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이 묻는다, 촛불은 전진하고 있는가
전태일이 묻는다, 촛불은 전진하고 있는가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 승인 2018.03.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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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갈노> 이수호 칼럼

지난달 21일 저녁 무렵, 동대문 근처의 창신동 봉재골목 안에 있는 창신2동 새마을금고 강당에는 늙수레한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시작 시간이 되자 70∼80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끼리 서로 인사를 하느라 웃음꽃이 자자했습니다. 2018년 전태일재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옛 청계피복노조 조합원이 중심이 된 청우회 회원들과 후원회원들이었습니다. 작년보다 참석자 수도 늘었지만 분위기가 훨씬 밝고 활기찼습니다. 이제는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강당 안 벽에는 “지난겨울의 촛불을 헛되이 말라”라는 전태일재단의 2017년도 중심구호 대신, “전태일이 묻는다 촛불은 전진하고 있는가”라는 2018년 중심구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전태일정신의 시대적 발로이기도 한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실천의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총회가 시작되며 먼저 재단의 풀빵나눔사업 중의 하나인 전태일장학금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장학금 수혜자는 노동운동 등 활동가의 자녀, 청우회 등 봉재노동자의 자녀, 이주노동자 본인과 자녀, 또 스스로 공부나 기술을 익히는 아르바이트 청년 등 다양했습니다. 청년 전태일과 그의 친구들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려고 애쓰는 이들을, 전태일의 풀빵나눔 정신으로 돕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제가 인사하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 삶의 마지막 봉사를 고맙게 생각하며 2018년의 전태일재단을 생각하며 쓴,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전태일재단이 앞장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정성스럽게 읽었습니다.

“2016년 11월 12일, 전태일 분신항거 46주년을 기념하며 노동자 민중세력이 중심이 되어 열렸던 전태일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와 이어 열린 전국민중총궐기대회는 촛불시민혁명의 실질적 발화점이 되었습니다. 자기의 육신을 녹이며 타올라 스스로 하나의 촛불이 되었던 전태일은, 드디어 1700만의 촛불로 타올랐고, 우리 모두는 시대의 전태일이 되었습니다. 불의와 압제에 맞서는 민중항쟁의 바탕에는 전태일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은 노동자민중이 함께 존중받는 평등세상을 향해 나눔과 연대를 실천한 ‘전태일정신’의 계승입니다. 전태일재단은 이를 위해 존재합니다. 22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던 청년 전태일이, 오늘 이 시기에 살아있다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어떤 결단과 행동을 했을까를 되새기며, 그 발자취를 따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전태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전태일이 이루려 했던 꿈을 우리가 다 같이 꾸면서 현실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촛불시민혁명 정신이라고 우리가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태일의 풀빵나눔 정신으로 장학사업, 활동가 지원사업, 이주노동자 지원사업, 청년 지원사업 등을 더 활기차게 펼쳐나가겠습니다.

노동자 도시빈민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어울림 한마당과, 평화사장과 전태일다리에서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청계울림 축제도 신나게 열어볼 계획입니다. 올해는 서울시의 배려로 전태일기념관이 포함된 노동복합시설이 전태일이 활동하던 평화시장 인근 청계천 가에 세워집니다. 우리 재단도 힘을 실어 전태일이 원했던 일이 이루어질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서울시 교육청과도 함께하며 노동인권 교육도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후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더 활발한 사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더 크게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전태일이 스스로 꺼지지 않는 희망의 촛불이 된 지도 50년이 다 돼 갑니다. 전태일 50주기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전태일재단이 앞장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말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내 안에 같이 살고 있는 동갑내기 태일이가 나를 다독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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