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질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제 그 질긴 고리를 끊어야 한다
  • 김수복 기자
  • 승인 2018.02.2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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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칼럼> 미국과 일본, 그 적나라한 민낯

아베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언행을 접하고 있노라면 조선왕조 말기의 상황이 절로 떠올라 온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군사훈련을 빨리 실시하라는 등의 충고도 아니고 조언도 아닌 요구를 당당하게 하고 있는 아베 총리의 그 출중한 배짱이 어디에서 오는지 물을 필요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아직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슬프고, 우울하고, 비참해서 자괴감이 막 든다. 대통령 자신은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았지만, 그 마음은 아마도 썩어문드러지고 있었을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에 “기적 같이 찾아온 남북 대화의 기회”라고 했던 대통령이 아니던가.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 나라의 일 하나도 국민의 뜻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은, 일언이 폐지하고 언어도단이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자기 결정권이 없다. 대한민국은 자주 독립국가라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큰일은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만 한다. 완고한 가부장제 체제 하의 아내들이 장보는 데 필요한 푼돈이나 겨우 자유롭게 쓸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국내 살림살이와 관련한 정책이나 겨우 자유롭게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을 뿐이다.

우주전쟁 시나리오가 지구촌을 휩쓴 지도 벌써 수십 년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달나라 여행에 필요한 로켓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기상관측 같은 작은 위성 하나 발사하는 데도 남의 로켓을 고가로 빌려다가 쓴다. 기술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라면 슬픔이라도 덜할 것이다. 기술이 있는데도 미국이 승인해주지 않기 때문에 못 만드는 것이고 보면 슬픔은 슬픔을 넘어 분노가 된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만 해도 그렇다. 미국의 주도로 휴전선 그어놓은 게 언제 적 일인가. 칠십 년도 훌쩍 넘었다. 칠십 년 세월 동안 통일과 관련해서는 한 발자국도 진전을 못 본 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모욕적인 수식어나 하나 새로 얻어놓고 있을 뿐이다. 그 죄를 북한 측에만 물을 수는 없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세계 무기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군수업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도처를 누비고 다니며 인명 살상 무기를 팔아먹는다. 무기를 팔아먹는 그들의 기술은 매우 정치적이고 전략적이어서 일단 걸렸다 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 효용성이 매우 의심스런 사드가 대한민국 영토에 배치되는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대한민국 국방부 정도는 제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며 이것도 사라, 저것도 사라, 별 희한한 무기들을 내놓고 사라고 종용하다가 안 되면 압박하고, 압박으로도 안 되면 아예 협박을 해버린다.

 

▲ 전미총기협회 홍보사진

 

미국은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대국이고, 한국은 전시 작전권 하나도 운용할 자신이 없어서 미국에 맡겨놓고 있는 소국 중에서도 소국이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대국 미국이 요구하면 어떤 것이라도 들어줘야 하고,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것이라고 버티다가도 협박을 하면 시쳇말로 깨갱, 하고 무릎을 꿇어버린다. 이런 굴욕적인 사태가 일 년, 십 년, 칠십 년, 누적되는 동안 하나의 관성이 돼버렸다.

세계 경찰이라고 하지만, 무차별 총기난사로 무고한 국민이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총기 판매와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규제는 안 된다”고 외친다.

규제는 암덩어리라 외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 암덩어리 발상은 박근혜 집단의 창작물이 아니었다. 미국의 그것을 벤치마킹했을 뿐이었다. 박근혜가 암덩어리라 명명한 규제는 사실 보통 시민들의 삶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 팍팍하게 해주던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대기업이 골목 상점 같은 서민들의 주된 생활 터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들 말이다.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이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아직도 지구상에 있을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무기 거래에 이른바 리베이트라는 것이 엄청나게 오간다는 것 정도는 이제 초등학생들도 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미총기협회로부터 4000만 불에 육박하는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새로운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무기 중에서도 으뜸은 핵이다. 핵포탄 하나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다. 그것은 고무줄도 아닌 것이 고무줄 이상으로 수축과 팽창을 자유자재로 해서 부르는 게 값이다. 자기 나라에서는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도 총기 규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미국 정치가들이 북한의 핵은 규제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관련 학자들을 동원해서 분석해볼 필요는 없다.

