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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아가씨가 말한다, 자책만 하고 있기에 우린 아직 너무 젊다고

<시리즈기획> ‘안녕하신가요, 청춘!’ 1회: 플로리스트 오다혜 양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8.02.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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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100만 시대란다. 특히나 청년실업률은 날이 갈수록 최고치를 찍는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하며 취업될 날만을 꿈꾼다. 그들이 원하는 건 더 이상 ‘꿈꾸던’ 직장이 아닌 ‘받아주는’ 직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춘들도 많다. 그들은 어떻게 실업자 100만 시대에 일자리를 찾았는지, 또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꿈꾸던 일인지 등등이 궁금해졌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또 이 시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리즈로 기획해봤다.

 

 

첫 번째 순서로 동대문구 회기동 ‘꽃뜨락사이’란 꽃가게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오다혜(25세) 양을 만났다.

오 양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꽃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회기역과 가까운 대로변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다. 또 주변에 청량초등학교, 청량중고등학교, 경희중고등학교, 경희대학교, 카이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등 학교가 많은 동네. 덕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많은 꽃가게다.

꽃과 식물을 다루는 플로리스트.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제작하고, 식물을 심고 관리하는 게 주 업무다. 약 2년 전 졸업시즌(2월쯤) 부터 플로리스트로 일하게 된 그. 역시 플로리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그녀 역시 많은 일을 경험했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10여년 공부했다. 미술학원에 다니고 입시미술도 준비했지만 자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 못했다.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없었고 보고 베끼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미래가 불투명해져만 갔다. 때문에 고등학생 시절, 오래 배운 미술을 버리고 진로를 바꾸는 큰 결단을 내렸다. 학교도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용고등학교로 전학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다행히 미용실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용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새벽같이 출근해 13시간 넘게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손님들 머리를 감겨주다 보니 손에 샴푸독이 올라 물집이 잡히고 찢어지고 피와 염증이 멈추는 날이 없었다. 군기도 심했다. 일을 배우러 온 건지 군기를 잡히러 온 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몸이 힘든 건 둘째 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같은 문제로 미용일을 관두는 사람도 많다.

결국 미용실을 그만두고 동네 음식점, 옷가게 등에서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젊기에 가능했다. 이것저것 경험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은 고됐지만 젊은 나이에 동네 상인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일하던 오양에게 어머니가 얘기했다. 함께 일하자고. 여태 해온 일과 분야가 달라 걱정이 앞섰지만 어릴 적부터 어깨 너머로 어머니가 하는 걸 봐 왔던 터라 마음을 다잡았다.

 

 

어머니께 먼저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다른 플로리스트들에게 강의를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우선 기본적인 포장과 꽃꽂이를 배웠다. 그리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경희대교육원에도 나가고, 유명한 꽃집에서 원데이 클래스 등을 수강했다. 뒤늦게 시작한 터라 더 열심히 배웠다. 덕분에 이젠 어머니가 가게를 비워도 혼자 아무런 문제없이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그의 일과를 따라 가보자. 보통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은 새벽 4~5시에 일어나 새벽 꽃시장에 간다. 그때가 가장 싱싱하고 예쁜 수입꽃이 들어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할수록 더 좋은 꽃을 살 수 있다. 꽃을 고른 뒤 돌아와 9시 쯤 가게를 연다. 2~3시간 동안 꽃을 다듬는다. 예를 들면 꽃물을 받는다던지, 꽃잎을 딴다던지, 꽃 밑단을 자른다던지…. 예쁘게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대부분 다듬는다고 통칭한다. 다듬기가 끝나고 나서야 점심을 먹는다. 중간에 손님이 오면 점심시간이 늦어지는데, 이런 경우가 잦다. 보통 때는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데 때론 어머니와 교대로 집에 가서 해결하기도 한다. 집과 가게가 가깝기에 가능한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꽃다발을 만든다. 원하는 모양의 꽃다발을 주문하는 손님도 있지만 예쁘게 만들어 진열해놓으면 그걸 사가는 손님도 많다. 작업이 끝나면 청소를 하고, 그날 예쁜 작품들을 찍어 SNS에 올린다.(인스타그램 @o.oda) 매일 꾸준히 올리는 편이어서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때론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 들고 나오기도 했다. 예능, 드라마, 다큐까지. SNS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남은 시간엔 예약 주문이 들어온 것들을 만든다. 밤 10시 쯤 돼서야 가게 앞에 진열해놓은 화분과 꽃들을 안으로 들여놓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손님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그리고 계절에 따라 인기 있는 꽃이 다르다. 10대들은 성별 상관없이 안개꽃, 특히 곱게 물을 들인 안개꽃을 많이 찾는다. 졸업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안개꽃은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목화꽃도 많이 찾는다. 꽃 사이사이 초콜릿을 넣어 만든 초콜릿 꽃다발도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 여성들은 대부분 고급스러운 핑크톤의 꽃을 좋아한다. 자나장미나 드라이플라워가 잘나간다. 금방 시들 것 같은 꽃은 예쁘게 말려 드라이플라워로 활용한다. 드라이플라워는 요즘 인기 품목이다. 말리면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나며 채도 높은 싱싱한 꽃과 다르게 톤 다운된 고급스러운 색감을 풍긴다. 남성들은 다소 특이한 꽃들을 많이 찾는다. 해바라기를 사가는 이도 많다.

 

 

일을 하다보면 손님과의 해프닝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싹싹하고 예쁘다며 자기 아들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아주머니들도 있다. 힘들어도 이런 칭찬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법. 아무래도 어머니와 함께하다보니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부딪히게 된다. 모녀싸움은 가족도 말릴 수 없다지 않는가. 하지만 그만큼 또 빨리 풀린다.

손님들과 가격 때문에 종종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졸업 등 시즌 때가 되면 도매시장에서도 가격이 평소보다 몇 배씩 뛰어오른다.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비싸다며 불평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가 제일 난감하고 속상하다. 또 나이 좀 많은 손님들은 비싼 꽃을 고른 뒤 막무가내로 깎아달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꽃을 만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런 손님들을 상대할 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계절적으론 여름이 가장 힘든 시기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꽃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일에 만족한다. 그는 가게가 더 발전돼서 유명해지면 2호점을 내는 포부도 갖고 있다. 요즘 인기가 많은 플라워카페도 생각 중이다.

그는 사람은 항상 행복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때문에 더 자주 행복해지려고 항상 노력한다. 청춘들에게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학창시절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해서 공부에 소홀했다.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됐다. ‘난 미래에 무엇을 하며 살지’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 하며 자책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오더라. 누구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설사 일을 하는 동안에 짜증이 나고 힘이 들어도 끝나고 나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내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행복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안돼’라고 자책하기에 우린 아직 젊다. 다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꿈을 좇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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