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폴릿 지음/ 김이선 옮김/ 문학동네

『바늘구멍』은 전 세계 1억 6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는 서스펜스 스릴러와 역사소설의 대가 켄 폴릿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기념비적 작품으로, 2차세계대전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패가 달린 일급 기밀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스파이 스릴러다. 켄 폴릿은 침공지점에 대한 독일의 판단을 오도하기 위해 실제로 연합군이 전개한 ‘포티튜드 작전’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물을 완성해냈다.

영국 최초의 고딕 대성당 건축을 그린 『대지의 기둥』과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에 사는 다섯 가족의 운명이 격동의 역사와 함께 전개되는 ‘20세기 3부작’(『거인들의 몰락』 『세계의 겨울』 『영원의 끝』) 등 압도적인 스케일의 역사소설을 통해 거장으로 우뚝 선 켄 폴릿이 최초로 자신의 존재를 널리 각인시킨 것은 스파이 스릴러 장르로, 1978년 발표한 열한번째 장편소설 『바늘구멍』이 그 시작점이다.

출판사를 다니며 소설을 쓰면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그는 디데이를 다룬 논픽션을 읽던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연합군이 이스트 앵글리아에 세운 유령 부대는 정찰기의 항공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지상에서 관찰하면 쉽게 실상이 드러난다. 그 사실을 간파한 독일 스파이가 한 명쯤 있지 않을까. 그 가설에서 출발한 그는 삼 주의 휴가를 얻어 집필을 시작했고, “비탈길을 달려내려가는 느낌”으로 쓴 초고가 완성될 무렵 성공을 예감했다.

전작들에 한결같이 비판적이던 에이전트 앨 주커먼도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고 당신은 세금 문제로 골치깨나 아플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직 수정 단계인 원고의 판권을 두고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끝에 선인세가 80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그것은 출판사를 40년 가까이 더 다녀야 벌 수 있는 액수의 돈이었다. 출간 직후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일급의 스파이 소설” “단단한 사실적 토대에 지어진 팽팽하고 놀라우리만큼 세밀한 서스펜스 스릴러” 등의 찬사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이듬해 에드거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의 동명 영화가 제작되어 1981년 에드거 상 영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스파이 소설 15, 미국추리작가협회 선정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100에 오르며 명실상부 고전의 반열에 든 이 작품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100만 부가 판매되었고, 출간 후 삼십 년이 지났을 때 독일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특별히 출간 40주년을 기념하는 서문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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