무기는 부가가치가 엄청나게 높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 그것을 극비리에 공급해 왔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 무기장사들의 홍보사진

한반도 비핵화 목소리가 하늘이라도 찌를 듯이 높지만 그 목소리가 왜 그렇게 높아야 하는지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있어본 적이 없다. 북한은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위험한 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미국발 아전인수식 논리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미국은 착한 국가인가? 미국이 착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해 낼 수 있는가?

극명한 사례 몇 개만 들어보자.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입 국가이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순이 발생하는 까닭은 자명하다. 자기네 것은 믿을 수 없어서 외국에 팔아먹고, 다른 나라의 믿을 만한 것을 사 먹는다는 것이다.

세계 농업 체계와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몬산토의 가공할 만한 횡포는 수십 년째 현재진행형이다. 제너럴 모터스(지엠)의 귀신도 놀랄 만한 철면피는 오늘의 미국을,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거철에 맞춰서 군산 공장 폐쇄 운운하며 국민 세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지엠의 영업 방식은 백보 천보를 물러서서 좋게 봐준다 해도 제국주의자들의 그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고리대금업까지 겸해 먹었다. 아비가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고 평균치 이상의 이자를 받아 챙긴 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본사에서 연구개발을 한다는 핑계로 수천억 원을 빼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명목의 로열티를 또 수천억씩 빼내 갔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들이다.

노조 간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원가 이하로 수출하도록 미국 본사에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공장에서 원가 이하로 수출을 하면 본사에서 그것을 받아 원가 이상으로 판매해서 이익을 남긴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아예 내가 너희들의 간을 빼먹을 테니 어서 간을 내놓아라, 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이렇게까지 심한 장난을 치나, 하고 서글퍼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트럼프가 직접 공언을 했지 않나. 한국에 나가 있는 지엠을 트럼프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이에 우리의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당당하게 맞서라고.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나오자 자유한국당에서는 난리가 났다. 무슨 배짱으로 감히 미국에 대항하는 포즈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노예근성이 골수에까지 사무쳐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자기 고백에 다름 아니다.

노예근성이 뼛속에까지 침투한 노예의 특징은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인간이란 무릇 자기보다 힘이 센 자를 만나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인식 하나만을 금과옥조처럼 끌어안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언행이 자유로운 사람을 발견하면 저놈 나쁜 놈이라고, 때려잡자 공산당 식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이런 노예들이 그동안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었으니, 일본의 영악한 호시탐탐 주의자들이 입맛을 다셔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일본의 군함도

 

미국이 일본의 큰형님 노릇을 하는 까닭에 일본이 그 힘을 믿고 한국에 대해 기고만장한 것만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이른바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일본의 가장 큰 버팀목이요 디딤돌이다. 전시작전권 하나도 겁이 나서 운용을 못하고 미국에 맡겨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노예들의 졸개근성은 그동안 일본 우익 인사들을 참 많이도 기쁘게 해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돈 좀 벌어보자. 한국의 남과 북이 피 터지게 싸우게 해서 날로 침체되는 일본 경제를 멋지게 한 번 부흥시켜보자. 어쩌면 돈만 버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잘하면 제2의 대동아공영을 외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일본의 아베 총리가 머릿속에 이런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없다 해도, 개연성은 충분하다. 패전국 일본이 50년 이후 급속히 성장한 배경이 무엇이었던가. 한국전쟁이었다. 일제 36년 동안 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욕심만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서 덮어놓고 대동아공영이나 외치다가 쫄딱 망했던 그들이 한국전쟁이라는 호재를 만나 기사회생할 수 있었으니, 그들은 그때의 그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화초에 물을 주듯이, 과수에 거름을 주듯이 그야말로 정성을 다해 군사훈련을 읊어댄다.

만약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대한민국은 회복불능으로 망가지겠지만, 미국의 군수업자들과 일본은 시쳇말로 대박을 치는 격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한국내 극우 인사들에게도 이른바 콩고물 같은 것이 조금은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김수복 님은 중편소설 ‘한줌의 도덕’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하던 일을 접고 낙향, 뭇 생명들의 경이로운 파동을 관찰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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