 해온 전농로터리시장을 찾았다. 단층건물의 종합상가 형태. 그 안에는 100여개에 달하는 점포가 있다. 전농로터리 부근에 있어 전농로터리시장이 됐다. 평소 유동인구가 워낙 적기도 하지만 평일 대낮이어서 그런지 인적이 드물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전농로터리시장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시장입구 옆으로는 툭 건들면 무너질 듯한 간판이 달린 상점들이 몰려있다. 보신탕, 고등어, 소머리국밥, 갈비집 등등.

 

 

여느 시장처럼 아케이드도 설치돼있고 잘 정돈된 모습. 하지만 굉장히 작은 규모다. 왕래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문은 열고 있지만 상인들의 얼굴에선 의욕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 분위기도 상인들 표정도 휑하다. 첫 인상이다.

야채가게의 채소들이 파릇파릇하다. 오이 2000원, 콜라비 2000원, 꽈리고추 2000원, 양파 2000원 등. 모두 깔끔하게 다듬어진 채 봉지에 담겨있다. 덕분에 더 깨끗하고 신선해 보인다.

과일 역시 신선하다. 꿀사과 4개 5000원, 딸기 1곽 5000원, 키위 4개 3000원, 오렌지 1봉 6000원, 천혜향 4개 5000원, 귤 17개 5000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제 사시사철 모든 과일을 맛볼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향긋한 냄새가 가득한 과일가게를 지난다.

 

 

이외에도 그릇에 깔끔하게 담아 파는 반찬가게, 시장마다 꼭 하나씩은 있는 족발집, 순수 우리 쌀로만 만드는 떡집, 정육점, 생선가게 등이 있다. 시장이 작아서 그런지 닭강정, 호떡 같은 먹거리를 파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식자재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골고루 판매한다. 옷은 한 벌에 2만원도 안 된다. 작업복, 수면바지, 등산복, 추리닝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복을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가게 앞에 여성복이 진열돼 있고 안에는 곱디고운 한복들이 진열돼 있다. 한복은 평소에 입을 기회도 별로 없는데다 사서 입기엔 비싸서 대여해주는 곳이 많다. 발걸음을 멈춰 오색찬란한 한복을 구경한다. 역시 한국 전통의 것이 아름답다.

 

 

신발가게는 폐업정리로 인해 특가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30~70%까지 대할인!! 실내화, 털고무신, 슬리퍼, 운동화, 등산화 등 다양한 용도의 신발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파격적인 세일에도 불구하고 구경하는 손님 한명 없다. 안타깝다.

전기장판, 행거, 손수레, 옷걸이, 휴지통 등 생활용품을 파는 곳도 있다. 다른 시장들은 식자재 가게들이 많은데 이곳은 다르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특화시킨 것이다. 이 작은 시장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끔.

 

 

짧은 시장 탐방이 끝나고 시장 인근 동네 구경에 나섰다. 휑하다고만 느껴졌던 동네는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감이 넘쳐났다. 현대식의 세련된 건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아주 오래된 상점들이 많았다.

좁은 골목길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골목 밖에선 존재조차 모를 복지이발관, 동네와 너무 잘 어울리는 간판을 매단 즉석김밥집, 주택을 개조해 만든 옛날통닭집, 따사로운 햇살 아래 수건을 말리고 있는 미용실 등. 산악회 사무실도 눈길을 끈다. ‘동우산악회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오전 7시 출발’이라고 적혀있다. 나무에 크게 새겨진 ‘동우산악회’ 글귀가 눈길을 끈다.

 

 

 

전농로터리시장 하면 가장 유명한 게 바로 ‘은하곱창’이다. 곱창전골로 유명하다. 퇴근시간이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원래 한 곳에서 시작했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옆 가게로까지 확장했고, 대기자 좌석까지 따로 마련해두었을 정도다. 주 메뉴는 돼지신과 돼지곱창. 둘 다 소 2만원, 중 2만5000원, 대 3만원이다. 이외에 오징어볶음과 잔치국수, 메밀국수, 열무국수 등 입가심 메뉴들도 있다. 의외로 20대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단다. 택배, 포장도 가능하다. 한번 맛 본 사람이라면 120% 만족한다니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이었는데 오픈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엔 휑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시장과 동네. 한 바퀴 천천히 돌고나니 어느덧 추억을 떠올리는 정감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기자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 분위기와 많이 닮아있다. 낮은 주택들과 삐뚤빼뚤 멋대로 달린 간판들…. 모든 풍경에서 정이 넘쳐났다. 시장도 잘 정돈돼있고 유명한 맛집도 자리하고 있으니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면 될 듯하다. 상인회 차원의 이벤트와 홍보 등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시장을 대표할만한 특산물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조용한 골목에서 홀로 적적하게 버티고 있는 전농로터리시장. 이러다가 영영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버리는 건 아닌지, 그래서 시장 자체가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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